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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어진 황교안 연일 장외집회···그 뒤엔 삭발·단식의 기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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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목소리에 청중들도 함성을 내질렀다. “오른쪽은 공수처 반대, 왼쪽은 연동형 반대를 하자. 스무번 외치자”는 황 대표 요청에 집회 참가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연동형 반대, 공수처 반대”를 외쳤다. 1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ㆍ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 현장 풍경이다.

자유한국당이 10일 예산안 기습 통과를 기점으로 연일 강경 투쟁 모드다. 지난 16일에는 지지자들의 본관 진입시도로 국회 경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정치적 부담을 안은 상황임에도 황 대표는 장외집회를 계속 주도하고 있다.

①상황의 절박성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선거법ㆍ공수처법 통과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기에 장외집회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뒤늦게 가세한들 입장차가 워낙 커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게 한국당 내부의 시각이다. “어중간한 타협안에 응하면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투쟁한 명분마저 사라진다”(재선 의원)는 주장도 있다. 본회의 표결 역시 '4+1'이 단일안을 도출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시간을 버는 게 유일한 지연수단이다.

다만 일각에선 "딱히 대안이 없으니 관성적으로 장외집회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②당 장악력 높이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8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마치고 집회 참석을 위해 국회 밖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8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마치고 집회 참석을 위해 국회 밖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50% 이상을 물갈이하겠다”고 공언한 황 대표의 정치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장외집회를 활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은 현재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고, 공천 가산점ㆍ감점 기준 등을 발표하며 사실상 ’총선 체제‘로 전환 중이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서는 “내부 반발을 뚫고 절반 이상 물갈이를 실현할 능력이 있느냐”는 의문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심재철(5선) 원내대표, 김재원(3선) 정책위의장의 '8선 콤비'가 당선되며 이같은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런 맥락에서 황 대표가 집회 전면에 나선 건 “중진에게 더 이상 끌려가지 않고 주도권을 다시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황 대표는 18일 집회에서 “우리가 앞장설 테니 따라와라. 여러분은 목숨 걸 것 없다”고 말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졸고 있는 의원을 향해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고 콕 집어 언급했다.

③삭발ㆍ단식의 기억

황교안 대표 단식농성 5일째 모습.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 단식농성 5일째 모습.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두 차례 극단적 방식으로 정치적 위기상황을 타개했다. 9월 조국 정국 때는 결정적 국면에서 실기(失期)했다는 평가를 삭발을 통해 넘겼고, 지난달 내부에서 제기된 ’리더십 위기론‘도 단식으로 돌파했다. 두 번 모두 주변 참모들 거의 전원이 반대했음에도 이를 물리치고 황 대표 본인의 결단이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단식농성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당 내외 평가 이후 강경책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우려도 적지 않다.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아스팔트 우파‘에 경도돼 중도 표심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다. “집회 참가자들이 선을 넘을 때 (황 대표는) 독려할 게 아니라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중진의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황 대표는 공안검사 때 불법 폭력집회 정당하다 했느냐”고 꼬집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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