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의 경고 “핵 전쟁엔 승자도 패자도 없어”

옛 소련의 서기장이자 초대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중앙포토]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종식한 미하일 고르바초프(사진)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핵전쟁은 용납할 수 없다. 핵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핵전쟁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직 미치광이만이 핵전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핵 억지력은 세계를 핵사고나 핵 테러리즘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속적인 위협 아래 있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을 위한 대화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르바초프는 "모든 핵보유국이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 중거리핵전력조약(INF) 문제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지속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평화와 안보에 대한 원칙적 질문을 놓고도 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무기와 관련한 의무들로부터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 절대적인 군사 패권을 획득하기 위해 INF 탈퇴를 결정했다"고 분석하며 "이는 허황된 목표이자 성취할 수 없는 희망이다. 오늘날 세계에서는 한 국가의 패권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INF는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형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한 조약이다. 1987년 고르바초프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이 서명했다.

고르바초프는 "우리는 절대로 또다시 핵무기 개발이나 새로운 군비 경쟁에 착수해선 안 된다"며 "몽상을 그만두고 현실 정치에 관여해야 한다. 우리에겐 대재앙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달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도  "냉전이 끝난 지 30년이 다 돼가지만, 러시아와 서방 등 핵무기를 가진 열강 사이에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세계가 거대한 핵전쟁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고르바초프는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 해역의 배 위에서 미국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미소 군비 축소, 경제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몰타 회담을 갖고 냉전을 종식한 인물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