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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을 늘리자! 고령자 의료비 부담 커진 일본의 선택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40)

2019년도 일본의 일반회계예산은 101조4571억엔으로 7년 연속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중에서 사회보장 관련 비용은 약 34조593억엔까지 치솟았다. 1년 전보다 1조711억엔이나 늘어났다. 연금급부 12조엔(2.1% 증가), 의료급부 11.8조엔(2.1% 증가), 간병급부 3.2조엔(3.7% 증가)이다. 사회보장비용은 1998년 14.8억엔, 2008년에 21.8조엔이었지만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의료와 간병비용은 매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고령자 의료비의 증가가 가장 큰 문제다. 75세 이상의 의료비를 보면 2017년에 4.4%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에 75세 미만의 의료비는 1.0% 증가했다. 고령자 1인당 의료비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75세 이상 1인당 의료비는 94만2000엔이지만, 75세 미만의 의료비는 22만1000엔이다. 고령자일수록 고액의 의료비를 사용하고 있다. 의료비의 60%를 차지하는 25조엔은 65세 이상의 퇴직세대가 사용하고, 자녀세대는 불과 6%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 현역세대가 사용하는 의료비는 전체의 30%, 약 14조엔에 불과하다.

일본의 고령자 의료비 증가는 수십 년에 걸쳐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었다. 근본적으로 제도를 검토하지 않으면 국가재정은 존립기반을 잃을지도 모른다. [사진 pixabay]

일본의 고령자 의료비 증가는 수십 년에 걸쳐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었다. 근본적으로 제도를 검토하지 않으면 국가재정은 존립기반을 잃을지도 모른다. [사진 pixabay]

2022년에는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층으로 들어간다. 이 세대가 본격적으로 의료비를 사용하면 의료비는 급격하게 팽창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재정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수십 년에 걸쳐 의료비 증가는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었다. 근본적으로 제도를 검토하지 않으면 국가재정은 존립기반을 잃을지도 모른다.

사전 예방대책으로 의료비 지출을 막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1993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프리즈 박사는 ‘의료 니즈를 줄여서 의료비를 줄이자’는 논문을 발표했다. 흡연 등 위험한 행동과 생활습관의 개선과 같은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대책을 통해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면 의료 니즈가 감소하여 의료비 절감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생활습관 위험은 의료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보장재원이 부족한 고령사회에서 건강관리의 기본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건강관리야말로 개인의 건강과 생활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보장부담을 줄이는 2가지 과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예방중심의 국민 건강관리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국민의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06년 간병보험법 개정에 따라 간병예방 대책을 도입했다. 증가하는 고령자가 가능한 간병이 필요 없이 자립 된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조기에 예방하는 것이 목표다. 즉 간병을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늘려 고령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증가하면 건강수명과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당연히 의료비와 간병급부를 소비하는 기간이 대폭 늘어난다. [사진 pexels]

앞으로 평균수명이 증가하면 건강수명과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당연히 의료비와 간병급부를 소비하는 기간이 대폭 늘어난다. [사진 pexels]

건강수명이란 WHO가 2000년에 제창한 개념으로 건강문제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기간으로 정의한다. 이 건강수명 연장이 최근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고령화 대책으로 부각됐다. 2016년 현재 일본인의 건강수명은 74.8세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러나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연령차이가 크다. 2016년 남성의 평균수명은 81세(여성 87.1세)이지만 건강수명은 72.1세(여성 74.8세)세다. 남녀 모두 10년 전후 신체가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증가하면 건강수명과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당연히 의료비와 간병급부를 소비하는 기간이 대폭 늘어난다.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간병예방으로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면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사회보장부담도 줄일 수 있다. 평균수명 증가분보다 건강수명 증가분을 더 높이는 정책은 그만큼 초고령사회에서 의미가 크다.

2013년 발표한 일본재흥전략은 건강수명 증진을 우선 추진대책으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질 높은 의료와 간병을 제공하여 ‘국민의 건강수명을 증진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건강수명을 1세 이상 증가하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건강과 의료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초고령사회를 극복하는 모델을 세계에 확산한다는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했다. 그리고 후생노동성은 단카이세대가 75세가 되는 2025년까지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예방과 건강관리에 관한 중점대책을 발표했다. 고령자의 간병예방 추진, 현역시절부터 건강관리 대책 추진, 의료자원의 효과적인 활용 대책을 추진해 5조엔 규모의 의료비와 간병비를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부터 국민의 건강수명 증가를 핵심과제로 포함한 제2차 ‘건강일본21’을 출범했다. 2011년부터 실시된 1차 ‘건강일본21’ 대책의 결과를 근거로 2013년부터 2차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2차 ‘건강일본21’ 대책은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는 건강수명 증가를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2022년까지 평균수명의 증가분을 상회하는 건강수명의 증가, 지방자치단체 간 건강 격차의 축소를 구체적인 목표로 정했다.

‘건강일본 21’ 대책에 따라 “건강수명을 늘리자”를 슬로건으로 정한 스마트 라이프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전 국민이 인생의 마지막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일상생활을 보내도록 한다는 운동이다. 스마트 라이프 프로젝트는 질병 전체 중에서 특히 생활습관의 변화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암과 심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생활습관병의 개선목표를 설정하고, 전 국민이 주체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대책이다.

영양과 식생활, 신체활동과 운동, 휴식과 정신건강 관리, 금연, 알코올, 치아건강, 당뇨병, 순환기병, 암의 9개 분야로 각각 세밀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당뇨병이라면 성인 비만자의 감소, 일상생활의 보행증가, 순환기병이라면 식염섭취량 감소와 운동습관자의 증가 등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각 항목에 대해 기업과 지자체가 계획과 목표를 정해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꾸준한 건강대책을 추진해 국민 전체의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건강수명과 평균수명 간에 아직 차이가 크다. [사진 pxhere]

지금까지 일본은 꾸준한 건강대책을 추진해 국민 전체의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건강수명과 평균수명 간에 아직 차이가 크다. [사진 pxhere]

스마트 라이프 프로젝트는 국민 개인에 대한 계몽 활동이 아니라 단체 차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즉 국민 개인에게 건강생활을 제안하면서 건강수명 증진표창제도를 마련해 기업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매년 직원과 주민의 건강관리에 대처하는 기업과 단체, 지자체를 지원하고 매년 표창하고 있다. 2017년에는 생활습관병 예방분야, 간병예방과 고령자 생활지원 분야, 모자보건 분야에서 우수한 대책을 추진한 18개 기관을 표창했다.

‘건강일본 21’ 대책은 효과를 거두었다. 2020년 건강수명 1세 증가목표가 2016년에 이미 달성되었다. 2018년 일본 정부의 ‘미래투자전략회의’는 다시 건강수명의 증가를 장래의 중점대책으로 제시했다. 2025년까지 건강수명을 2세 이상 증가하는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꾸준한 건강대책을 추진해 국민 전체의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건강수명과 평균수명 간에 아직 차이가 크다. 개인의 건강은 각 개인의 직업생활과 일상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전체에서 보면 사회보장비의 증가 등 국가재정과 국민의 행복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건강정책인 ‘건강일본21’은 개인과 지역, 사회 전체의 건강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속적인 국민건강 대책추진으로 건강관리 의식이 사회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아직 생활습관병 증가 등 건강 불안요소가 있지만 개인과 기업, 사회 전체가 협력하여 질병의 예방, 건강증진 운동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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