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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댓글 테러'당한 금태섭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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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신년 인사 문자메시지를 자신의 지지자들과 일부 당원들에게 보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당론과 달리 공수처법에 ‘기권’ 투표한 후 이틀만이다. 금 의원은 이어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겨울은) 춥기만 한 계절이 아니라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계절”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은 문맥상 추운 겨울이 ‘나쁜 날씨’라고 여겨지지만 다가올 봄을 기다릴 수 있다는 점에선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로 볼 수 있다는 일상적인 문구다. 하지만 그 이면엔 자신의 공수처법 기권 투표 결정에 대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용구를 통해 공수처법 기권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생각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금 의원은 또 “정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금 의원은 공수처법에 대해 줄곧 “시간을 두고 깊이 논의·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수처가) 사법부의 독립성이나 정치인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금태섭

금태섭

금 의원은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진 후 당 안팎의 비난과 비판이 쇄도했다. 개인 SNS엔 민주당 열혈 지지자들이 이른바 ‘댓글 테러’에 나섰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서 금 의원을 비난하는 수백개의 게시글이 쌓였다. 동료 의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정당 조직이라는 것은 당론으로 결정된 이상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상당히 유감스럽다”(백혜련 의원)는 비판에 더해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론을 어기고 독자 노선을 택한 것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 검토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 표결’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당 지도부가 나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금 의원은 당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속한 금 의원은 “올해는 21대 총선이 치러지는 중요한 해로, 총선기획단으로서 맡은 직책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민주당 집권 후반기의 추진력을 더하고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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