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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카를로스 곤의 확률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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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1%보다 높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1%라면 매우 낮은 확률에 속한다. 100번 가운데 1번 나올 정도의 ‘가능성’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확률과 게임 이론’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구조다. ‘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사건(event)의 실험 횟수를 무한히 늘려 극한도수(limiting frequency)에 접근시킬 때 나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주사위를 굴려 특정 숫자가 나올 확률이 16.67%인 것과 같다.

확률 얘기를 꺼낸 건 ‘희대의 탈주극’을 벌인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8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형사사건 유죄율은 99.4%이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일본 검찰은 하루에 수 시간씩 변호사도 동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백을 강요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일본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나올 확률은 99%가 넘는다. 한국 형사소송법은 심급별로 구속기간 연장의 제한이 있지만, 일본 형사소송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일본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10여년 전까지 99.9%를 자랑(?)했는데 ‘인질 사법’이란 비판이 제기되면서 최근엔 97% 정도로 떨어졌다. 웬만하면 구속되고, 구속되면 나오기 힘든 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2월 ‘카를로스 곤이’ ‘일본의 정의와 맞닥뜨리다’란 칼럼을 통해 “99%의 유죄율과 자백 없이 보석 허가를 내주지 않는 일본의 사법시스템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한다”고 썼다.

민간군사기업까지 동원한 탈주극의 확률이 1%보다 높다면 여기에 ‘배팅’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곤이 게임이론을 공부했거나 ‘수학적 기대’를 계산해 탈주를 결심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15년형이 유력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쉽게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형사사건 무죄율이 10%를 넘나드는 미국이나 유럽 입장에서 한국의 사법시스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공수처법이 통과돼 검찰의 기소독점권한이 무너졌지만 과연 시스템만으로 ‘선진 사법’이 구현될진 의문이다.

참고로 한국의 형사사건 무죄율은 3%쯤 된다. 그래도 일본보단 세 배나 큰 확률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