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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 반발력 감소와 FA의 투고타저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타자들이 계약이 특히 지지부진하다. 2019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였던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이 스토브리그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LG와 4년 40억원에 계약한 오지환. [뉴스1]

LG와 4년 40억원에 계약한 오지환. [뉴스1]

2020년 FA로 공시된 선수는 19명. 이 가운데 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27일 기준으로 6명에 불과하다. 올 겨울 '빅4'로 평가 받았던 FA는 내야수 오지환(29), 안치홍(29), 김선빈(30), 외야수 전준우(33) 등이다. 나이와 기량으로 보면 '대박'을 기대할 만한 선수들이다.

이 가운데 오지환만이 지난 20일 원 소속팀 LG와 계약했다.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6억원)의 조건. 협상 여론전에서 밀린 오지환이 "계약을 백지위임 하겠다"며 물러났다. 때문에 LG의 제시안이 그대로 계약서에 들어갔다. 적잖은 팬들은 오히려 '오버페이'를 했다고 아우성이다.

계약이 더 늦어지고 있는 안치홍과 김선빈, 전준우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원 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이 이들과 협상하는 것 같지 않다. 경쟁이 없으면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 시간은 구단 편이다.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48홈런을 때린 KIA 안치홍. 올해는 부상과 공인구 반발력 저하 탓에 장타력이 줄었다. [뉴스1]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48홈런을 때린 KIA 안치홍. 올해는 부상과 공인구 반발력 저하 탓에 장타력이 줄었다. [뉴스1]

FA 계약은 선수 수급과 시장 분위기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빅4 모두 내심 70~80억원 수준의 계약은 기대했을 것이다. 3년 전 4년 50억원을 받고 두산에 잔류한 김재호(34), 2년 전 4년 80억원을 받고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외야수 민병헌(32)이 이들의 기준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협상의 주도권(수급과 여론)이 구단에게 있는 이상, 선수들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파 수준의 FA 시장에서 그나마 투수들은 수요가 있다. 정우람(34·한화·4년 39억원), 송은범(35·LG·2년 10억원), 진해수(33·LG·2+1년 14억원) 등은 투수로서 적지 않는 나이인 데도 괜찮은 계약을 했다.

이지영(키움·3년 18억원)의 포지션이 수비 비중이 큰 포수라는 걸 감안하면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진 타자 계약은 오지환과 유한준(KT·2년 20억원)뿐이다. A급이 아닌 FA 타자들의 이름값도 묵직하다. 한화 김태균과 이성열, NC 박석민과 김태군, SK 김강민 등이다. 오주원(키움), 윤규진(한화), 손승락·고효준(롯데) 등 투수들도 물론 있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타자들이 고전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공인구 반발력 감소다. 2014년 시작된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은 지난해 경기당 홈런이 2.44개나 나오며 심화했다. 이 과정에서 타자들의 FA 대박도 꽤 많이 터졌다. 타자들이 지나치게 득세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공인구의 반발력을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한화 마무리 정우람(왼쪽)은 두 번째 FA 계약을 하면서도 4년 39억원이라는 좋은 대우를 받았다. [연합뉴스]

한화 마무리 정우람(왼쪽)은 두 번째 FA 계약을 하면서도 4년 39억원이라는 좋은 대우를 받았다. [연합뉴스]

덕분에 올해 홈런은 경기당 1.41개에 그칠 만큼 1년 만에 극적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35명이 20홈런 이상 쳤고, 그중 11명이 30홈런, 5명이 40홈런을 넘겼다. 올해는 홈런 20개 이상 때린 타자는 11명, 30개 이상은 박병호(키움·33개)뿐이다.

거의 모든 타자들의 성적이 1년 만에 급락했다. 올해 FA가 된 타자들도 예외가 없었다. 계약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직전 시즌' 성적이 떨어졌으니 협상의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

많은 야구인들이 공인구 교체를 찬성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야구가 너무 많이 변한 게 문제다. 그 변동성이 계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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