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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신화' 통영 케이블카의 굴욕…작년 100만명도 안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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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케이블카 모습. [중앙 포토]

통영 케이블카 모습. [중앙 포토]

‘관광 대박’ 신화를 이끌었던 통영케이블카가 지난해 처음으로 탑승객 수가 100만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영케이블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퉈 해상케이블카 설치에 나섰는데 이런 식으로 우후죽순으로 설치되면 이용자 감소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상케이블카 시대 연 통영케이블카 한해 100만명 깨져 #통영 성공 후 우후죽순 생겨나…지금도 전국 50여곳 추진 #"지자체에 부담만 될 수도…다른 콘텐트와 연계 발전시켜야"

9일 통영시 등에 따르면 통영 해상케이블카는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했다. 사실상 해상케이블카의 서막을 열었다. 첫해 59만514명이었던 탑승객 수는 이후 한해 120만~130만명을 기록하며 ‘성공 신화’를 써나갔다.

2016년 4월 누적 탑승객 1000만명을 넘겼고, 2017년 140만 7181명으로 한 해 탑승객 최고치도 바꾸었다. 그러나 2018년 107만1424명으로 처음으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90만 4324명으로 100만명이 깨졌다. 통영시 관계자는 “사천 등 경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케이블카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탑승객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객 감소는 통영케이블카 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영의 뒤를 이은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송도 케이블카는 2017년 6월 개장한 뒤 반년 만에 95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 120만 명까지 탑승객이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112만 명으로 감소했다.

2014년 12월 문을 연 전남 여수해상케이블카도 탑승객 수만 따로 측정한 2018년 185만명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66만명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시 관계자는 “한 번 이용한 관광객을 다시 오게 하려면 다른 콘텐츠가 결합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탑승객 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케이블카 성공 신화를 써 나갔던 이들 자치단체가 탑승객 수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경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설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거제시와 하동군이 올해와 내년 초를 목표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청군 또한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동의보감촌 주제광장에서 왕산을 잇는 1.87㎞ 구간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를 비롯해 현재 전국적으로 케이블카를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곳은 50여 곳에 달한다.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모습. [사진 부산서구]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모습. [사진 부산서구]

전남 여수 케이블카의 야간 운행 모습. [중앙 포토]

전남 여수 케이블카의 야간 운행 모습. [중앙 포토]

일부 자치단체는 환경 훼손 등의 논란을 빚기도 한다. 2010년부터 시작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소송전까지 치러지며 10년째 갈등을 낳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신불산에 추진 중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20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각 자치단체에 맞는 추가 콘텐츠가 개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케이블카 설치가 계속되면 전국적으로 이용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조우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는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케이블카는 이후 관리에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경쟁력이 없는 자치단체가 무분별하게 유치할 경우 나중에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영=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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