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엔 중국 페트병…거문도 삼킨 플라스틱

중앙일보

입력 2019.12.13 01:00

업데이트 2019.12.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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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참돔 한 마리가 폐통발에 갇혀 폐사했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참돔 한 마리가 폐통발에 갇혀 폐사했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한민국에는 3348개의 섬이 있다. 그중 470개 섬에는 사람이 산다. 이 아름다운 섬들이 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있다. 섬이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종착지가 되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섬의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산호, 바다거북 등 해양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중앙일보 취재팀은 대한민국 섬의 플라스틱 오염 실태와 함께 쓰레기 유입 경로를 추적하고 해외 취재 등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플라스틱 아일랜드> 1. 이 많은 쓰레기들 어디서 왔을까
다도해국립공원 거문도 해저를 탐사하다

전남 여수시 거문도리의 소삼부도. 거문도 동쪽에 있는 무인도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전남 여수시 거문도리의 소삼부도. 거문도 동쪽에 있는 무인도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육지와 제주도 사이, 남해 한가운데 떠 있는 거문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최남단에 위치한 면적 12㎢의 작은 섬이다.

지난 10월 20일 전남 여수에서 배를 탄 지 두 시간쯤 지나자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거문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9명의 스쿠버다이버가 양손 가득 장비를 챙겨 배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이들이 이날 거문도를 찾은 건 섬 전체가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거문도의 수중 환경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과 다이버들은 올해 처음으로 전국 해상국립공원의 수중 쓰레기 실태를 모니터링해 왔다.

여객선에서 내린 이들은 곧장 작은 배로 옮겨타고, 거문도 인근 수중 모니터링 대상지로 향했다.

거문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

거문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

목적지로 가는 도중 섬 갯바위마다 자리를 잡은 낚시꾼들이 보였다. 주변으로는 물고기를 잡는 어구가 있음을 알리는 부표들이 띠처럼 섬을 두르고 있었다.

“거문도 주변에 워낙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살다 보니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포인트에요. 낚싯배들이 섬을 돌면서 바위마다 낚시꾼들을 실어나르죠.”

동행한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이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다이버들은 간단한 브리핑을 받은 뒤 곧장 공기통을 매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다이빙 자격증을 보유한 기자 역시 기자 역시 쓰레기를 수거하는 어망을 들고 입수했다.

물티슈, 낚싯줄, 폐어구…쓰레기장 된 바다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다의 수중 환경. 산호 군락과 물고기 떼가 보인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다의 수중 환경. 산호 군락과 물고기 떼가 보인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10m쯤 내려갔을까. 바닷속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였다. 수중 섬이다.

수중 섬 주변으로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 떼와 함께 형형색색의 산호가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기자가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낚싯줄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 시민의 모임]

기자가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낚싯줄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 시민의 모임]

아름다운 수중 환경을 감상한 것도 잠시, 산호 사이에 숨어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산호에 엉킨 낚싯줄에서부터 누군가 버린 물티슈가 녹지 않은 채로 바닥에 깔려 있었다.

낚시에 쓰이는 납 봉돌도 무덤처럼 쌓여 있었다.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폐통발 안에 문어 한 마리가 갇혀 있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폐통발 안에 문어 한 마리가 갇혀 있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거문도 동쪽,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소삼부도 역시 바닷속이 쓰레기로 뒤엉켜 있었다.

줄이 끊긴 폐통발 안에는 팔뚝만 한 참돔 한 마리가 죽은 채로 갇혀 있었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살점이 떨어져 나갔을 정도였다.

문어들은 그나마 다리를 뻗어 주변의 생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살아남았다. 다이버가 칼로 어망을 뜯어내자 문어는 먹물을 뿜으며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낚싯줄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호와 뒤엉켜 있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낚싯줄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호와 뒤엉켜 있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모니터링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왔다. 배 위에는 바닷속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주로 어업활동에서 나온 폐어구가 많았고, 낚시꾼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 쓰레기들도 있었다.

스쿠버다이버 강사인 김윤선 씨는 “물티슈가 녹지도 않고 바닥에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바다를 보호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제 물속에 들어가 보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물티슈.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물티슈.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해상국립공원에만 축구장 4만개 면적서 어업 

한려해상국립공원내 특별보호구역인 홍도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한려해상국립공원내 특별보호구역인 홍도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이상돈 국회의원실이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다도해와 한려, 태안 등 해상·해안 국립공원 내에서 운영되는 어장·양식장은 2144곳으로 면적으로 따지면 2만 9000헥타르(ha)에 이른다. 해상국립공원에서만 축구장 4만 16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바다에서 어업 행위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낚시 관련 규제 역시 모호하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내에서 해중동물을 잡으려면 공원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자연환경의 훼손이나 공중의 이용에 지장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 신고를 생략할 수 있게 했다.

바다 중에서도 보호 가치가 높은 해상국립공원마저 사실상 쓰레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이다.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거문도에서 15년 동안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활동한 정민교 거문도스킨스쿠버 대표는 “어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삼치를 잡는 낚싯바늘에 쓰레기가 종종 걸려 올라올 정도로 바닷속에 쓰레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인철 국장은 “해상국립공원내 수중환경을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업활동에서 버려지는 어구라든지 선박에서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가 많았고, 다도해는 낚시행위가 매우 많기 때문에 낚시 관련 쓰레기들도 굉장히 많이 모니터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해변이 된 해수욕장…중국 페트병도

거문도 해수욕장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천권필 기자

거문도 해수욕장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천권필 기자

이렇게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섬으로 밀려온다. 배에서 내려 거문도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해변은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다. 해수욕장이라기보다는 쓰레기장에 가까웠다.

사이사이로 작은 하얀 알갱이들이 햇볕을 받아 빛을 냈다. 한 움큼 집어보니 모래가 아니었다. 부표로 활용되는 스티로폼이 잘게 부서진 것이었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거문도 해수욕장을 덮고 있다. 천권필 기자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거문도 해수욕장을 덮고 있다. 천권필 기자

해변에 뒹구는 플라스틱 페트병에는 선명하게 중국어가 쓰여 있었다.

정인철 국장은 “한·중·일 등 3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남해안에서 뒤엉키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며 “거의 매일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데도 하루가 지나면 또 이렇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서 밀려와 해변에 쌓인다”고 말했다.

매달 828t 쓰레기 쌓여…71%는 플라스틱

전국 섬 해안쓰레기 발생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국 섬 해안쓰레기 발생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해안 쓰레기는 거문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양수산부로부터 단독 입수한 ‘도서 지역 쓰레기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섬 전체에서는 매달 828t(톤)의 해안 쓰레기가 발생한다. 섬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77.3%를 차지할 정도로 해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섬이 몰려 있는 전남 남해안과 서해안 도서 지역의 해안 쓰레기가 전체 발생량의 3분의 2 이상(68.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섬 해안쓰레기 종류.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섬 해안쓰레기 종류.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종류별로는 플라스틱(45.11%), 스티로폼(24.17%), 나무(17.24%), 기타(11.5%), 비닐(1.97%)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쓰레기의 71.2%가 플라스틱 성분으로 구성될 정도로 플라스틱 쓰레기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고서는 “도서에서 수거한 해안 쓰레기를 위한 집하 시설은 거의 갖추어져 있지 않으며 마대자루나 그물망에 담겨 임시 적치장소에 모아 두나 오랜 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따라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생활 쓰레기나 해안 쓰레기를 소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목포해양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는 “섬 쓰레기의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수거가 어렵다는 것”며 “섬 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수거할 수 있는 인력과 함께 상시로 쓰레기를 운반·관리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 거문도=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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