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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종가’ 일본 샤프, LG한테 OLED 패널 사 간다

중앙일보

입력

샤프가 지금껏 최상위 제품으로 판매했던 8K LCD TV. [사진 샤프]

샤프가 지금껏 최상위 제품으로 판매했던 8K LCD TV. [사진 샤프]

20년 전 세계 최초로 액정(LCD) TV를 선보였던 일본 샤프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구입한다. 오는 8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서 화질이 또렷한 TV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까닭이다. 지난 한해 1조원을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LG디스플레이로서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8K LCD 주력했던 샤프, OLED로 턴어라운드 

지난 25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샤프는 올 상반기(1~6월) LG디스플레이에서 초고화질(4K UHD) 패널을 사들여 55·65인치 OLED TV를 제작·판매할 계획이다. 가격은 30만엔(약 320만원) 선 안팎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샤프는 지난해 일본 TV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지만, 매출액 부분에선 소니·파나소닉에 뒤져 3위에 그쳤다.

2000년 LCD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샤프는 TV 업계 안팎에서 ‘LCD 종가’로 불린다. 지난해까진 8K(가로 화소 수 약 8000개) 기반 LCD TV 판매에 주력해왔지만, 소니와 파나소닉이 OLED TV로 2000달러(약 236만원) 이상 고가 시장을 잠식해나가자 기존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만 하더라도 샤프는 판매량·매출액 모두 일본 내 1위 업체였다.

일본 TV 시장 점유율.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일본 TV 시장 점유율.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닛케이아시안리뷰는 “8K 방송은 NHK 이외에는 콘텐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다”며 “샤프의 4K OLED TV는 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TV 업체가 잇따라 OLED TV를 판매하려는 이유는 도쿄 하계올림픽, 그 직전에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로 2020’ 등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따른 영향이다. 통상적으로 TV 업체들은 하계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전년 대비 더 나은 실적을 거뒀다. 화질이 보다 선명하고 또렷한 TV로 스포츠 중계를 보고 싶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TV를 구매한 결과다.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와 달리 O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명암비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LGD 광저우 공장, 최근 정상수율 회복 

LG디스플레이는 다음 달부터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한 OLED 패널을 샤프에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말 준공식을 열었던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은 새로 적용한 증착 공법의 수율(생산품 대비 결함 없는 제품 비율)이 낮아 초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 들어 예전 방식을 다시 채택하면서 정상 수율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8월 말 준공식을 연 광저우 OLED 팹.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8월 말 준공식을 연 광저우 OLED 팹. [사진 LG디스플레이]

증착은 진공 상태에서 금속이나 화합물을 가열·증발시켜 물체 표면에 얇은 막으로 입히는 공정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백색 OLED 소자를 증착시켜 TV용 패널에 붙여야만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31일 실적 컨퍼런스 콜을 연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9375억원에 달했던 LG디스플레이의 2019년 연간 적자 규모를 놓고 시장에선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가 이하 수준까지 떨어졌던 대형 LCD 부문의 대규모 적자, 임직원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의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권성률 DB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에게 2019년은 고통의 시간이었고, 올 상반기도 그 연장선에 있다”며 “과감한 구조조정, OLED 위주의 사업 전환 등으로 2020년에는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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