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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北 핀잔에도 "외교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 더 많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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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질문에 “외교에서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는 표현을 두 차례나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북ㆍ미 관계 대화의 교착상태와 맞물리면서 남북관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가려는 노력은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충분히 잘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추진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외교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국가 간 외교에선 물밑에서 협의 중인 내용이나 형식을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같은 언급을 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이 (지난 8일) 방미했을 때 사전 예정 없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께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꼭 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면서 "물론 (북측에) 전했다"라고까지 설명을 더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을 두고 최근 불거진 미국과 북한의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밝혔는데 도리어 지난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담화를 통해 "끼어들지 말고 자중하라"는 듣기 민망한 핀잔을 들어야 했다. 여기에 김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친서를 직접 전달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친서 전달 사실을 전해 듣지 못 한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한 과정 때문에 논란이 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국무위원장실 간에는 2018년 남북 화해무드 속에 핫라인이 개통됐지만, 청와대에 따르면 실제 정상 간 통화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외에 국정원 채널과 군 채널 등의 비공식 핫라인은 현재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도 대외선전 매체인 '메아리'를 통해 "남조선 군부에는 한·미 군사연습을 놓고 무엇을 결정할 만한 아무런 권한도 없다"며 "변함이 없는 것은 (한국은 미국의) 51번째 주(州)의 처지"라고 비난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아리랑'이 13일 한국을 "미국의 51번째주"라고 비난했다. [사진 아리랑 홈페이지 캡처]

북한 대외 선전매체 '아리랑'이 13일 한국을 "미국의 51번째주"라고 비난했다. [사진 아리랑 홈페이지 캡처]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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