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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정치판 된다"…교총, 학생 모의선거 철회 촉구

중앙일보

입력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회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선거 유불리에 경도된 18세 선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뉴스1]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회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선거 유불리에 경도된 18세 선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뉴스1]

보수 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모의 선거 교육의 중단을 요구했다.

19일 한국교총과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은 “국회의원 총선 후보자를 대상으로 (학교에서) 모의선거 교육을 하는 것은 편향수업과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초·중·고교 40곳에서 모의투표 수업을 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수업은 해당 지역에 출마한 후보의 실제 공약을 교사가 정리해 제공하고, 학생은 이를 바탕으로 토론한 뒤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청 학교엔 교육청이 50만원을 지원한다.

‘사회현안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사업은 최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교육단체가 위탁받아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곽 전 교육감은 선거법 위반(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다른 후보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아 교육감직을 잃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소속 최인호(18)군이 천막을 설치했다. 최군은 학교 측의 징계에 반발해 무기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소속 최인호(18)군이 천막을 설치했다. 최군은 학교 측의 징계에 반발해 무기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은 모의선거 교육이 ‘교실의 정치화’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단체는 “현재 교사의 정치편향 교육이 전국에서 논란과 갈등을 빚고 있고, 이를 교육청이 엄중 조치·근절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특정 성향의 단체가 선거교육을 맡을 경우 교실 정치화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학생이 이해할 만한 교육공약이 적고, 포퓰리즘 공약도 많다”며 “어린 학생이 이를 충분히 분석하고 옥석을 가려내는 게 현실적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단체는 모의선거 수업이 ‘제2의 인헌고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수업 과정에서 교사의 지도방식에 대한 시비와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며 “학생 사이에 찬반 갈등이 격화돼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자유법치센터 회원들이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 교장, 교사 규탄 및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자유법치센터 회원들이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 교장, 교사 규탄 및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만 18세 선거권'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 촉구

두 단체는 국회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이른바 ‘만 18세 선거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철회도 요구했다. 해당 법안은 선거연령과 성인연령을 만 18세로 낮추고,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4월 총선부터 적용된다.

교총은 “개정안은 단순히 선거연령을 한 살 낮추는 게 아니라 18세 고3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법이 통과되면 고3 학생은 특정 정당과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찬반 갈등이 본격화되는 등 교실이 정치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편향 교육 금지 가이드라인과 교내 정치활동 제한, 지도방안을 마련하는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교실의 정치‧선거장화 및 학습권 침해를 차단하는 대책부터 제시돼야 한다”며 “선거 유불리만 따져 졸속 처리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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