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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빼고 다 올라도 이건 싸졌다···캔맥주값 환호한 애주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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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뜨는 수제맥주.. [임현동 기자]

요즘뜨는 수제맥주.. [임현동 기자]

주세법 개정에 술값 얼마나 내릴까 

월급 빼고 다 올라도 올해부터 가격 하락이 확실시되는 상품이 있다. 새해 첫날부터 바뀐 주세법을 적용하는 맥주와 막걸리다. 국세청은 바뀐 법을 적용하면 캔맥주는 1ℓ당 291원, 고급 막걸리(출고가 1만5000원)는 500㎖당 729원의 주세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주류 제조사는 줄어든 세 부담만큼 유통업자·식당 등에 판매하는 술값을 낮출 수 있다. 당장 롯데칠성음료는 연초부터 500㎖짜리 클라우드 캔맥주 출고가격을 기존 1880원에서 1565원으로 16.7% 내렸다. 이인우 국세청 소비세과 주세1팀장은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 맥주와 고급 막걸리의 출고가가 낮아져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제맥주 '4캔 만원' 시작되나 

5일 국세청에 따르면 맥주·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올해부터 주류 가격 기준(종가세)에서 용량 기준(종량세)으로 바꾼 것은 52년 만이다. 1949년 주세법이 제정될 때는 종량세 체계였지만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인 68년부터 주류 소비 억제와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종가세 체계로 바뀌었다.

종가세 체계에선 같은 술이라도 고급 원료, 양질의 주조 공법을 활용해 제품 가격이 오르면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했다. 반면 종량세 기준을 적용하면 가격이 올라도 용량만 같다면 같은 세금을 부과한다. 일반 맥주든 고급 수제 맥주든 같은 세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애주가' 기호에 맞는 다양한 수제 맥주가 싼 가격에 판매될 수 있는 것이다. 도자기 용기에 파는 고급 막걸리의 경우 종가세 체계에선 제품가격에 포함된 용기 비용에도 세금이 부과됐지만, 용량만 따져 세금을 매기면 '도자기값'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수제맥주도 '4캔에 만원' 이벤트나 '호리병 막걸리' 등 고급 탁주들이 대중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주세법 개정에 따른 1ℓ당 맥주 주세 부담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세법 개정에 따른 1ℓ당 맥주 주세 부담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막걸리 제조사 A사의 주세법 개정에 따른 세부담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막걸리 제조사 A사의 주세법 개정에 따른 세부담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산vs수입 맥주 경쟁에 영향은 

세정당국은 또 종량세 도입이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간 '불평등 경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종가세 체계에서 국산 맥주는 제품 출고 시점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다 보니 출고가에 반영된 주류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기업 이윤 등이 모두 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업자가 해외 맥주 제조사로부터 수입한 가격(수입가액)과 관세에만 주세가 붙기 때문에 수입업자의 판매관리비·이윤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맥주 수입업자들은 이 같은 '세 부담 차이'를 이용해 '수입 맥주 4캔에 만원' 마케팅을 대형마트·편의점 등지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입 맥주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을 넓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수입 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4년 6.7%에서 2018년 17.5%로 상승했다. 앞으로 종량세 체계가 되면 국산·수입 맥주 모두 용량을 기준으로 같은 세금이 붙게 된다.

다만 용기를 재활용해 원래 ℓ당 가격이 낮았던 생맥주는 향후 출고가격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세정당국은 앞으로 2년 동안 생맥주에 한해서는 주세를 20% 경감하도록 했다.

수입맥주의 연도별 수입액과 국내 시장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입맥주의 연도별 수입액과 국내 시장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충북 음성군에 있는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사진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충북 음성군에 있는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사진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국세청이 술 산업 활성화 나선다? 

국세청은 주세법 개정을 맞아 주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시행한다. 주류 관련 신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스타트업 등에는 주류 전문가 일대일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소규모 맥주·탁주 제조업자에는 병뚜껑에 상표명·규격(알코올 도수) 등을 표시하지 않아도 주류 출고를 허용키로 했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신제품 개발을 막는 불합리한 규제가 주류 시장에 없는지 검토하고 사전컨설팅, 적극 행정 지원위원회 등을 통해 혁신 제품이 빨리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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