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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넘게 퍼부은 文케어…건보 보장률 1.1%p 쥐꼬리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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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전년보다 1.1% 포인트 오른 63.8%로 나타났다. 환자가 내야 할 의료비가 100만원이었다면 건보가 63만8000원을 부담하고 환자는 36만2000원을 냈다는 얘기다.

2018년 건보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보장률 63.8%로 개선 미미 #비급여 못눌러 의원 보장률은 되레 감소..“비급여 관리 병행해야”

병원 창가에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입원 환자. [중앙포토]

병원 창가에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입원 환자. [중앙포토]

정부는 그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으로 2조원 넘는 돈을 대형병원 위주로 쏟아부었다. 그 결과 전체 보장률은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동네의원(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한 탓에 동네 병·의원의 보장률은 사실상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공단은 표본요양기관 2105곳의 지난해 6월과 12월 중 외래 및 입원(퇴원)한 환자 진료비 약 1487만건을 조사해 이 같은 보장률을 산출했다.

건보 보장률은 2011년 63.0%, 2012년 62.5%. 2013년 62.0%, 2014년 63.2%, 2015년 63.4%, 2016년 62.6%, 2017년 62.7%, 2018년 63.8% 등으로 수년간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환자 자신이 부담한 법정본인부담률은 19.6%,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전액 환자가 짊어져야 하는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6.6%였다.

지난해 건보 보장률이 소폭 개선된 건 문케어로 종합병원급 이상의 보장률이 67.1%로 전년보다 2.7% 포인트 상승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는 상급 종합병원이 68.7%, 종합병원이 65.2%로 각각 3.6% 포인트, 1.4% 포인트 올랐다.

서남규 건보공단 의료보장연구실장은 “보장률이 정체 수준 같지만 2010년 이후 최고다. 그만큼 보장률은 올리기 힘든 숫자”라면서 “돈이 들어간 곳의 보장률이 많이 올랐다. 2011년부터 지표를 계속 보면서 느끼는 점은 (지표가) 솔직하다는 것이다. 돈이 들어간 만큼 (보장률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건강보험환자 건강보험 보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도별 건강보험환자 건강보험 보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건보공단에 따르면 비급여 지출 등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산술적으로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면 보장률이 1% 포인트 개선되는 효과를 보인다. 지난해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등 문 케어로 인해 건보가 지출한 돈(급여 지출액)은 2조4000억원가량이다. 당초 정부 추계 상 지난해 소요될 재정은 3조7000억원 정도로 예상됐지만, 그에 못 미쳤다. 심은혜 복지부 보험급여과 서기관은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 과정이 지연되면서 계획 대비 실제 지출이 적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 요양기관 종별 건강보험 보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8년 요양기관 종별 건강보험 보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조사에서 백혈병과 각종 암 등 1인당 고액진료비 상위 30위까지의 질환 보장률을 계산했더니 81.2%로 전년보다 1.5%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단은 “만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 경감과 노인외래정액제 등의 제도로 취약계층 보장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5세 이하는 69.2%로 2.5% 포인트 올랐고, 65세 이상은 70.2%로 1.4% 포인트 상승하면서다.

고액 의료비 환자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액 의료비 환자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액의료비를 내는 환자는 지난해 57만2000명으로 감소했다. 매년 개인이 내는 의료비(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를 합한 것)가 월급의 두 배 이상인 환자를 말한다. 2015년 59만2000명에서 2017년 65만8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는데 지난해 감소로 돌아섰다.

연도별 진료비 및 비급여 진료비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도별 진료비 및 비급여 진료비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보장성 강화가 암 등 중증질환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병·의원의 보장률은 정체했다. 병원 보장률은 48.0%로 0.9%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의원의 보장률은 되레 2.4% 포인트 떨어진 57.9%로 조사됐다. 서남규 실장은 “비급여 관리 노력으로 보장률이 개선된 게 사실이지만 보장성 강화가 중증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병·의원의 보장률이 정체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의원급 비급여 증가 속도가 빨라졌고 최근에 비급여가 더 늘어난 경향이 있다”며 “남아있는 비급여의 항목 표준화를 하고 정확히 비급여가 어떤 게 있는지 실태 파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목표로 하는 ‘보장률 70% 달성’이 요원해졌다고 지적한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1.1%포인트밖에 안 올라갔으면 3년 이내 70%가 될 가능성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지만 보장률 개선이 미미한 상황에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건보 당기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원래 세웠던 계획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지원 우선순위를 저소득층에 두고 재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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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정도 속도로 과연 (보장률) 7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계획에 따라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몇몇 비급여 항목은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 (급여화) 속도가 느린 측면이 있다. 몇개월 늦추는 수준”이라며 “올해 실적이 나오는 내년이 되면 지금보다는 상당히 올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비급여 항목부터 급여화시켰기 때문에 이 정부가 끝나는 2022년이 되면 거의 70% 정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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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규 실장은 “비급여 증가 속도보다 돈을 더 빨리 넣으면 보장률이 많이 올라간다. 다만 재정과 보험료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합의가 필요하다”며 “70% 달성을 위해 향후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급여 등의 관리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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