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해 안 되는 정경심 재판 비공개, 또 특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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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에 대한 재판이 또 하나의 기이한 기록을 남겼다. 공판 준비 기일인 이날 재판이 판사 재량으로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방청객과 취재진은 법정에 들어가지 못했다. 법원은 “공판 절차의 진행이 방해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민은 의아하기만 하다. 왜 하필 정씨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서는 전례 없던 일이 이토록 반복되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 법원이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정보가 노출될 수 있거나, 성폭력 사건 등에서 피해자의 2차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등을 막으려는 예외적인 경우다. 입시 비리에 연루된 표창장 위조,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한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 혐의 중 어느 것이 국가 안위나 선량한 풍속 등을 해칠 염려가 있다는 말인가.

형사소송법도 헌법정신에 따라 공판 준비 기일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재판부 결정에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앞선 재판에서도 이례적인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비공개 결정은 타당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검찰은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고 공판조서에 주요 발언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항의했고, 판사와 검사가 법정에서 고성을 주고받았다. 검사는 ‘편파 재판’을, 재판장은 ‘검찰의 조직적인 언론 플레이’를 비난한 초유의 사태였다.

검사와 피고인이 당사자로 다투는 형사 법정에서 판사는 피고인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정권 실세인 전 법무장관의 부인이 수사와 기소, 재판에서 끊임없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면 어느 때보다 원칙을 유지해야만 재판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

정씨는 검찰 조사 때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출두를 할 수 있었고, 공개소환 뒤에는 한동안 얼굴이 가려졌다. 구속된 이후엔 건강 상태를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하거나 불출석했다. 공소 제기 이후엔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런 대접을 받는 피고인이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만에 하나 정치적인 이유로 정씨가 일반 피고인이 상상도 못할 대접을 받는 것이라면 사법 신뢰의 공든탑은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점을 법원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