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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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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대훈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1국장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믿음은 생활이다. 생활은 실천을 동반한 인격의 현실적 결과이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내 말이 머물러 행하는 사람이 체험한 진리를 깨닫게 되고 그 진리가 참 자유를 준다고 말했다.”

김형석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신(神)의 존재가 곧잘 부정되는 시대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과학과 기술을 통해 수명과 질병의 한계를 극복한 인간이 이제는 신이 되려 한다”고 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원제 The God Delusion)은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러다가 ‘신앙의 종말’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김형석 교수는 올해 만 100세다. 그의 100년 인생에서 가장 근본적인 삶의 변화는 “신을 믿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인생관, 가치관, 소유관을 뒤집어 놓았을 뿐 아니라 오늘의 생활을 이끌어 가는 바탕에도 신의 계심이라는 뜻이 뒷받침한다. “종교에 대한 인간의 의미와 삶의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진 뒤 신의 존재, 종교의 필요성, 신앙의 진리에 대한 그의 생각과 철학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아홉 사람이 고민하는 문제는 내버려 두고 교회에 오는 한 사람을 붙들고 신앙운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말씀과 진리는 하늘나라 건설을 위한 것이지 교회를 키우기 위해 서가 아니다”는 지적은 따끔하다. “삶에 대한 깊은 열정과 성실한 관심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종교가 있었다”는 게 노(老)학자의 결론이다.

고대훈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