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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노미’ 커지는데…현실은 저소득·저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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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급증하는 1인 가구를 위해 정부는 주거·사회·복지·산업 종합 대응 전략을 내년 중 수립할 계획이다. ‘가족실태’ 조사 때도 1인 가구를 넣기로 했다. 서울 신촌의 한 1인전용식당. [뉴스1]

급증하는 1인 가구를 위해 정부는 주거·사회·복지·산업 종합 대응 전략을 내년 중 수립할 계획이다. ‘가족실태’ 조사 때도 1인 가구를 넣기로 했다. 서울 신촌의 한 1인전용식당. [뉴스1]

롯데백화점은 전국 주요 매장 식품관에 ‘한끼밥상’ 코너를 운영한다. 한우·돼지고기 등 정육을 100g 단위로 소포장해 판매한다. 갈치·가자미 등 수산물도 토막으로 판매하고 조개·새우 등 탕이나 찌개류에 들어가는 재료는 소량으로 판다. 서울 소공동 본점에는 음식을 고른 후 서서 먹을 수 있는 ‘스탠딩 바’까지 개장했다. 롯데쇼핑 측은 “혼자서 식사를 챙겨야 하는 1인가구, 혼밥족 등을 겨냥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가족가구 추월, 주류된 1인가구 #간편식·소형가전 1인시장 급성장 #배달·렌탈 새로운 플랫폼도 키워 #절반이 임시직 월 200만원미만 36% #빈곤 확산, 저출산 악화 그림자도

KB국민은행은 혼자 사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KB 1코노미 스마트 적금’을 내놨다. 여가생활부터 공과금 납부 등 혼자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1인가구의 특성을 반영해 각종 생활 서비스와 이와 관련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달 음식 주문·결제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도 나오는 등 금융권에서는 1인가구 맞춤형 금융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1인가구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인가구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산업계의 소비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인 ‘1코노미’·‘혼코노미’라는 말이 일상화될 정도다. 26일 통계청의 ‘장래가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2011만6000 가구 중 1인가구는 29.8%로 처음으로 ‘부부+자녀’ 가구(29.6%)를 넘어선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올해부터 1인가구가 전국적으로 가장 주된 가구유형이 된다”고 말했다. 1990년 9.0%였던 1인가구는 2047년에는 37.3%까지 늘 것으로 예측됐다.

1인 가구 소득별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인 가구 소득별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추세에 맞춰 산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들을 위한 소용량 제품이나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프리믹스·밀키트 제품을 내놓고 있다. 덕분에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7%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전들의 소형 제품 인기도 두드러진다. 이마트가 1~2인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가전제품의 올해 11월까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0%가량 증가했다. 라면포트, 샌드위치 메이커, 멀티 그릴, 1구 토스터 같은 이른바 ‘혼족 가전’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40㎡ 정도의 소형 면적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 부회장(단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1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배달 수요 급증은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플랫폼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가격 부담이 적은 ‘대여’를 선호하는 이들의 취향은 ‘렌털’ 시장이 커지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다인 가구보다 만족감 떨어지는 1인 가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인 가구보다 만족감 떨어지는 1인 가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이를 단순한 트렌드로 치부하기에는 그림자도 짙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1인가구 세 가구 중 한 가구(35.9%)는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다. 소득 100만원 미만이 11.3%였으며 100만~200만원 미만은 24.6%로 집계됐다. 상용직 임금근로자는 절반(53.2%)에 불과했으며, 임시·일용직근로자가 25.8%, 비임금근로자가 21%다. 1인가구의 주관적 만족감도 23.3%로 다인가구(30.8%)보다 낮다.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소득이나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다.

사회안전망의 출발이 가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어려움은 그대로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1인가구 지원” 대통령도 나섰지만 역차별 우려

고령자 1인가구를 중심으로 한 빈곤층의 확산, 고독사 증가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1인가구에서 나오는 하루 평균 쓰레기양은 207g으로, 4인 가구에서 발생하는 1인당 쓰레기양 103g보다 많다(환경부 ‘4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며 쓰레기 배출량 증가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특히 1인가구 증가세가 미혼율 상승에 따른 출산율 하락 등과 함께 나타나면서 부정적 시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기존 4인 가구 기준이었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1인가구 패키지 대책’을 지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1인가구 증가는 경제 발전의 성숙기에 접어든 국가에서는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유럽·일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1인가구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사실상 전무하다. 예컨대 연말정산과 같은 세제 혜택은 물론, 주택청약 등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다. 정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거주 자금은 주변을 통해 일부 도움을 받고 있으나, 은퇴 자금·생활비·질병 치료자금 등 다수의 경제적 문제에 대한 도움은 없다시피 하다”며 “이들이 스스로 경제적 우려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인가구 지원이 일반 가구에 대한 역차별을 부르거나, 저출산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복지 정책을 살펴보면 핵심 정책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1인가구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결혼을 계속 미루는 결과로 이뤄져 인구 감소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박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족’의 개념이 예전과 달라진 만큼, 생계를 함께하는 다양한 공동생활체를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유연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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