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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소주를 스마트폰 앱으로 산다?…전통주 규제 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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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갤러리. 장진영 기자

전통주갤러리. 장진영 기자

앞으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안동소주·문배주 등 전통주를 살 수 있게 된다. 또 구경만 할 수 있었던 관공서 내 전통주 홍보관에서도 주류 시음을 할 수 있다.

국세청은 21일 국내 주류 산업 진흥을 위해 이 같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소주와 맥주, 수입맥주 등에 밀려 어려움을 겪는 한국 고유 주류 산업을 지원해 독일·프랑스 수준의 관광·문화 콘텐트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한국 전통 술, 왜 쇠락했나 

한국의 지역 술 문화는 일제강점기에 만든 규제로 크게 쇠락했다. 1934년 조선총독부가 가정용 주류 제조면허 제도를 폐지하면서 일반 가정에서 술을 빚는 행위가 금지됐다. 1916년 가족·친지 등과 마시기 위해 술을 빚는 자가소비용 제조장 수는 30여만 개에 달했지만, 규제 이후 한 곳도 남지 않게 된 것이다. 광복 이후 정부는 새로운 주세법을 제정하고 국세청에 전통주 진흥 업무를 맡겼지만, 상당수 전통주의 명맥이 끊긴 뒤였다.

국세청은 우선 영세한 전통 술 제조업자를 위해 제품 홍보를 지원할 방침이다. 역사가 오랜 양조장 기록물은 물론 술 종류·유래, 어울리는 음식 등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책·리플릿으로 엮어 관공서·관광지·면세점·호텔에 배포하기로 했다. 또 서울·제주·세종 등지에서 전통 술 특별전시회를 연다. 주한 외교관, 국세청 방문 해외 공무원이 한국 술을 체험할 수 있는 양조장 방문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2만여명에 달하는 국세청 공무원이 홍보대사가 돼 전통주를 주변에 소개하는 역할도 담당할 방침이다.

전통주 규제 완화, 어떻게? 

전통주 관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주류통신판매고시에 따르면 전통주 제조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만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다. 국세청은 이 같은 고시를 개정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성인 인증이 가능한 다른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도 전통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전통주 홍보관에서도 시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국세청 훈령을 개정하는 작업도 진행키로 했다.

국세청은 주류 제조에 쓰이는 필수 원료인 효모를 국산화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현재 양조용 효모는 대부분 일본 등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세청 산하 주류면허지원센터은 내년 말 완료를 목표로 국립생물자원관과 국산 효모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가 끝나면 관련 기술을 국내 민간업체에 이전할 계획이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한국의 지역 전통주가 독일 맥주, 프랑스 와인 산업처럼 커지지 못한 데는 과거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며 "해외 주류 진흥 정책 등을 연구해 국내 실정에 맞는 주류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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