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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8번 환자, 아들과 군산 식당·대형마트 다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이 31일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군산 60대 여성 신종 코로나 확진'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이 31일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군산 60대 여성 신종 코로나 확진'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전북 군산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최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60대 여성이다. 국내에서 8번째 발생한 신종 코로나 환자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해당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군산의 식당과 대형마트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나 지역 사회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군산 60대 여성, 신종 코로나 확진 #중국 우한→청도 거쳐 23일 입국 #1차 검사 음성…사흘 만에 양성 판정 #30대 아들과 대형마트·식당 돌아다녀

전북도는 31일 "익산 원광대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A씨(63·여)를 검사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A씨는 작은아들(39)과 함께 23일 오후 10시 20분 우한에서 청도를 거쳐 청도항공 QW9901편 항공기를 타고 입국했다. A씨 모자는 일주일 이상 우한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도는 감염원을 찾고 있다.

A씨는 전북 지역 전수 감시 대상자 22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북도는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우한공항을 통해 입국한 도민 22명을 전수 감시 대상자로 분류해 관리해 왔다. 현재까지 유증상자는 없다. 우한에서 직접 국내로 들어온 경우는 ITS(해외여행력 정보 제공프로그램)를 통해 확인됐지만, 28일 이전까지는 다른 곳을 경유한 입국자는 파악이 안 돼 인지가 늦어졌다고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의사)은 설명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A씨와 작은아들은 군산에서 단둘이 산다. 경제 활동을 위해 중국 왕래가 잦았다고 한다. A씨 모자는 당초 우한에서 직항편 티켓을 샀다가 이틀 뒤 직항편이 폐쇄된다는 소식을 듣고 청도로 이동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작은아들은 23~24일 이틀간은 서울에 있는 큰아들 집에 머물렀다. 이 기간 두 아들은 외출했지만, A씨는 큰아들 집에만 있었다고 한다. A씨는 25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작은아들 자가용을 이용해 군산으로 이동했다.

A씨는 25일부터 기침과 가래 등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26일에는 종일 집에만 있다가 27일 작은아들과 함께 군산의 한 내과를 방문했다. 내과에는 원장 1명과 간호조무사 2명이 있었다. 해당 내과 의료진 3명은 접촉자로 분류됐고, 현재 병원은 일시 폐쇄됐다. 14일 이후 업무가 재개된다. 당시 A씨 아들이 내과에 동행했지만, ITS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내과 원장은 신종 코로나 의심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내과 방문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28일 군산시보건소에 문의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군산의료원 격리 병상에 입원해 검체를 채취했다. 검사 결과 오후 11시쯤 음성 판정이 나왔다. 강 과장은 "A씨가 당시 폐렴 양상을 보였다면 추가 검사를 진행했겠지만, 엑스레이 검사 결과 기관지염 증상만 있어 지역 사회로 복귀시켰다"고 말했다.

A씨는 29일 점심 집에서 작은아들과 나와 군산의 한 식당에서 식사 후 한 대형마트에서 쇼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씨의 증상은 지속했다. 그래서 다시 30일 군산시보건소에 문의 후 원광대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다. A씨는 CT상 폐렴 소견이 보여 2차 검사를 했고, 그 결과 31일 확진 판정이 나왔다는 게 전북도 설명이다.

현재 보건 당국이 확정한 A씨의 밀접 접촉자는 A씨의 작은아들과 내과 의료진 3명 등 모두 4명이다. 약국과 군산시보건소 의료진은 접촉 대상에서 제외했다. A씨 모자가 방문한 식당에는 당시 주인과 종업원, 손님 1명 등 3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접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 과장은 "A씨 모자는 '국내 입국 이후 마스크를 한결같이 착용했고, 줄곧 같이 다녔다'고 한다"며 "하지만 두 사람의 동선과 접촉자는 A씨 모자의 기억과 진술에 의존했기 때문에 심층 역학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트 폐쇄회로TV(CCTV)와 카드, 현금 영수증 등을 확인해 접촉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강 과장은 "폐렴 소견이 나온 A씨는 어제(30일)보다 (건강 상태가) 안정적이며, 흉부 사진도 개선됐다"며 "해열제를 투약해 관리 중이고, 현재 체온은 36.9도"라고 말했다. A씨의 아들은 자가 격리 후 능동 감시 대상자가 됐으나 아직 증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과장은 "A씨 모자의 이동 시간대와 장소 등이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공개하면 여러 가지 문제와 사회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A씨 동선 가운데 의료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장소에 대해서는 질본(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과 상의 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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