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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땅의 놀이터라고? 당구 사업은 저평가된 블루칩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5)

2016년 12월 '당구장 금연법'이 시행된다는 뉴스를 본 회사원은 다음날부터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7년 3월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당구장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바로 내 이야기이다.

현재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 중 인식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거나, 그 산업 내에서 강력한 브랜드가 아직 없다거나,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입하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거나, 규제가 풀리는 것들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당구장에서 바뀌지 않은 문화를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다. 그때 받은 자극이 현재 프리미엄 당구장 창업시장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이다. [사진 pxhere]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당구장에서 바뀌지 않은 문화를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다. 그때 받은 자극이 현재 프리미엄 당구장 창업시장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이다. [사진 pxhere]

당구장 금연법 시행은 단순히 흡연이 가능했던 공간(당구장)의 금연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당구장 문화가 바뀌는 신호탄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바로 이러한 점이 내가 ‘당구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나는 대학생때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당구장에서 바뀌지 않은 문화를 보고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노땅의 놀이터’처럼 보였다. 물론 그때 받은 자극이 현재 프리미엄 당구장 창업시장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문체부 및 관련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당구장수는 2만 2000여개, 하루 평균 당구장 이용객수 약 276만명, 당구동호인수 150만여 명이다. 이같은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당구장은 대표적인 스포츠 시설업이자 유망한 창업아이템임이 분명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폭넓게 인프라가 깔려있는 스포츠 종목이 당구 말고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당구는 ‘저평가된 우량주’이고, 당구장은 그걸 실현시킬 ‘핫 플레이스’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당구는 그저 여러 스포츠 종목 중 하나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요한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선 당구 산업의 최일선임과 동시에 당구인이 만나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간인 당구장의 하드웨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회사에 사표를 내고 시작한 당구장브랜드 사업을 시작한 나는 기존 노브랜드(No-Brand)시장에 프리미엄과 브랜드를 도입해 2년 조금 지난 현재 전국 26개 매장을 개설하고 운영 중이다.

새로운 도전에는 응원보다는 비난을 가장한 비평이 쏟아진다. 주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땅히 해서는 안 될 일만 남게 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느낀 건 거창한 계획은 별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진 pxhere]

새로운 도전에는 응원보다는 비난을 가장한 비평이 쏟아진다. 주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땅히 해서는 안 될 일만 남게 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느낀 건 거창한 계획은 별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진 pxhere]

많은 분이 처음에 내가 당구시장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똑같은 이유로 말렸다. 이제껏 변하지 않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안 되는 이유만 족집게처럼 나열하면서 나를 만류했다. 사업은 그 영역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키워온 다음에 해야 성공할 수 있지,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순간의 촉으로 함부로 덤비는 게 아니라는 충고도 했다.

사실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지 말아야 할 이유는 백 가지가 넘는다. 시작 전 주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땅히 해서는 안 될 일만 남게 된다.

하지만 그때 말렸던 분들의 태도는 지금 어떻게 바뀌었을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어떻게 이런 시장을 남들보다 빨리 볼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또 후발주자들과 비교하면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묻는다. 시장이 커질수록 우리 회사보다 더 거대한 업체가 들어올 텐데 나보고 복안이 있느냐고도 한다.

늘 새로운 도전에는 응원보다는 비난을 가장한 비평을 쏟아낸다. 사실 이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느낀 건 거창한 계획은 별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장의 의사결정보단 시장의 의사결정을 따를 때가 더 옳을 때가 많고, 시장을 선도하는 것보다 ‘팽’당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만큼 시장은 의외로 빠르게 변화하지 않는다. 기존 집단은 의의로 이런 새로운 변화가 불어올 때마다 그들만의 단합과 의리로 맞선다. 하지만 나는 신생 후발 주자가 좋은 문화와 환경을 만들면 분명 기존 집단도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분명한 건 다 끝났다고 하는 시장에도 분명 기회는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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