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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잔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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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름 한낮 해님의 혼인잔치가 벌어졌다. 숲 속의 짐승들은 괜히 기뻐하며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좋아했다. 개구리들도 덩달아 축배를 들고 껑충댔다. 이런 광경을 보다못해 어느 개구리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 바보들아, 너희들이 뭐가 좋아 그 야단이냐. 해님은 하나만 있어도 연못물을 바싹 말려 버릴 수 있는데, 해님이 결혼해 아기까지 낳으면 우리는 어디서 살라는 말이냐.』
이솝이 어느 권세 좋은 왕의 결혼식에 백성들이 분수도 모르고 흥청대는 것을 보다못해 이런 우화를 남겨놓았다.
요즘 우리야말로 누구의 결혼식도 아닌데 괜히 흥청대는 것 같다. 엊그제 경제기획원 조사 통계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의 가계동향을 보면 이 속의 바로 그 우화가 생각난다.
올해 2· 4분기의 경우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26% 늘었는데 지출은 33% 늘었다. 개인교통비의 경우는 무려 3백 27%나 늘었다. 외식비 또한 72% 늘었다. 개인교통비 속엔 마이카가 포함된다. 지출이 왜 늘어났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요즘 과소비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자기반성의 소리도 그 속엔 들어있다. 그러나 우리는 겉으로 나타난 과소비만 걱정하고, 그것을 부추긴 원인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같다.
사실 오늘의 과소비는 정부가 앞강 서서 권장한 면도 없지 않다. 첫째는 놀고 보자는 풍조다. 정부는 휴일을 너무 헤프게 풀어놓았다. 휴일은 곧 나들이요, 나들이는 드라이브요, 드라이브는 자가용 자동차다. 수입은 나중 일이고 먼저 자동차부터 사고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해외여행 자유화 역시 그렇게 무작정 푸는 것이 아니다. 관광도 수지타산에 따라 관광수입이 느는 만큼 해외여행을 풀어놓는 것이 우리의 형편에 맞는 일이다. 수입자유화 역시 마찬가지다. 수출을 보아가며 수입을 늘릴 궁리를 했어야 마땅하다. 한때 수출이 천장부지로 늘 때만 생각하고 수입시장을 열어놓은 결과는 무엇인가.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눈 먼 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하루아침에 횡재한 사람들이 하는 일은 과소비밖엔 없다.
결국 오늘의 과소비는 자업자득이다. 정부는 지금도 늦지 않다. 정책의 도덕성도 좀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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