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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시설로, 창고로 … '빈집' 활용해 돈 버는 일본기업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39)

일본에서 빈집 증가는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고령의 부동산 소유자가 사망하거나 간병시설에 들어가 집에 아무도 살지 않으면 대부분 그대로 빈집이 된다. 자식이 상속과 증여를 받아도 그 집에 살지 않고 방치해 빈집으로 남아있는 사례도 많다. 건물이 노후화해 관리 또는 수리하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임대나 매각도 안 된다. 그런 빈집은 주변 환경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정재산세가 매년 불필요하게 늘어나면서 가계에도 큰 손실을 끼친다.

지방과 교외에서 빈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5년간 수도권의 임대주택 공실률을 보면 도쿄도 23구 12%, 도시부 15%, 가나가와현 15%, 사이타마현 16%, 치바현 15%로 나타나고 있다. 그 수치를 보면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도 약 15% 정도가 빈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저출산 고령화가 더욱 진전되면 빈집이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빈집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신축 주택도 계속 늘어나 주택시장은 완전 공급과잉 상태다. 이러한 요인도 빈집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빈집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신축 주택도 계속 늘어나 주택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사진 pixabay]

일본에서는 빈집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신축 주택도 계속 늘어나 주택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사진 pixabay]

빈집 중에는 수리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빈집을 잘만 활용하면 귀중한 자산으로 거듭난다. 이에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세제 혜택과 법률 개정으로 빈집 거래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상속 시점에 반드시 등기하도록 하고, 매각할 때 양도소득 공제를 통해 거래를 촉진한다는 게 골자다.

2015년 시행에 들어간 ‘빈집대책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특정 빈집’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이에 해당하면 토지에 대한 고정자산세의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보통의 토지와 동일한 세금을 내야 한다. 또한 빈집을 양도할 경우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3000만엔의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많은 지자체는 빈집이나 빈 점포를 일정한 용도로 활용하면 수리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한 빈집 정책은 효과를 보고 있다. 빈집을 활용해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고 수익을 올리는 지자체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빈집을 셰어 하우스, 민박, 임대점포 등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관광지에서는 낡은 주택을 수리해 숙박시설로 이용하면 호텔 부족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예를 들면, 교토시에서는 건물재생 전문회사가 오래된 빈집을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 오래된 민가를 재활용하면 그 지역의 매력이 상승해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주민의 교류공간이 늘어나면 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상점가와 NPO 법인은 지자체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빈 점포를 물건판매 시설, 요리 음식점, 인큐베이션 시설, 교통시설, 이벤트 개최 장소 등으로 재생해 사용하기도 한다. 대학이 상점가와 제휴해 빈 점포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위성 캠퍼스로 이용하고, 학생들이 빈 점포를 교류거점으로 삼는 사례도 있다. 대동문화대학은 도쿄 이타바시구의 상가와 협력해 상가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돗토리현 요나고 시는 지역 기업들이 빈 빌딩을 매입해 복합상업빌딩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교토시에서는 오래된 빈집을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 민가를 재활용하면 그 지역의 매력이 상승해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사진 pixabay]

교토시에서는 오래된 빈집을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 민가를 재활용하면 그 지역의 매력이 상승해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사진 pixabay]

빈집이 많은 지역의 리노베이션 사업도 활성화하고 있다. (주)애프터눈 서사이어티는 전국 각지에서 리노베이션 스쿨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리노베이션 스쿨은 미이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사업자와 수강생이 함께 리노베이션 사업플랜을 작성하고 부동산 소유자에게 사업플랜을 제안한다. ‘3331 아트 치요다’는 도쿄 치요다구의 폐교를 활용해 새롭게 탄생한 민간 아트센터다. 문화, 예술, 디자인과 관련한 단체들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전시회, 이벤트, 워크숍이 개최된다.

지방 도시에 늘어나는 빈 점포의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중심시가지활성화법에 따라 지역의 자원과 지혜를 동원해 중심 시가지에 도시 기능과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대책을 펴고 있다. 도시와 그 주변은 빈집의 이용 수요가 높고, 리노베이션을 통해 거주지 또는 점포로 재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는 2012년부터 지방도시 리노베이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건물의 재생뿐만 아니라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공단체가 컨셉을 설정하고, 민간기업이 빈집과 공공시설의 리노베이션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스페이스 마켓은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 비행장 격납고, 야구장·사찰·대기업의 부대시설을 리모델링해 일반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티라이트 도쿄는 낡은 빌딩과 주택의 재생, 부동산 프로모션 개최 등 종합적으로 부동산을 재생하는 일을 한다. 부동산 사업자와 제휴해 물건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무라사키시키부는 빈집과 빈 점포를 활용한 북카페의 개업과 경영을 지원하며 네트워크화를 추진하고 있다.

학교와 공공기관, 도서관 등 공공시설의 노후화도 중대한 문제다. 총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건축 30년 이상 경과한 공공시설은 전국 40%에 달한다. 2015년부터 공공시설 오픈 리노베이션 사업을 통해 전국의 도서관, 미술관, 공민관 등의 활용 가능 공간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2015년 6월부터 지자체는 재생하고 싶은 공공시설을 소개하고, 민간기업을 모집하는 웹사이트 ‘공공시설 재생나비’도 운영하고 있다.

공공시설의 많은 공간이 아직 방치되고 있다. 교토 아야베 시는 NPO 법인에 폐교를 활용한 교류시설의 관리를 위탁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재활용해 교류공간을 만드는 방법으로 지역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돗토리현 지즈마치에서는 민간기업이 체육관 공간을 저장과 부품 창고로 쓰고 있다. 폐교의 교장실과 직원실을 레스토랑과 과자 공장으로 활용한다. 동물병원에 개와 고양이의 먹이를 공급하는 한 회사는 오카야마현 키비추오마치의 폐교에 고양이 간병시설을 개설했다. 공실 공간을 활용한 반려동물의 사업모델을 구축해 지역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했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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