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가는 춤추는데… 수출 회복은 언제쯤?

중앙일보

입력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반전)’ 가능성에 주가는 들썩이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채 두자릿수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10% 이상 오를때 #반도체 수출은 두자릿수 하락 이어가 #내년 중반께 반도체 수출 '플러스'전환 가능성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지속한 반도체 수출 뒷걸음질이 이달 12월까지 13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반도체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반도체 수출은 두자릿 수 감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반도체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반도체 수출은 두자릿 수 감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수출 품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면서 이 기간 수출도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지난달 현재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16.8%를 도맡았다.

반도체 업황 회복 가능성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최근 호조세를 이어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지난 2일 종가 5만400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23일 5만5000원을 기록하며 2일 대비 10.1%로 올랐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8만500원에서 9만4600원으로 17.5% 상승했다.

하루 이틀 등락은 있어도 이른 상승 흐름이 이어질 거라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반도체 수출은 언제쯤 반등할 수 있을까? 일단 긍정적 조짐은 보인다. 수출 물량은 이미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물량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2.2% 늘었다.

반도체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도체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문제는 반도체 가격인데,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11월 기준 D램 가격은 1년 전 보다 60.9%, 낸드플래시 가격은 9.1% 내려갔다. 하지만 큰 폭으로 추락한 반도체 가격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 등에 쓰이는 D램 범용제품의 현물거래가격 평균은 지난 5일 개당 2.732달러로 20일 3.027달러로 올랐다. D램 등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을 근거로 주요 기관은 내년 중반 이후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플러스'로 돌아설 거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2019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메모리 단가 및 전방수요 변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주문과 같은 선행지표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메모리 경기의 회복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수출은 내년 중반경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회복의 강도가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수출이 2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어두운 시선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장기 흐름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당장 수익창출이 어려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반도체 수요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증시 등 경제 전반에서 반도체 ‘외끌이’가 지속하는 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흐름에 따라 냉ㆍ온탕을 오가는 상황이 반복돼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그나마 업황 회복으로 다소 나아지겠지만, 나머지 산업은 노동비용 증가 등의 원인으로 경쟁력이 더 나빠진 상황”이라며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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