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가계대출 협의회' 8월 발족 "질서회복" vs "관치금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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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이냐, 시장질서 자율 회복이냐-.

금융감독원이 은행들과 공동으로 가계대출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협의체를 발족하기로 하자 금융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26일 금감원 간부와 시중은행 임원들로 구성된 '가계대출 제도 및 관행 개선 협의회'를 8월부터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과 감독 당국의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금감원 발족 이후 처음이다.

협의회는 금감원에서 은행담당 부원장보와 은행감독국장(간사)이, 은행권에선 각 은행 가계여신담당 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여신담당 상무가 참석한다. 이 외에 금융연구원 등 학계 인사도 참석할 예정이다. 잠정적으로 연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정기회의는 월 1회지만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회의를 열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과당경쟁 분위기가 안정을 찾고 있긴 하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전체의 97.8%일 정도로 한쪽으로 편중돼 있다"며 "이런 관행상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협의회에서 개선방안이 제시되면 은행권 자체적으로 시행 가능한 것은 자율적으로 하고, 법규의 제.개정 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이 과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정부의 3.30 대책 전후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협의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금감원이 은행 임원을 불러놓고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도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는 개별 은행이 전략적 차원에서 판단할 일로 감독 당국이 직접 나설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관치금융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런 일은 은행이 모여 협의할 필요가 있으며 금감원은 단지 참여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 창구지도를 통해 시중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액을 사실상 전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도록 규제한 바 있다. 당시 대출 수요자들이 이에 반발하자 금감원은 은행들의 대출 경쟁을 평소에 관리하기 위해 이 같은 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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