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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어 숨죽인 2시간, 김포공항 내리고서야 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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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호 02면

[신종코로나 비상] 우한 교민 전세기 입국 안팎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감염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우한대 유학생 K씨의 입국기 #한국 땅 밟기까지 12시간 걸려 #승무원은 마스크에 방호복 착용 #김포공항 도착 후 한 번 더 검역 #아산 수용소엔 TV·신문 등 비치

지난 31일 오전 8시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우한대학교 유학생 K씨(27)는 한국 땅을 밟기까지 12시간 동안의 상황을 중앙SUNDAY에 전화로 알렸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우한대학교에서 지난해 8월부터 유학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처음 발생한 중국 우한을 출발해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들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처음 발생한 중국 우한을 출발해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들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K씨는 “우한 텐허 공항에 도착한 후 전세기가 이륙하기까지 8시간3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K씨를 포함한 교민 368명의 출국 수속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한다. 중국 출입국 당국과 한국 신속대응팀 소속 검역관 등 삼중 검역을 거치면서다. 게다가 중국 측 2차 검역 단계에서 고열이 감지된 한 명은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K씨는 “31일 오전 5시50분 이륙한 전세기는 2시간가량 이동했다. 눈을 조금 붙이려고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비행기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정신없이 전세기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전세기는 31일 오전 7시50분(한국시각)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전세기에 탄 교민 368명 전원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손에 비닐장갑을 낀 교민도 많았다고 한다. K씨는 “전세기 탑승 전 승무원이 새로운 마스크를 나눠줘서 교민 전원이 기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며 “승무원은 마스크는 물론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세기에 탑승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비행 자체만 보면 (방호복을 입은 것 외에는) 평소와 같았다. 마스크를 쓰고 빨리 숨을 쉬면 제대로 들숨날숨이 되지 않아서 천천히 내쉬고 내뱉고 해야 하는 게 다소 힘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세기에는 교민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했다. 정부가 교민들을 한 칸씩 떨어뜨려 자리에 앉히기 위해 전세기 두 대를 계획했지만, 중국 정부가 한 대만 비행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K씨는 “비행기 내에서 대화를 나누는 교민은 거의 없었다”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승무원들도 “교민들은 대부분 비행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K씨는 전세기에서 내리자마자 또다시 검역을 받았다고 했다. 비행기 활주로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문진표 등 각종 서류 등이 쌓여 있었다. K씨는 “방호복을 입은 공항 직원에게 발열 검사를 받자마자 문진표를 작성했다”며 “이후 1대1로 건강 상태를 인터뷰했고,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은 뒤에야 김포공항 터미널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역 인터뷰는 중국 체류 기간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내용이었고 한 명당 1~2분가량 소요됐다. 탑승객 전원의 건강상태를 꼼꼼하고 엄격하게 검역하다 보니 중국에서 한국 도착하기까지 12시간이 걸렸다.

31일 오전 9시30분 김포공항 터미널 안으로 들어온 K씨는 일반인과 다른 동선을 이용해 이동했다고 한다. 여권심사 후 K씨는 여권을 돌려받으면서 탑승 차량 번호가 적힌 이름표도 함께 받았다. 그는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격리 수용된다고 통보받았다. 일부 교민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배정받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정부가 마련한 버스에 탑승한 시각은 오전 10시쯤이다. K씨는 “버스에 타니까 이제 정말 한국에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버스에서 50분가량 대기한 뒤 오전 10시50분쯤 버스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수용됐다.

그는 수용된 이후에도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공항에서 통화했을 때보다 훨씬 안정이 돼 있었다. 그는 입소하면서 체열을 체크한 데 이어 자신의 침(타액)으로 바이러스 검사도 받았다. 그가 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 두 개, TV, 개인 화장실, 책상 등이 갖춰져 있고, 신문과 책 한 권도 비치돼 있다. K씨는 “격리 중이지만 이날 오후 2시쯤 점심으로 밥과 미역국·메추리알·양념 돼지고기·돈가스 등을 먹었는데 식사는 방문 앞까지 갖다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문밖으로 못 나가도 감염공포를 겪어야 했던 중국에 있는 것보다는 낫다. 그동안 중국에서 못 보던 신문도 읽고 맨손 체조를 하며 건강도 관리하겠다. 검사 결과 나오기까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하겠다”고 전했다.

K씨를 포함한 368명이 귀국한 데 이어 현재 우한에 남아 있는 교민 350여 명도 1일 새벽 도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외교부는 전날 밤과 같이 31일 밤늦게 2차 수송 전세기를 띄웠다.

외교부는 “중국 정부가 한국의 전세기 비행과 (우한공항)출국을 최종 허가했다”고 밝혔다. 우한 총영사관도 홈페이지를 통해 현지 교민들에게 “항공기 출발 5시간 전까지는 공항에 와야 하므로 공항 톨게이트에 늦어도 오후 9시까지 도착해야 한다”고 공지를 새로 했다.

황선윤·이은지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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