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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 더 뜨거워진 감자-3야 공조여파 정국 쟁점 재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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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3당의 공조회복으로 5공 청산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면서 정호용 의원의 거취문제가 또다시 핵심적인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야권공조 회복과 백담사측 압력사이에서 해결책마련에 부심하는 민정당내에서는 정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는데 겉으로는 사퇴반대의 종전입장을 고수하고는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여러가지 대안을 강구하는 눈치다.
또 야당측도 전두환씨의 증언보다는 정의원 사퇴쪽으로 초점을 모으는 분위기여서 정 의원문제로 또 한바탕 파란이 일 것 같다.
○…연내 5공켕산 일방종결방침을 세웠던 민정당이 안팎의 사정이 변화함에 따라 당초방침을 크게 바꾸는 기색이다.
증언을 둘러싸고 전씨측의 공공연한 불만이 쏟아지는 등 백담사측의 압력이 한층 거세지고 있는데다가 여권내부에서 일방종결선언이 제대로 먹힐지, 않을지 모른다는 회의론이 등장하고있기 때문.
더욱이 야3당 공조체제가 재 가동될 가능성을 보이면서 그동안 공안정국을 이끌면서 누려온 이이제이의 득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백담사쪽의 재촉이 잦아진 이상 초점은 당연히 야권이 조건으로 내세운 정호용씨 문제에 맞추어지게 된 것이다.
이 달 중순으로 예정된 야3김 회담에서 5공 청산카드를 무엇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있을 수는 있으나 정 의원 사퇴가 3당의 공약수로 굳어지는 경우를 생각해서도 민정당으로 서는 이 문제가 우회할 수 없는 벽으로 다가셨다고 보는 것 같다. 민정당은 당직 개편 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강구해왔다.
당직 개편 때부터 민정당의 새로운 5공 카드는 정 의원 사퇴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돌았고 그런 추측이 사실로 나타나는 조짐들이 엿보이고 있다.
최근 민정당 당직자 회의에서 정 의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소식들이 흘러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민정당 지도부는 광주사태와 정 의원 문제를 직접 연관시킬 경우에는 정 의원이 완강히 반대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 정 의원 문제를 광주문제와는 분리시키고 여론조성을 통해 정씨 본인에게 압력을 가중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 스스로 결심토록 한다는 방법인 셈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은 노태우 대통령의 의중. 지난 달말 민정당 고위당직자가 5공 청산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에 모종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거취문제에 관한 정호용 의원의 태도는 여전히 완강하다.
미주지역 공관에 대한 10박11일간의 국정감사를 마치고 3일 오후7시40분 귀국한 정 의원은 자신의 부재중에 또 공직사퇴 문제 등이 흘러 나돈데 대해 몹시 불쾌한 표정. 그는 『이번 회기 중 국회에서 신상발언(사퇴 등) 할 의향이 있느냐』는 등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한 질문에 『그럴 생각 없다』고 갈라 말했다. 정 의원은 또 『나는 변함이 없다』 『정치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왔다갔다하지도 않는다』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확고한 입장을 강조했다.
공항 영접실에서 윤길중(민정)· 문동환(평민) 의원 등 동료 감사반원들과 머무른 시간도 불과 5분여 정 의원은 기자들의 잇단 질문공세에도 『더 할말 없다』며 다소 굳은 표정으로 총총히 귀가 길에 올랐다.
그동안 정 의원은 『내 책임은 서열로 따지자면 백한번째쯤될 것』 『내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나를 뽑아준 유권자(대구 서갑구) 들에 대한 배신행위』 등의 말로 정치적 희생양 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광주 청문회 등을 통해 여론의 표적이 되기는 했으나 광주사태당시의 군 지휘계통상 책임도 없고 전술교리 면에서도 별 하자는 없었다는 것이 정 의원 즉 논리.
그는 자신에 대한 여권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눈치인데 새외공관감사 때문에 출국하기 앞서 『내가 없을 때 또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다는 것.
정 의원 측에서는 이를 여권내부의 세력다툼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 의원 문제는 본인의 반대도 반대지만 정 의원이 군부의 지지와 대구·경북지방의 여론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정 의원은 그동안 대구지역 등의 지구당개편대회에 꾸준히 참석, 여론 조성에 힘써 왔으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 국민여론으로 자신을 몰아내려는 시도에 맞불로 대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 의원은 이와 함께 민정당 및 여권외곽에 자신의 세력을 적극 규합하고 있다.
○…민정당은 물론이거니와 야권, 특히 양 김씨 개인에게도 연내 5공 청산은 매우 절박한 과제.
여권의 공안정국 압력을 역전시키는 구체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할 뿐 야니라 최근 정계의 세대교체론과 함께 3금에 대한 당 내외 압력이 가증 되고 있어 5공 문제가 더 이상 지연되면 당내 통솔력 유지마저 의심스럽게 될 지경이다.
야당내부에는 전직 대통령의 증언에 더 비중을 둘지, 아니면 정 의원 등 핵심처리에 비중을 둘지에 대해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나 평민당 측의 정 의원 사퇴주장이 워낙 완강한 만큼 다른 두 야당도 평민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정 의원 문제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전두환씨의 증언자체는 여야모두 그 잠재적 폭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뇌관을 피해 가자는 의미에서 정호용씨로 무게 중심이 쓸리는 면도 있다.
정 의원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견되는 속에 이번 야3김 회담이 그의 사퇴 추진에 공식 합의할 경우 당분간 정가는 일대파란의 연속으로 점철될 듯 하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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