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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당’ 이름 뺏길 위기…고민 깊어진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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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비례민주당’이 결국 나오긴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격돌직전 정의당 등 군소정당을 향해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비례민주당’을 만들테니 법안통과에 협조하지 마라”고 호소했다. 반은 맞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비례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결성 신고를 공고했다. 다만, 이 ‘비례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중앙정치 무대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박병수씨를 대표로 한다. 창준위 소재지는 서울시 구로구. 선거법 개정안 통과 하루전인 지난 26일의 구로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들어졌다.

무명 인사 창준위 공고, 선관위 허용

이미 민주당도 ‘수상한’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민주당은 “비례민주당이 ‘민주’라는 이름을 따서 덕을 보려는 불순한 의도로 설립됐다”면서 선관위에 사용 불허를 요청했다. 정당법은 ‘유사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기존에 등록한 정당이 사용 중인 이름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비례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이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동일한 단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총선을 앞둔 ‘이름전쟁’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원외 ‘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비슷한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민주당은 안철수 전 의원과 손을 잡으면서 한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이란 당명을 사용했다. 안 전 의원이 탈당하자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꾸려했으나 김민석 전 의원(당시엔 결별상태)이 이미 ‘민주당’이란 이름을 ‘찜’해놓은 상태였다. 양측은 법정까지 갔다. 당시 서울 남부지법은 “역대 정당명에 ‘민주’라는 단어가 줄곧 사용되어 왔고 공존하기도 했다”며 “유사명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관위 판단도 남부지법과 비슷하다. 다만 선관위는 앞으로 해석이 바뀔 여지는 남겼다. 정당 등록을 위해선 ▶창준위 결성 공고 ▶5개 이상 시·도당 창준위 결성 ▶중앙당 등록 신청의 절차를 거친다. 현재 비례민주당은 첫 번째 단계만 넘었다. 두번째 중앙당 등록 신청 단계에서 ‘유사명칭’ 여부를 다시 판단하겠다는 것이 선관위 입장이다.

한국당도 이미 제3자가 ‘비례한국당’이란 이름을 선점해 버려 비례위성정당 작명에 고심중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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