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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풍 불면 몰려든다…대만 해안 뒤덮은 플라스틱 더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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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의 바위 위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바닷물에 밀려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의 바위 위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바닷물에 밀려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 4일 대만 북동부 신베이(新北)시 루이팡 해안. 수도 타이베이와 차로 40분 거리인 이곳 해안에는 계절풍에 밀려온 파도가 뭍에 부딪히는 지점을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 2. 쓰레기 맴도는 동북아 바다

바위에는 바다에 떠 있어야할 부표와 어망이 걸려 있었다. 스타벅스의 녹색 로고가 박힌 플라스틱 컵이 방파제 틈새를 채웠다. 몇 달 전 시민단체가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한 곳이었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밟지 않고 해안을 걷기 어려웠다.

일본의 2.5배…플라스틱 뒤덮인 대만 해안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 바위 위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낚시꾼이 버리고 간 쓰레기부터 어민들의 생활쓰레기까지 다양하다. 남궁민 기자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 바위 위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낚시꾼이 버리고 간 쓰레기부터 어민들의 생활쓰레기까지 다양하다. 남궁민 기자

면적이 한국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대만이 심각한 해양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해안에 쌓여있는 쓰레기 양은 일본의 2.5배, 한국의 1.8배에 달한다. 대만의 상황이 인구가 5배, 해안선의 길이가 19배 긴 일본보다도 심각하단 얘기다.

해양 쓰레기의 절반은 대만 전체 해안선 중 약 150㎞에 집중돼 있다. 루이팡 해안은 대만 확경단체가 이른바 '핫스팟'(오염집중지역)으로 분류하는 곳이다.

해양 쓰레기가 '핫스팟'에 집중되는 건 기후와 해안 지형 때문이다. 겨울이면 타이완 섬에는 북동쪽에서 계절풍이 불어온다. 드넓은 동중국해를 떠다니던 쓰레기는 바람을 타고 북쪽 해안에 쌓인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 방파제 구조물 사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구조물 사이에 낀 쓰레기는 몇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남궁민 기자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 방파제 구조물 사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구조물 사이에 낀 쓰레기는 몇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남궁민 기자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 방파제 구조물 사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 방파제 구조물 사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남궁민 기자

방파제나 바위 틈에 들어간 쓰레기는 몇 년이 지나도 해안에 남는다. 이런 이유로 루이팡 해안부터 북서쪽 바이요우 해안까지 약 100㎞는 거대한 쓰레기 띠를 이루고 있다.

루이팡 해안에서 흔하게 보이는 쓰레기는 어업 부산물이다. 해안 맞은 편에는 어항(漁港)인 셴아오항이 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선 수 척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 낚싯대와 어망, 부표를 파는 낚시용품 가게는 해안을 마주 보고 늘어서 있었다.

해안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어구뿐 아니라 어민들이 버린 쓰레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녹슨 부탄가스통과 생수통, 비닐봉지가 가득했다. 카메라에 해안의 모습을 담고 있을 때 한 어민이 검은 비닐봉지를 던지고 사라졌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에서 발견한 일본어가 쓰여 있는 플라스틱 통. 남궁민 기자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에서 발견한 일본어가 쓰여 있는 플라스틱 통. 남궁민 기자

주변에서 낚시용품을 팔고 있는 즈하오(50)는 “망가진 어망이나 낚싯대는 수거·배출하기 번거롭다며 바다나 해안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방파제 사이에 들어간 쓰레기는 치우기 어려워서 가끔 시에서 청소를 나와도 손을 대지 못한다”고 전했다.

크리스 리우 그린피스 대만사무소 활동가는 “대만은 한국·일본보다 어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며 “해양 쓰레기 가운데 절반 이상은 어선이나 어촌에서 흘러나온 쓰레기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의 또 다른 원인은 관광객이다. 드물게 가정집과 작은 가게만 보이는 어촌과 맞닿은 루이팡 해안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과 빨대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루이팡 해안에는 주말이면 낚시를 하러 찾아온 이들이 방파제 곳곳을 차지한다. 플라스틱과 나뭇조각으로 얼기설기 세워놓은 천막 안에는 쓰다 남은 가스통과 라면, 생수통이 쌓여있었다.

기암괴석 명승지 뒤덮은 스티로폼 조각

지난 5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명승지 판지아오샨의 바위 사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당국이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명승지이지만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 5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명승지 판지아오샨의 바위 사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당국이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명승지이지만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남궁민 기자

인근에 있는 명승지 판지아오샨으로 걸음을 옮겼다. 코끼리 코 모양의 기암괴석이 인기를 끄는 명승지다. 하지만 해안은 인근 양식장에서 흘러온 스티로폼 부표의 잔해로 새하얗게 덮여 있었다.

부표의 작은 조각은 모래와 뒤섞여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이다. 정부에서 주기적으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는 명승지지만 작은 미세플라스틱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 5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명승지 판지아오샨의 기암괴석 사이에 스티로폼 조각이 흩어져 있다. 바다에서 흘러 온 부표가 찢어진 조각이다. 남궁민 기자

지난 5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명승지 판지아오샨의 기암괴석 사이에 스티로폼 조각이 흩어져 있다. 바다에서 흘러 온 부표가 찢어진 조각이다. 남궁민 기자

현재 ‘핫스팟’ 관리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외부에서 몰려드는 쓰레기를 지자체에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핫스팟’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7년 대만 환경청과 시민단체가 만든 ‘해양 쓰레기 거버넌스 플랫폼’은 중앙정부가 예산과 자원을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분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친환경 어구 보급하고 인센티브 도입해야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 방파제 구조물 사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부표와 어망 같은 어업 도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남궁민 기자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신베이(新北)시의 루이팡 해안 방파제 구조물 사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부표와 어망 같은 어업 도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남궁민 기자

해양 쓰레기의 주범인 어업 잔해물에 대한 규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도 사용 후 몇 년이 지나면 분해되는 생분해성 어업 도구가 일부 개발되어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리우 활동가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실상 영구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부표나 어망 등의 소재를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비용이 큰 만큼 어구를 교체하는 어민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최근 대만 정부에 ‘해양 쓰레기 기본법’을 제안했다. 어업 도구 소재를 규제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앞당기는 내용이 담겼다.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해양 관리 인력과 예산을 통합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리우 활동가는 “해양 쓰레기는 대도시와 어촌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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