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I 기술만 혁신산업일까? 당구도 빅비즈니스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8)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청년 창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본이 부족한 청년도 창업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음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지원금이나 상금을 제공하는 기관과 단체에서 늘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것은 기술 기반 베이스가 대다수다. 물론 아이디어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건 경진대회에서나 빛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성이다. 이익을 자생적으로 내면서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어야 함이 우선순위이다.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아이디어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대학생 때 수많은 공모전과 경진대회에서 수상했지만, 그 아이템의 사업성은 역부족이었다.

지원금이나 상금을 제공하는 기관과 단체에서는 기술 기반을 베이스로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바란다. [사진 pixabay]

지원금이나 상금을 제공하는 기관과 단체에서는 기술 기반을 베이스로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바란다. [사진 pixabay]

대학생 때 외식 관련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적이 있다. 수상 혜택으로는 상금 외에도 선정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실제로 제품이 출시되는 거였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내부 논의결과 상품 출시로는 시장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더는 진행되지 못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매몰돼 사업성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꼭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같은 첨단기술을 만들어야 혁신 스타트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의 문제를 잘 풀어 가치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고객, 즉 시장이 판단한다.

기존 사업 영역이라고 해서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오히려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실패하기에 십상이다. 혁신의 아이디어는 정작 처음부터 존재할 수도 있지만 평범한 사업의 과정에서 문득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 당구장과 차별화한 형태의 당구장을 브랜드로 정립해 인프라 확장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잡고 창업한다고 했을 때 자본시장의 플레이어인 VC(벤처캐피탈)로부터 큰 환영을 받지는 못하겠거니 내리 짐작은 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혁신의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도 있지만 평범한 사업의 과정에서 문득 떠오를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혁신의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도 있지만 평범한 사업의 과정에서 문득 떠오를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나는 빅 비즈니스는 앞으로 뜨는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사업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뿐더러, 이뤄진 것보다 이뤄 나가야할 것이 더 많이 존재하는 당구 산업은 충분히 빅 비즈니스로 내 눈에는 보였다.

현재 내가 하는 사업방식은 우리가 직접 매장을 내는 방식이 아닌 예비창업자에게 수많은 업종과 브랜드 중 선택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오프라인매장 확대에 대한 주도권이 우리에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렇기에 많은 예비창업으로부터 우리 업종과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성공사례를 자주 보여주는 식으로 우리만의 진정성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비자에게 이런 가치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성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꾸준히 고민한다. 당구장 사업 초기에는 공간에 대한 차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고객에게 어떤 콘텐츠 및 혜택을 제공해 당구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당구 열풍으로 일반 당구장이 시설의 세련됨을 내세운 당구장 1.0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여기서 콘텐츠를 탑재한 당구장 2.0 시대가 열릴 것이고, 그 이후에는 골프처럼 국내 스포츠의 큰 한축으로서 당구 산업의 영역으로까지 발전이 될 것을 생각한다.

최근 벤처캐피탈 심사역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 역시 최근 당구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제껏 외면받았던 시장이 차츰 자본시장에서도 관심을 받는 상황이 매우 보람차다.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기술창업 혹은 4차산업 혁명에 걸맞는 사업 아이템은 아니지만, 당구장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산업 최우수 기업 선정에 이어 최근에는 전문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유치하기도 하면서 벤처기업으로서의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성이다. 이익을 자생적으로 내면서 장기적으로 존속 할 수 있어야 함이 우선순위이다. [사진 pixabay]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성이다. 이익을 자생적으로 내면서 장기적으로 존속 할 수 있어야 함이 우선순위이다. [사진 pixabay]

많은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 돈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하기 싫은 일에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멋이 없고, 일하는 환경이 좋지 못하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 줄 고객이 소상공인일 경우 등등 싫은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사업은 실제 상황이기에 공모전이나 경진대회의 멋스러운 아이디어 도출하고는 다르다. 많은 분이 프랜차이즈업은 벤처기업이 될 수 없다는 말을 하지만 단순 인테리어 사업이 아닌 기존 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고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얘기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코딩과 개발자가 난무하는 그런 기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멋없고 힘든 시장에서 멋있게 돈 버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