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동조치 안 하고 문서엔 거짓말…구속기로 선 세월호 해경 간부들은 그때

중앙일보

입력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충분한 초동 조치를 하지 않아 많은 승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석균(55)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6명의 구속 여부가 8일 가려진다. [연합뉴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충분한 초동 조치를 하지 않아 많은 승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석균(55)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6명의 구속 여부가 8일 가려진다. [연합뉴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쯤 전라남도 진도군 맹골수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전날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이 배 안에는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등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해경선과 헬기가 투입되고 인근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민들까지 도왔지만 303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다쳤다. 바로 세월호 참사다.

사고 발생 5년 9개월 만인 2020년 1월 6일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은 김석균(55) 당시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수뇌부 6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해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됐다. 재판부는 이날 유가족의 참여를 허용했다. 심문 종결 시점에 유가족 대표가 법정에 출석해 직접 구속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심사 전 과정에 대한 방청은 허용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은 8일 법원에 출석하며 “저로 인해 유가족들의 그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달래질 수 있다면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 급박한 상황에서 저희 해경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씀을 꼭 올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는 요청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다른 5명의 간부는 모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영장 심사받는 6인, 참사 당시 구조 지휘 책임자들

김 전 해경청장 등 해경 전·현직 지휘부 6명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지휘를 관할하는 책임자였다. 검찰은 이들이 제때 하선 명령을 내리지 않는 등 구조에 필요한 지휘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김 전 해경청장은 해경의 구조·구난을 책임지는 총 책임자였다. 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은 사고 직후 초동조치 등 구조 활동을 조정·통제하는 자리였고,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최초 현장에 출동한 123정 출동 지시 등 현장 구조 활동을 총괄했다. 이른바 지휘라인이다.

이들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A 해경청 경비국장과 B 해경청 경비과장은 김 전 청장이 현장 상황을 잘 보좌할 수 있도록 돕는 참모 라인이었다. C 서해청상황담당관은 상황실에서 김 전 서해청장의 구조 활동 업무를 보좌하는 참모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해양경찰청에선…  

2014년 4월 16일 구조 당시 모습[중앙포토]

2014년 4월 16일 구조 당시 모습[중앙포토]

감사원의 세월호 감사결과에 따르면 김 전 청장 재임 당시 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고받자마자 선장 등과 직접 교신해 현장 상황을 신속·정확하게 파악한 뒤 초동대처에 나서야 했다. 현장에 도착한 헬기나 123정 등에도 승객들을 탈출시키도록 지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청장과 A 국장 등은 현장에 최초 도착(오전 9시37분)한 123정을 통해 긴급한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다른 지역 해양경찰청 등에 전파하지 않았다. 123정장에게 “보고하라”고 했을 뿐 선내 진입이나 승객탈출 유도 등 구체적인 지시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문자를 수신할 장비가 없는 123정에 문자전송시스템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은 응급 상황에 있던 학생 대신 헬기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가 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도 받는다. 다만 현재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에는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서해해양경찰청에선…  

해경 매뉴얼에 따르면 해상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구조를 위해 경비함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황을 확인하고 구조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C 서해청 상황담당관은 세월호의 침몰 정도, 승객대피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선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 내용을 김 전 서해청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 김 전 서해청장은 탑승객 수 등 조난 선박의 상황 등을 잘 파악하고 목포해양경찰서가 제대로 현장 지휘를 하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로 인해 특공대는 우물쭈물하다가 신고 접수 40분이 지난 오전 9시35분경 해양경찰서 전용부두로 갔다가 뒤늦게 전남지방경찰청 헬기를 지원받아 현장으로 이동했다. 또 현장에 출동한 헬기에 세월호 탑승 인원 등을 전달하지 않아 헬기들은 선내에 승객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배 밖에 나와 있는 이들만 구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선 명령 내렸다” 허위 자료 작성 의혹

전남 목포신항만 세월호 앞에서 추모객들이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전남 목포신항만 세월호 앞에서 추모객들이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허위공문서작성과 행사 혐의도 받는다. 목포해양서는 감사원에 “김 서장이 당시 123정에 퇴선 명령을 내렸다”는 취지의 문서를 보고했다고 한다. 검찰은 허위 내용이 담긴 이 문서를 김 서장이 직접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개입한 윗선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했다.

지금까지 세월호 구조 실패를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물은 건 목포해경 123 정장 김모 전 경위가 유일하다. 그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 문서를 작성한 혐의 등이 인정돼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6인에게 적용된 혐의와 같다. 지난해 11월 해경 지휘부를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가영·최모란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