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 기로의 헝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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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다페스트=배명복 특파원】6일 개막되는 헝가리사회주의노동자당 (공산당)임시 당 대회는 헝가리 공산당의 장래는 물론, 앞으로 헝가리가 지향할 노선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헝가리 공산당은 크게 개혁·보수·중도로 삼분돼있다. 개혁파는 헝가리의 정치· 개혁을 더욱 가속화, 정치적 다원주의화와 시장경제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헝가리 공산당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서유럽식 사회당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보수파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사수를 결의, 개혁파의 주장에 완강한 반대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중도파는 물론 이들 양자의 중간입장을 취하고 있다.
3개 파벌을 인물구성으로 보면 개혁파에 니에르슈 당의장, 포츠가이 국무장관, 네메스 총리가 포진하고 있고, 보수파엔 야노슈 베레츠 전 정치국원, 그리고 중도파엔 그로스 당 서기장이 있다.
이들 3파의 분열은 현재 당내 뿐 아니라 당 외로까지 확산되고 있는데 포츠가이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지지자들로 「민주헝가리운동」이란 정치단체를 구성했고, 베레츠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조직인 「뮤니히 페렌츠협희」를 조직, 개혁에 신중한 당내 중견 및 하급당원들을 목표로 파고드는 등 치열한 장외전을 벌이고있다.
그 동안 헝가리 정치는 지난해 5월 그로스 서기장체제가 들어선 이래 계속 개혁파 우세의 페이스를 유지해왔고, 드디어 지난 6월4인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면서 4인중 3인을 개혁파가 차지함으로써 완전한 개혁파 우위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그것은 개혁파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 개혁추진 방법을 놓고 의견대립이 생긴 것이다.
급진개혁론자인 포츠가이는 헝가리를 완전한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공산당은 1당 독재를 청산, 서구식 사회민주주의 정당으로의 탈바꿈을 표방하고 다가오는 선거에 패배했을 경우 야당이 될 각오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니에르슈는 보다 온전한 입장이다.
또 니에르슈가 차지하고있는 당의장이라는 입장이 당의 분열을 막아야 하는 처지라 온건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포츠가이의 입장은 강경 일변도로 만약 이번 임시 당 대회에서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대통령후보 사퇴는 물론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당 대회 결과 여하에 따라 헝가리 공산당은 이분, 또는 삼분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 같은 내분을 겪고 있는 데다 밖으로도 헝가리 공산당은 현재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다. 최근 들어 공산당의 퇴조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데 매월 약1만 명의 당원이 당적을 버리고 탈당하고 있다.
또 지난 7월말 실시된 지방보궐선거에서 목사출신 야당후보가 70%의 압도적지지로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4명의 야당후보들이 잇따라 당선되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금 당장 선거를 실시할 경우 공산당이 얻을 수 있는 표는 25%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헝가리에는 폴란드의 자유노조와 같은 강력한 야당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헝가리의 야당세력 중 가장 세력이 큰 헝가리 민주광장(HDF)이 겨우 2만여 회원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정치상황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문제다. 헝가리는 지난 68년 동유럽국가 중 가장 먼저 경제개혁을 실시, 개혁의 모범국가처럼 돼 있으나, 70년대 말부터 수입원자재 가격 앙등, 무역수지악화 등으로 경제가 침체, 그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1백80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는 국민 1인당 외채가 동유럽국가에서 가장 많으며, 현재 국민소득은 지난 73년 수준을 밑돌고 있을 정도다.
개혁이냐, 아니면 보수냐를 결정짓는 이번 헝가리 공산당 임시 당 대회는 그런 의미에서 헝가리 정치에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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