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HBO 드라마로 제작될 전망이다. HBO는 ‘왕좌의 게임’ 등 유명 시리즈를 만든 방송사. 영화 ‘빅쇼트’ ‘바이스’ 등으로 수차례 오스카 수상 경력이 있는 아담 맥케이 감독이 봉준호 감독, CJ ENM과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다.
'기생충' 미국서 드라마로 제작 #'왕좌의 게임' 만든 HBO 협상중
‘기생충’ 투자‧배급사 CJ ENM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HBO와 아직 계약서 사인은 안 했지만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HBO에 판권만 넘기는 게 아니라 봉 감독과 CJ가 유기적으로 제작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아직 드라마화 방향 등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칸영화제 이후 전 세계에서 (리메이크 등에 관한) 엄청나게 많은 제안을 들어왔다”고 전했다. 봉 감독도 당시 칸 현지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을 전했다.
“어제 ‘기생충’ 상영 끝나고 영국이며, 이태리, 홍콩 분들이 오셔서. 이게 지금 자국 상황이다, 자국에서 리메이크하면 딱 좋겠다, 그러더군요. 빈부 양극화란 거창한 슬로건을 걸고 영화를 찍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통하는구나,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구나 생각했죠.”
맥케이 감독이 ‘기생충’ 드라마화에 동참한 건 HBO보다 먼저다. 미국 개봉 전인 지난해 8월 영화를 먼저 본 그는 트위터에 이런 극찬을 남겼다. “오늘 봉준호 ‘기생충’을 봤다. 재밌고, 불안하고, 기념비적이다. 자본주의 추종에 관해 지금껏 만들어진 가장 위대한 영화적 발언이다.”
CJ ENM에 따르면 ‘기생충’의 여러 제안을 검토하던 봉 감독과 CJ ENM이 이를 보고 맥케이 감독을 직접 만나 논의를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HBO가 새로이 합류했다.
9일(현지시간) ‘기생충’ 드라마 소식을 먼저 전한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등도 ‘기생충’ 드라마화에 관심을 가졌으나 HBO가 이를 제쳤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벌처’는 다만,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도 TV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졌지만 제작이 원활하지 않다며 ‘기생충’ 드라마 제작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지난해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전세계 영화상을 휩쓸며 한국영화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3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