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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소심한 나 이해하고 그린 일상툰…독자·플랫폼 인정받았죠

중앙일보

입력

와나나 작가가 자신의 웹툰 데뷔기를 풀어내고 있다.

와나나 작가가 자신의 웹툰 데뷔기를 풀어내고 있다.

“입시 미술학원을 도망 나왔어요. 정신병 걸릴 것 같더라고요.”

이른바 ‘병맛’ 만화로 알려진 ‘바나나툰’을 그리는 와나나(본명 정해완)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9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교육프로그램 ‘2019만화규장각-웹툰과 1인 크리에이터’ 강연서 소중 학생기자단을 만난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웹툰 작가가 되는 방법을 공유했어요. “꿈을 버리지 않고 저만의 노트를 사 꾸준히 그리고 싶은 걸 그렸죠.” 와나나 작가는 대학 생활에 대해 이렇게 회상합니다. “아버지, 교수님은 제 꿈을 좋지 않게 보셨죠. 저는 만화가에 대한 꿈을 조금씩 포기하며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만화가 꿈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만화는 자유로운 발상에서 나오는 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는 결국 남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 자체를 모두 웹툰으로 녹여냈습니다.

(왼쪽 붉은 상의)홍예린 학생기자, 은다민 학생기자가 와나나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왼쪽 붉은 상의)홍예린 학생기자, 은다민 학생기자가 와나나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는 사춘기 때 우울감에 빠졌다고 해요. “‘나는 왜 이리 소심하지 찌질하지’ 하고 인정했어요. 제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는 잘난 사람이 아니에요.” 와나나 작가에 따르면, 홀로 하던 생각 등을 표현한 캐릭터가 자신의 결과물인 와나나고 그의 성격인 이른바 ‘찐따스러움’이 자신의 장점이 됐다고 말해요. “자신의 성격을 이해한 후 적정선에서 장점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찌질할 수 있는 부분서 공감대를 찾는 게 제 만화 철학인 거죠.” 와나나 작가는 작업 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데요. 펜·태블릿을 합쳐 100만원대 중반이면 구매할 수 있죠. 비슷한 가격대 액정 태블릿에 비해 저렴하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저는 군대 월급을 모아 샀어요. 한 달에 10만원이거든요. 그걸 다 모아 아이패드를 샀고, 그걸로 웹툰을 그렸고, 그걸로 작가가 됐네요.” 군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와나나 작가가 바나나를 자신의 캐릭터로 삼은 이유는요. “군대서 ‘길쭉이’로 불렸거든요. 얼굴이 동그란 친구에 비해 얼굴이 길어서 생긴 별명이죠. 거기에 제 이름인 ‘정해완’의 ‘완’에서 ‘완아’ 하다 보니 ‘와나’가 됐고요. 바나나와 더해 ‘와나나’가 된 거죠.”

홍예린·은다민 학생기자가 다양한 만화가 전시된 벽면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홍예린·은다민 학생기자가 다양한 만화가 전시된 벽면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와나나 작가는 자신이 어릴 때만 해도 웹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오늘날에는 방송 프로그램 등서 ‘연예인화’ 된 웹툰 작가 등의 영향으로 만화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졌죠. 하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웹툰보다는 만화라는 인식이 더 셌고요. 원고를 그린다, 컷 한 박스 등의 개념으로 생각했죠. 만화 작가에 대한 상상도 ‘부유하다’, ‘빛난다’보다는 골방에서 빵모자 쓰고 펜촉으로 그림 그리는 느낌이었죠.” 와나나 작가는 자신이 만화의 ‘암흑기’를 지나 웹툰 플랫폼 등장으로 ‘황금기’를 맞은 때 운 좋게 작가가 된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저는 웹툰 황금기에 운 좋게 작가가 된 사례예요. 지금은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왼쪽부터)홍예린 학생기자, 와나나 작가, 은다민 학생기자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홍예린 학생기자, 와나나 작가, 은다민 학생기자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웹툰 작가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출판사의 연재 제의, 공모전 등 웹툰 작가가 되는 몇 가지 사례가 있어요. 블로그·페이스북 등의 SNS 플랫폼을 통해 입소문 타 알려지는 경우도 있죠. 저는 페이스북을 통해 웹툰 플랫폼 회사 ‘레진코믹스’로부터 연재 제의를 받아 데뷔한 사례예요.” 와나나 작가는 페이스북 ‘포토샵 해드립니다’ 페이지에서 영감을 받아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포토샵 해드립니다는 요청자의 의도와 정반대로 포토샵을 해주는 페이지예요. “내 얼굴 잘생기게 해주세요” 하면 그 옆의 산을 멋지게 꾸미는 해학적인 페이지죠. 와나나 작가는 ‘너를 그려드립니다’ 페이지를 만들어 만화를 올리다가 자신의 계정으로 옮겨 ‘개그툰’을 올리기 시작했죠. “뭔가 저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나나를 이용해 일기 만화를 그렸죠. 약간의 인지도를 얻긴 했지만 뭔가를 실제로 하고 있던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불안했죠. 웹툰을 그리기 위해 휴학하겠다고 하자 교수님은 ‘너 못해!’ 하고 단언했거든요. 이후 애매한 상태서 복학했죠. 웹툰을 그리긴 하는데 뭐 작가라고는 할 수 없고, 인터넷에 만화를 끄적이는 애 정도였던 거죠.”

