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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더 쓰고 '세금 경제' 빨간불···국가채무 첫 700조 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랏빚이 쌓여가고 있다.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가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겼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1∼11월 기준으로 지난해에 사상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다. 재정 씀씀이는 큰데, 세금은 덜 걷히고 있는 탓이다.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세금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획재정부 한재용 재정건정성과장(왼쪽)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 세종청사에서 재정 동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기획재정부 한재용 재정건정성과장(왼쪽)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 세종청사에서 재정 동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기획재정부가 8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관리재정수지는 45조6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2011년 관리재정수지 월간 통계 공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 4대 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수치다. 정부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영향으로 지난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2조3000억원(추가경정예산 기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미 11월에 예상치보다 더 많은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1∼11월 통합재정수지는 7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10조1000억원) 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이다.

나랏돈은 많이 쓰는데 세금이 덜 걷히고 있는 게 재정 적자 폭을 키우는 원인이다. 지난해 1~11월 총지출은 443조3000억원이다. 1년 전 같은 기간 47조9000억원을 더 썼다. 반면 같은 기간 국세 수입은 27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보다 3조3000억원이 덜 걷혔다. 법인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의 세금이 1년 전보다 덜 걷혔다. 연간 세수 목표 대비 실제 걷힌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지난해 11월까지 93.8%를 나타냈다. 전년 같은 기간(95.3%) 대비 1.5%포인트 줄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가채무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704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이 증가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난 탓이다. 정부는 다만 12월에 국채를 일부 상환하기로 돼 있어 국가채무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는 지지부진한데 나랏빚만 늘어나는 현상은 ‘적극 재정 → 경제 활성화 → 세수증대’라는 정부의 목표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경기를 부양한다고 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린 조치가 오히려 경기 활성화를 가로막고, 세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8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 것 같지만,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이익을 줄여 오히려 세수에 악영향을 준다”며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해야 경기가 활성화되고, 장기적으로 세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규모가 큰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적극적인 감세 조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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