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공장, LPG가스통도 터져 피해 컸다…철골 100m 날아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양주시의 한 가죽가공업체에서 폭발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심석용 기자

경기도 양주시의 한 가죽가공업체에서 폭발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심석용 기자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평생 살면서 들은 가장 큰 소리였어요. 인근 군부대 포격음보다 훨씬 컸어요.”

31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의 한 가죽 공장 앞. 이 공장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정모(80)씨는 이날 오전 일어난 폭발 화재 사고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폭발 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니 검은 연기가 가득 솟아올랐다고 한다.

가죽 공장 앞은 어지러웠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철골 구조물이 휘어진 채 흐트러져 있었고 건물 창문에서 떨어진 유리 파편들이 바닥에 가득했다. 건물 잔해들이 진입로를 덮어 현장 관계자들이 이를 치우고 있었다. 사고 당시 공장에서 근무하던 오케 칼레브(Okey Caleb·40)는 “사고 당시 ‘붕’하는 소리가 나서 나와보니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시신이 있었다”며 “다른 나이지리아인 동료를 찾다가 대답이 없어 일단 피신했다”고 말했다.

31일 11시25분쯤 폭발사고가 발생한 양주시 공장에서 100m정도 떨어진 하천. 공장 건물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석경민 기자

31일 11시25분쯤 폭발사고가 발생한 양주시 공장에서 100m정도 떨어진 하천. 공장 건물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석경민 기자

폭발 사고는 공장 주변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장에서 50m가량 떨어진 창고의 창문은 모두 깨져있었고 문을 비틀려져 있었다. 폭발로 인해 날아간 건물 잔해는 공장에서 100m 떨어진 인근 하천에도 떨어져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김도형(51)씨는 “이 하천 주변은 주민들이 산책을 나오고 운동을 하는 곳인데 사람이 많았으면 잔해로 인해 추가 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보일러실에서 미상의 원인으로 폭발 일어나

경기도 양주시의 한 가죽가공업체에서 폭발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심석용 기자

경기도 양주시의 한 가죽가공업체에서 폭발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심석용 기자

이날 오전 11시25분쯤 이 공장에서는 보일러 폭발사고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이 펑 하는 소리가 함께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135명, 장비 31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여 약 25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당시 공장에는 2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조모(71)씨와 나이지리아 출신 A 등 2명이 숨지고 박모(65)씨 등 8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 중 5명은 한국인이고 3명은 외국인으로 파악됐다. 이중 박씨 등 2명은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13명은 자력으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보일러실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공장은 연면적 2818㎡ 규모 부지에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지어진 건물 6개 동이 들어서 있다. 건물 내 보일러실에서 미상의 원인으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보일러 동과 공장 동이 완파되고 인근에 있는 3개 동이 반파됐다. 사망자 2명도 부서진 건물에서 발견됐다.

“스팀 보일러와 LPG 가스통 모두 폭발하면서 피해 커”

31일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가죽가공업체에서 폭발 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진 경기소방재난본부]

31일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가죽가공업체에서 폭발 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진 경기소방재난본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보일러실 내에는 스팀 용도로 쓰이는 벙커C유 스팀 보일러가 설치돼 있는데 당시 현장에는 연료(폐비닐정제유) 1만200L를 저장할 수 있는 보일러 탱크 옆에 LPG 가스통 20kg도 있었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보일러와 LPG 가스통 중 어느 것이 먼저 폭발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둘 다 폭발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보일러실 내 폭발로 발생한 압력으로 인해 공장동에 철골 패널 블록이 날아가면서 인근에서 작업하는 사람들도 다쳤다는 것이다. 공장 직원들은 이날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전 5시30분쯤 보일러를 가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화재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김경선 양주소방서장은 “유관기관들과 합동작업을 하고 있으며.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2~3일이 걸리더라도 조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주시 가죽공장 지도. [연합뉴스]

양주시 가죽공장 지도. [연합뉴스]

임신 8개월 아내는 나이지리아에…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나이지리아인 A는 임신 8개월 차 아내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년 전 고국에서 혼인했다고 한다. 숨진 A와 친구라는 오케케 먼데이(Okeke Monday·38)는 “나이지리아인 5명이 모여서 고국 음식을 먹으며 설날을 보냈다”면서 “이번에 비극을 당한 친구는 임신한 부인이 보고 싶다며 조만간 나이지리아로 갈 예정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심석용·최모란·석경민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