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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학력·나이 무관, 월 300이상”…신입사원 모집글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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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 게시판에 붙은 '신입사원 모집' 공고(왼쪽). 광고홍보학과 4학년 엄규성씨가 제작한 공고 게시물 하단 QR코드를 찍어보면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진실을 알리기 위한 공익 광고가 나온다. 오른쪽은 소녀상. [광고제작자 엄규성씨=연합뉴스]

대구가톨릭대 게시판에 붙은 '신입사원 모집' 공고(왼쪽). 광고홍보학과 4학년 엄규성씨가 제작한 공고 게시물 하단 QR코드를 찍어보면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진실을 알리기 위한 공익 광고가 나온다. 오른쪽은 소녀상. [광고제작자 엄규성씨=연합뉴스]

대구의 한 대학교 게시판에 붙은 '신입사원 모집' 공고가 화제다. 모집 공고문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대구 가톨릭대학교에 따르면 최근 이 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는 요구하는 경력·학력·나이와 급여, 지원마감일 등이 적힌 '신입사원 모집' 공고가 게시됐다.

공고문엔 경력·학력·나이는 무관, 급여는 월 300만원 이상으로 적혀있다. 또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로 연말에 지원을 마감하며 합격자는 개별 통보하겠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공고 하단에는 지원서 작성과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가 찍혔다.

여느 신입사원 모집 공고와 다를 바 없는 이 게시물의 비밀은 QR코드에 숨어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QR코드로 접속하면 화면에는 '1930년 그들도 속았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한 여성이 눈물을 훔치는 사진이 등장한다.

한 페이지로 구성된 포스터에는 '조선인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방식은 취업 사기로 인한 유괴, 인신매매 등 명백한 강제 징용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 과거는 기억하지 않으면 되풀이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4학년 엄규성씨가 제작한 공익광고. [대학생 엄규성씨=연합뉴스]

대구가톨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4학년 엄규성씨가 제작한 공익광고. [대학생 엄규성씨=연합뉴스]

'신입사원 모집'이라는 공고를 가장한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공익 광고였다. 이 반전 광고는 SNS를 통해 네티즌에게 알려지며 주목 받았다.

해당 광고를 제작한 이 학교 광고홍보학과 4학년 엄규성씨(24)는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그는 연합뉴스를 통해 "작은 아이디어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었다"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 유니클로 광고가 문제점을 왜곡한 것을 보고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도 해당 게시물의 내용을 확인하고 다음 달까지 게시를 허용하는 동시에 중앙도서관 외에 종합강의동, 교양관 등 7곳에 추가로 게시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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