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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경상 적자 … 대책 바꿀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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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전자는 올 초 외국인 주주들에게 2005년 배당금 몫으로 4360억원을 내놨다. 상반기 이 회사가 반도체.휴대전화 등을 팔아 벌어들인 영업이익(2조5400억원)의 5분의 1에 달했다. 포스코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사가 외국인에게 배당한 돈만 2조378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우식 IR팀장(전무)은 "우리 회사는 그나마 수출로 돈도 벌고 배당률도 1% 미만이라 큰 부담이 없지만 내수에 치중하는 일부 기업 중엔 배당률이 7~8%에 달한 곳도 있어 적지 않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빨간 불이 켜졌다. 수출 증가세는 크게 꺾인 반면 해외여행과 유학, 배당금 지급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빠져나가는 돈을 수출로 번 돈으로 메우는 식의 국제수지 관리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며 "서비스산업 육성과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등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급증하는 해외 씀씀이가 원인=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상반기 국제수지 성적표는 올 초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올 1월 9000만 달러 흑자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던 경상수지는 2~4월 3개월 연속 대규모 적자 행진을 벌였다. 이때 불과 석달 새 28억2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3개월 연속 적자 역시 외환위기 직전(1997년 8~10월) 이후 9년 만이었다.

5~6월 그나마 꾸준한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흑자를 냈지만 앞서 냈던 적자를 메우지는 못했다. 상반기 상품수지 흑자는 128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흑자규모(178억 달러)에 비해 50억 달러나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해외여행.유학.연수비용 등이 포함된 서비스 수지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폭이 26억4000만 달러나 불어난 88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증시 개방 이후 외국인이 가장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이 챙겨가는 배당금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득수지 적자도 지난해 상반기 18억4000만 달러에서 올해엔 21억3000만 달러로 더욱 불어났다. 문제는 이런 식의 경상수지 적자 구조가 체질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2001년 이래 서비스.자본.소득 수지에선 적자가 급증세를 보이거나 흑자 폭이 줄고 있다. 이에 반해 무역거래로 벌어들이는 상품수지 증가세는 2004년 375억 달러의 흑자를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 새는 구멍부터 막아야=미국의 경우 상품 무역부문에선 고전을 면치 못해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로열티나 다국적 금융사 등이 해외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꾸준하다. 이 돈에다 미국에 대한 해외투자가 보태져 무역적자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창렬 연구위원은 "미국은 교육.관광 산업의 시스템이 워낙 탄탄해 서비스 수지만큼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외국서 벌어들이는 특허료와 기업 컨설팅 관련 수입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교육.의료 등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필수적인 서비스는 늘 수요가 늘어나게 마련인데 국내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해외로 새는 구멍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또 수출에만 기대는 구조를 뜯어고치고 금융 등 서비스 업종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쪽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과 전략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표재용 기자, 김정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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