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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초기부터 거짓말”…신뢰 위기 처한 中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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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관광을 하고 있다. [뉴스1]

22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관광을 하고 있다. [뉴스1]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 중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감염 정보를 축소해서 발표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인 위안궈융(袁國勇) 홍콩대 교수는 “우한 폐렴은 이미 환자 가족과 의료진 사이에서 전염되는 확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때처럼 지역사회 내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대 연구진은 또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약 보름 사이에 우한 폐렴이 이미 중국 본토 20개 도시로 퍼졌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현재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확진자는 400여명이지만 연구진은 우한에서 1343명, 그 밖의 중국 도시에서 116명이 감염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2003년 사스 사태 때처럼 감염 정보를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중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발병 5개월이 지나서야 공식 인정을 하는 등 지지부진한 대처로 질병의 세계적 확산을 초래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사스 사태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지역 대변인을 지낸 피터 코딩리는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해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다”며 “사스 발병 때와 정확히 똑같이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중국 내부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21일 낸 논평에서 우한 지방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며 “감염 전문가인 중난산(鍾南山) 교수가 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염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우한 당국이 이를 공식 인정할 의사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홍콩대 언론·미디어 연구센터 푸징화(傅景華) 교수는 감염 의심 사례나 외신 보도를 언급한 SNS 게시물이 삭제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SNS에서도 당국의 느린 정보 공개에 불만을 표하는 글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2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의료진 사이에서 공유된 전염병 발생 관련 글은 웨이보에서 10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당국에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베이징 뉴스의 사설은 위챗에서 1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대중의 불신으로 정보를 검열하는 것에 익숙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딜레마에 처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시 주석이 감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정보를 통제하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염병 발생으로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비밀주의가 시험 받게 됐다”며 “이번 사태가 시진핑의 리더십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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