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키즈] 리처드 바크의 페렛-폭풍 속의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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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리빙스턴을 기억하는가. 오로지 날기 위해 살았던 갈매기.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말 또한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갈매기의 꿈'의 작가 리처드 바크가 '페렛'이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페렛은 작고 조용하며 친근한 품성을 지녔다고 한다. 그래서 족제비과 동물로는 유일하게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다.

이런 페렛을 주인공으로 바크는 연작 소설을 썼다. 이번에 나온 '폭풍 속의 구조' 앞편인 '천국을 나는 비행기'편은 이미 국내에 출간되었다.

이야기의 얼개는 '갈매기의 꿈'과 비슷하다. 꿈과 용기를 잃지 않는 주인공이 있고, 주인공은 끝부분에서 그 그 꿈이 실현되는 정점의 순간을 맛본다. 또 의인화한 동물들이 사유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작가는 매일 먹고 사는 일에만 급급하던 대다수의 갈매기와 '나는 것', 즉 이상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던 조너선을 대비시켜 인간사회를 빗댄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난파한 배의 동물을 구조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해양구조대의 여선장 베더니가 주인공이다. 두 책의 차이라면 무리에서 배척 당했던 조너선과 달리, 베더니는 그 뜻을 따르는 가족같은 동료들이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갈매기의 꿈'에서와 마찬가지로 '내가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릴 것이다. 눈앞의 문제에만 골몰하다 꿈을 잃고 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기동물을 구조하다 죽은 아버지의 뜻을 잇고 싶어하던 베더니와 빈센트 남매는 혹독한 훈련과 시험을 거쳐 해양구조대가 된다. 둘은 각각 레조루트 호의 선장과 선원이 되어 구조 업무에 뛰어든다. 칠흑 같은 바다, 한치의 판단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거대한 파도와 힘센 폭풍. 이들은 이 모든 악조건을 뛰어 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만 힘을 쏟는다. 여기에 유명 가수이자 기자인 클로에가 이들을 취재차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좀 더 풍성해진다. 화려한 가수 생활보다도 파도와 싸우는 구조대원의 삶을 자기 것처럼 여기게 되는 클로에. 이런 이야기를 통해 클로에가 누리고 있는 명성과 부(富)도 구조대원들이 현재 지닌 행복에 비하면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맺는다.

바크는 영화 스턴트맨에서 공군 조종사, 비행 잡지 편집자, 비행 교관에 이르기까지 비행기에 관해서는 해보지 않은 일은 없다고 한다.

이처럼 창공을 마음껏 날아봤기에 청소년의 전유물인 꿈과 이상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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