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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도쿄의 버려진 도매 골목은 어떻게 힙플레이스로 부활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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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플랫폼 폴인 fol:in의 스토리북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는 변화하는 부동산·공간 비즈니스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이 스토리북 챕터 3화 〈도쿄 R부동산이 도시를 만드는 법〉는 일본의 유명 부동산 '도쿄 R부동산'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도쿄 R부동산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부동산과 건물에 특징과 스토리를 입혀 가치를 더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순한 중개로 여겨졌던 부동산업에 기획과 디자인 업무를 더한 것이죠. 도쿄 R부동산의 창업가 3인 중 요시자토 히로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편집숍 '도쿄 R 부동산'

안녕하세요. 도쿄 R부동산의 요시자토 히로야 입니다. 도쿄 R부동산은 설계 사무소, 부동산 중개, 툴박스라는 건자재를 파는 숍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3명의 친구가 모여 공동창업을 했죠. 회사는 나뉘어 있지만 서로의 영역을 오가며 함께 또 따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주요 업무는 건축 설계인데요, 이 외에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음식점도 직접 운영하죠. 도쿄 R부동산으로 독립하기 전에 부동산 개발 회사에 다니며, 설계, 공간 디자인부터 개발까지 부동산 전반에 거쳐 일을 했어요.

공간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사람을 과녜인구라 정의하며 활력있는 도시를 만들고 있는 도쿄 R 부동산의 공동 창업가 요시자토 히로야 [사진 중앙일보]

공간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사람을 과녜인구라 정의하며 활력있는 도시를 만들고 있는 도쿄 R 부동산의 공동 창업가 요시자토 히로야 [사진 중앙일보]

저는 사회문제 혹은 비즈니스 상의 문제를 공간과 시스템, 디자인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기획하죠. 신축 설계도 하고, 100년 정도 된 건물 리노베이션도 합니다. 인테리어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그 중 오늘 주제에 맞는 ‘도시’를 키워드로 진행한 프로젝트를 소개할까 합니다.

도시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도쿄 도심부에서 진행한 도쿄 R부동산 프로젝트, 도쿄 주변주에서 진행한 활동, 도쿄 도심부 공간의 활동성을 늘리는 프로젝트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 중, 도쿄 R부동산 프로젝트는 건물이 가진 특성에 초점을 맞춰 매력이 있는 건물을 골라 사진과 아이콘으로 건물의 특징을 소개하는 일입니다. 잡지를 만들듯이 사이트를 운영한다고 이해하면 쉬울 겁니다.

도쿄 R 부동산 사이트, 라이프 스타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집을 연결하는 셀렉 부동산이다 [사진 폴인]

도쿄 R 부동산 사이트, 라이프 스타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집을 연결하는 셀렉 부동산이다 [사진 폴인]

위 사진은 도쿄 R 부동산 웹사이트 사진입니다. 건물의 주변인 계곡인 곳, 발코니가 넓은 건물, 빌린 사람이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집, 레트로한 느낌을 주는 곳, 유명 만화가가 젊을 때 살았던 집,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 신사 안에 있는 건물 등 건물이 가진 특징에 주목하고 알립니다. 업의 본질은 부동산업이기 때문에 기존의 부동산업과 다른 것은 없습니다.

다만, R부동산은 시점을 바꿔 부동산을 새롭게 해석해 소개하는 부동산 중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웹사이트 한 달 페이지 뷰는 약 500만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전역 10개 지역에서 건물들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공공 공간을 소개하는 공공 R부동산이라든가 건자재를 소개하는 툴박스를 운영합니다. 처음 부동산 중개업에서 시작해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도쿄의 버려진 도매 골목은 어떻게 힙플레이스로 부활했나

도쿄 R 부동산은 지난 2003년, 도쿄 동쪽에 있는 지역을 변화시키며 시작했습니다. 당시 도쿄에는 큰 건물이 개발되면서 작은 건물의 공실률이 올라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롯폰기에 모리빌딩이 문을 열며 주변 작은 건물들의 공실률이 올라간 사례가 있죠. 모리빌딩처럼 커다란 건물을 짓거나 재개발을 해 지역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지역을 바꿀 수는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저희는 그 지역을 구성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했습니다. 지역의 세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바꾸면 그 지역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대략적인 CET위치 [사진 폴인]

대략적인 CET위치 [사진 폴인]

저희는 도쿄 동쪽 지역인 'CET'라는 지역을 찾았습니다. 'CET'는 Central East Tokyo에 약자로, 저희가 마음대로 지은 이름이에요. CET는 도쿄 중심부에 있어 교통 여건이 좋으면서도 임대료는 낮았지만, 공실률이 높아 골치를 앓고 있는 지역이었어요. 원래 도매업체들이 주로 모여있던 곳으로 젊은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이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저희는 먼저, 빈 건물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빈 건물을 지도에 모두 표시한 뒤, 다 함께 보러갔습니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실제로 공간을 빌려 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좋은 공간을 발견해 리노베이션하고 친구들과 셰어 오피스 형태로 만들어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함께한 공간은 창고로, 문이 없고 비닐으로만 가려져 겨울에는 바깥보다 추웠습니다. 너무 추워 문이 생기기 전까지 저는 안 갔습니다.

본격적으로 CET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예술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건물에 그림을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등 아티스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어요. 건물주에게는 예술 행사를 하면 건물의 가치가 올라 사람들이 올 거라고 설명해 공간 사용을 허락받았습니다. 행사에는 30개 정도 팀이 참여했고, 눈에 띄고 잘 나가는 사람들의 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2020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 엠블럼을 디자인한 사람도 있는 정도였어요.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많은 사람이 공간을 보았으니 최종적으로 그 공간을 빌릴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사람들에게 건물을 잘 알려 줄 수단이 필요했고, 웹사이트 도쿄 R부동산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벤트와 웹사이트로 사람들이 CET 지역을 많이 찾았지만, 계약 체결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건물도 멋있고 저렴하고 교통도 편리했지만, 좋지 않은 지역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5년간 거의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어요.

최근 10년간 이 건물은 계속 만실이었습니다. 건물이 계속 만실이면서 주변에 가게들이 생겼고 주변 건물의 임대량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지역이 변화하며 새롭게 생긴 ‘Nui’라는 호스텔은 제가 도쿄에서 가장 추천하는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이 지역의 변화는 처음에는 점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면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저희가 한 일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건물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있는 재미있는 사람들을 함께 소개했습니다.재미있는 사람들이 또 다른 재미있는 사람들을 불러왔고, 자연스럽게 지역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이 지역의 이미지가 변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가치가 오르기 시작했어요. 지역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10년 정도가 지나서야 지역이 바뀌었음을 실감합니다.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는 도시재생 전략부터 부동산 개발 트렌드,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공간 콘텐츠 등 새로운 접근으로 도시변화를 이끄는 '프런티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폴인]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는 도시재생 전략부터 부동산 개발 트렌드,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공간 콘텐츠 등 새로운 접근으로 도시변화를 이끄는 '프런티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폴인]

※지금까지 읽은 내용은 전체 챕터의 30% 가량입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컬은 소셜 미션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로컬의 콘텐츠로 변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 서비스로 만든 회사와 중심 인물들을 폴인의 공부 모임 〈폴인스터디 : 라이프스타일의 미래, 로컬에서 찾다〉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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