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 '논문 자기표절' 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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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사진) 교육부총리가 대학교수 시절 자신의 논문 제목을 조금씩 바꿔 가며 다른 논문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른바 '자기 표절'을 여러 건 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본지가 국회 전자도서관에서 검색한 결과 김 부총리는 국민대 교수를 지내던 1998년 8월 한국지방정치학회보에 논문을 실었다. 제목은 '공익적 시민단체의 정책적 영향력에 관한 연구:지방자치제도 관련 활동을 중심으로'였다. 이 논문은 정치권력과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에 대한 연구다. 제목은 모두 한자로 돼 있다.

김 부총리는 1년여 뒤인 99년 12월 이 논문을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에 다시 실었다. 이번엔 제목이 '정책결정과정에 있어서 시민단체의 영향력:지방자치 관련 제도개혁을 중심으로'로 달라졌고 모두 한글이었다. 내용은 똑같은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 논문을 교육부의 두뇌한국(BK)21 사업에 실적으로 제출했다.

논문의 중복 발표나 보고는 학계에서는 '자기 표절'로 여겨지고 있다. 아주대 독교윤 교수는 "동일한 논문을 두 군데에 게재하는 건 그 자체가 표절에 버금가는 부도덕한 행위"라며 "논문을 두 군데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신임 교수 임용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또 99~2002년까지 국민대 동료교수 2명과 함께 팀을 구성해 BK21 사업에 참여했고 2억여원을 지원받았다.

여기서도 똑같은 논문의 제목을 바꿔 별개 논문인 것처럼 중복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총리는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27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논문이 중복 보고된 사실을) 어제 저녁(26일)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종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실무자(조교)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또 "(어쨌든) 연구자가 최종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제 잘못"이라며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는 98년과 99년에도 '자기 표절'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BK21 사업에 참여했던 성균관대 Y교수는 "교육부에 논문을 제출할 때 최종 확인은 교수가 하는 것"이라며 "(김 부총리가) 적어도 묵인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영유.고정애 기자, 김윤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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