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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3가지 쟁점…수사 시점·보고 라인·셀프 고발장

중앙일보

입력

울산지방경찰청 [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 [연합뉴스]

김기현 측근 비리 수사를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해명에 나섰지만, 궁금증은 여전하다. 청와대 첩보 수사 착수 시점, 울산 경찰 내 수사 보고 라인, 셀프 고발장 작성이 대표적이다.

수사 착수 경찰 “2018년 1월” vs 건설업자 “2017년 12월” #울산경찰 수사책임자 김기현 측근 압수수색 사전에 몰라 #총경급 간부가 고발인에 ‘다시 하자’며 고발장 접수 종용

경찰 “2018년 1월부터 수사” vs 건설업자 “2017년 12월 경찰관 와서 조사했다”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첩보를 받은 2017년 12월 28일 이전에 이미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해당 사건을 경찰청을 통해 울산 경찰청에 보냈고 이후 울산청이 1월 초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설명과 상반된다.

박 전 실장의 직권남용 의혹에서 피해 업체로 등장하는 레미콘 업체들은 2017년 12월부터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 레미콘 업체 A 대표는 “2017년 11월 24일 대검찰청에 박 전 실장 등에 대한 의혹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고, 한 달 뒤인 12월 23일 울산지검에 이 사건이 이첩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진정이 울산지검에 이첩되기 전에 경찰관이 회사를 찾아와서 관련 내용을 물어봤다”고 전했다.

다른 레미콘 업체의 B 대표는 “검찰에 진정을 넣어 놨는데 경찰이 12월 중순에서 말쯤 따로 조사를 나왔기에 ‘왜 따로 수사하는 거냐. 검찰 지휘를 받아 하는 거냐’라고 물으니 경찰이 ‘첩보가 내려와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B 대표는 “경찰관이 찾아온 다음 주에 울산 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그때가 1월 1일 직후였기 때문에 12월 중순에서 말쯤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B 대표는 “대검을 비롯해 몇몇 기관에 진정을 넣었지만, 경찰청엔 넣지 않았는데 경찰이 찾아와 의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운하가 울산 경찰청장으로 오자마자 김기현 뒷조사한다는 얘길 들었다”며 “아는 사람이 설명해주길 (황 청장이) 다섯 가지 리스트를 들고 와 청와대 하명을 받고 수사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리스트 중 하나가 비서실장 직권남용 의혹(특정 레미콘 업체에 대한 특혜)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울산 경찰청 관계자는 “레미콘 업체를 찾아간 사실은 있지만, 경찰관이 찾아간 시점은 경찰청으로부터 첩보를 접수한 뒤다”고 말했다. 1월 이후란 주장이다. 하지만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12월 중순에서 말쯤이 맞다”고 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좌)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중앙포토]

김기현 전 울산시장(좌)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중앙포토]

김기현 수사 상황 청장과 일부 경찰만 공유…공식 수사라인 건너뛴 정황

지난해 1월부터 김기현 측근 비리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울산 경찰청 간부가 김기현 측근 사무실 압수 수색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간부는 김기현 측근 비리 최초 제보자인 송병기 울산경제부시장이 중요 참고인으로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식 수사 라인을 건너뛰고 황 청장과 일부 경찰관만 수사 내용을 공유하며 수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울산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책임자가 해외출장 중인 2018년 3월 16일 울산 경찰이 박 전 실장실 등 5곳을 압수수색을 했다”며 “수사 책임자가 당황해 압수수색을 벌인 지수대장에게 국제전화로 ‘왜 사전에 보고를 안 했냐’고 호통을 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울산 경찰청이 압수수색을 벌인 이 날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을 받은 날이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왜 하필 이날이냐”고 물었고, 지수대장은“법원에서 3월 15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보안 문제로 바로 뒷날 집행했는데 하필 공천받은 날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수사 책임자는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최초 제보자로 드러난 송병기 울산경제부시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울산 경찰은 진술 조서에 송 부시장을 ‘퇴직공무원 김OO’라고 가명으로 적시했다. 중요 참고인 진술을 가명으로 처리한 뒤 수사 책임자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6일 오후 대전 둔산동 지방경찰청 청장실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6일 오후 대전 둔산동 지방경찰청 청장실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울산 경찰청 수사과장 “다시 하자”며 고발인 회유…고발장 접수 종용 

울산 경찰청 수사과장이 2017년 9월 고발인인 김모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재수사를 성실히 하겠다’며 ‘다시 하자’고 말한 정황도 포착됐다. 총경급 간부가 고발인에게 재수사와 고발장 접수를 먼저 제안한 것은 이례적이다.

건설업자인 김씨는 2014년 3월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신축사업 시행권을 확보해주는 대가로 김 전 시장의 동생에게 30억 원 상당의 용역비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아파트 건설이 불발되자 김씨는 2차례 김 전 시장 동생을 고발했지만, 김 전 시장 동생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포기하고 있던 찰나 당시 수사과장이던 신모 총경이 전화로 ‘다시 하자’고 말하더라”며 “이후 지수대 팀장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조언해줬고, 조언대로 고발장을 다시 썼다”고 말했다. 경찰이 김씨를 종용해 고발장을 쓴 2018년 1월 5일은 울산 경찰청이 김기현 첩보 문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하루만이다. 이에 황 청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의율(법원이 법규를 사건에 적용하는 일)에 문제가 있다면 고발인과 조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한 달 전인 2018년 5월 김 전 시장 동생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시장 동생은 지난 4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기획수사 의혹에 대해 황 청장은 “검찰이 하명수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니 모든 게 이상하게 보인다”며 “(김기현 비리 수사는) 본청에서 하달된 첩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통상적인 수사활동에 불과했다. 청장이 세세한 수사 진행 상황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울산=이은지·김정석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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