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남석유화학 폭발사고 … 1명 사망 7명 중화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3일 오후 6시5분쯤 전남 여수시 중흥동 여수산업단지 내 호남석유화학 제1공장 폴리에틸렌(PE) 3공정 생산라인에서 폭발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공장 직원 이광호(40)씨가 숨지고 문병관(43)씨 등 일곱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서울 한강성심병원 등으로 옮겨진 문씨 등 3명은 심한 화상으로 중태다. 숨진 이씨 등은 불이 나자 소화기를 들고 달려가 불을 끄던 중 지름 30㎝.길이 1m 크기의 중합기(반응기)가 폭발하면서 변을 당했다.

인근 제일모직 직원 이모(41)씨는 "공장 안에서 서너 차례 소규모 폭발음이 들린 뒤 땅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폭발이 뒤따랐으며 불기둥이 20m 이상 치솟았다"고 말했다. 불은 3시간 후인 오후 9시쯤 진화됐다.

이날 폭발로 공장 주변 주택가와 아파트 유리창이 깨지고, 이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또 공장 주변 중흥.두암.평여 마을 1천5백여명의 주민이 4㎞쯤 떨어진 여수시청과 흥국체육관으로 긴급 대피하는 등 불안에 떨었다. 여수산단과 여수 시내는 한동안 유독가스를 품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불이 나자 여수산단.순천소방서에서 소방차 80여대가 출동했으나 폭발에 따른 불똥과 파편이 1백m나 날아가고 짙은 유독 가스로 화재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인근 공장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장 주변에 방화벽을 설치해 놓고 진화작업을 했으며, 다행히 우려했던 연쇄 폭발은 발생하지 않았다.

7백2만평의 대지에 LG칼텍스정유.남해화학.호남석유화학.금호석유 등 7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여수산단은 유독 물질을 취급하는 대형 화학업체가 많은 데다 상당수가 1970년대에 지어진 낡은 공장들이어서 주민 사이에는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이날 화재가 난 호남석유화학 공장은 2001년 10월에도 폭발 사고로 네 명이 숨졌다. 이에 앞서 2000년 8월에는 호성케멕스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여섯 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으며, 89년 10월에는 럭키화학 공장 폭발로 16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빚었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가 PE의 주성분인 헥산이 높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반응기에서 누수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으나 호남석유화학 이정표 여수공장장은 "직원들이 냉각기 등을 청소하다 스파크가 일어나 인화성이 강한 잔류 가스에 옮아 붙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은 7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센터(NCC)를 보유하고 PE.에틸렌글로겔(EG).BTX(벤젠.톨루엔.크실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날 불로 PE 가공 공장 1천6백50㎡가 전소돼 재산 피해는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호남석유화학은 LG화재에 장치설비(플랜트) 5억달러, 사무실 등 부대설비 6백60억원의 보험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구두훈.천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