와나나 작가가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와나나 작가가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와나나 작가의 짧은 일기 만화가 유명세를 얻은 건 그 후입니다. “제가 전역한 후 정확히 1년 되는 때였어요. 2017년 1월 14일에 전화를 한 통 받았죠. 그게 레진코믹스였어요.” 정식 연재를 제의받은 겁니다. 와나나 작가에 따르면, 레진코믹스는 만화가 지망생에게 인기 있는 직장이었죠. “집에서 샤워하면서 ‘미쳤다!’고 환희했어요.” 와나나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12살부터 웹툰 작가를 꿈꿨는데요. 피아노·농구·수영 등 학원 8개를 다니면서도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죠. 아버지·삼촌·교수 등의 반대에도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초심을 지킨 게 자신이 웹툰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습니다. “가장 전성기 때는 와나나 만화 콘텐트 하나로 한 달에 최대 1200만원까지 벌었어요. 웹툰 이미지가 한창 좋아질 때 저도 그 시류를 잘 탄 거죠.” 최근 유행은 어떨까요. “지금은 유튜브에 영상형 웹툰이 생겼고요. 이모티콘 시장도 커졌고요. 웹툰 형식이 계속 변하고 있는 거죠. 웹툰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은 굳이 ‘이 플랫폼에서 하자’고 생각하기보다는 ‘잘 맞는 플랫폼을 찾자’고 생각하면 좋겠죠. 제가 들은 최고 수익은 월 9억까지예요.”

와나나 작가가 두 학생기자에게 재미있는 포즈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머쓱한 그의 표정, 단호한 은다민학생기자의 표정이 마치 웹툰에서 나온 것 같다.

와나나 작가가 두 학생기자에게 재미있는 포즈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머쓱한 그의 표정, 단호한 은다민학생기자의 표정이 마치 웹툰에서 나온 것 같다.

그는 그림에 대한 완벽주의는 내려놓아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입시 미술 준비할 때 선을 빽빽하게 그려 넣고 지도대로 그려서 내야 하는 게 좀 어려웠어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죠.” 와나나 작가는 이런 입시 미술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웹툰을 그리는 데 필수적 교육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웹툰 그림은 어렵지만요. 완벽하게 그려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으세요. 만화는 내 마음속에 뭔가를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때 잘 그려져요. 그림은 그저 내용의 맛을 살리는 정도면 돼요.” 어떤 웹툰을 추천할까요. “‘여고생 A’를 좋아해요. 그림체는 단순하고 색채도 화려하지 않아요. 이른바 ‘낙서 같은’ 그림체죠. 단순한 그림체라서 감동을 더 준 거라 생각해요. 잘 그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에 어울려야 하죠.” 와나나 작가는 자신이 웹툰 그림을 그리는 방법으로 ‘마음의 안정’을 꼽았어요. “안정돼야 그림이 잘 나오거든요. 저는 안정됐을 때 유머를 표현하고 싶은 인간이고요.”

와나나 작가가 학생기자단에게 줄 글귀를 적고 있다.

와나나 작가가 학생기자단에게 줄 글귀를 적고 있다.

와나나 작가는 자신을 웹툰 작가이자 유튜버로 소개하는데요.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없어서 만든 게 유튜브 채널이에요. 제가 웹툰을 연재하는 플랫폼인 레진코믹스는 댓글 창이 없거든요.” 그림은 자유로운 작업물이라 각자가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와나나 작가의 설명이에요. “소통을 많이 하는 것, 그림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것 등 뭐가 맞는지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그는 웹툰 작가에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이라고 강조합니다. “굳이 학원을 안 다녀도 아이패드 하나 들고 어디든 다니며 많은 경험을 하면 작가의 기반이 될 거예요. 다만 기계는 제일 좋은 걸 쓰는 걸 추천합니다.”

와나나가 꼽는 웹툰 작가의 장단점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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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근이 없다 (단점: 퇴근이 없다)
출근은 내 침대에서 내 책상까지!
2) 대중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단점: 플랫폼 변화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저는 유튜브 플랫폼에 적응할까 고민은 하고 있어요.
3) 상사가 없다 (단점: 그래서 힘들다)
혼자 저를 이미지 메이킹하는 거예요. 꽤 어렵죠.

와나나가 말하는 웹툰 작가로 ‘쉽게’ 몰입하는 법

[소년중앙]

[소년중앙]

1) 영화를 봅니다.
주인공에 빙의해서 ‘내가 주인공이다’ 하는 마음으로 순간 집중력을 올립니다.
2) 잘하는 걸 그려요.
저는 액션물을 준비했는데 그리는 데 너무 오래 걸렸죠. 상대적으로 덜 열심히 그려도 되는 ‘일상툰’으로 데뷔한 이유예요.
3) 그림은 거들 뿐.
잘 그리는 것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보완하는 그림체면 돼요.

와나나가 추천하는 웹툰 혼자 익히기

[소년중앙]

[소년중앙]

1) 유튜브 영상 보기.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좋은 콘텐트가 많으니 소화하면 좋습니다
2) 인터넷에서 학습 자료 찾기.

와나나 작가는 자신의 웹툰 데뷔를 아직도 '꿈 같다'고 회상한다.

와나나 작가는 자신의 웹툰 데뷔를 아직도 '꿈 같다'고 회상한다.

혼자 따라 그리면서 연습하면 적응됩니다.

와나나 작가가 연재하고 있는 '바나나툰' 장면 일부다. 작가 스스로의 일상을 진솔하게 담은 내용이다.

와나나 작가가 연재하고 있는 '바나나툰' 장면 일부다. 작가 스스로의 일상을 진솔하게 담은 내용이다.

3) 디즈니 그림체를 따라 그리기.
디즈니 인물들의 인체 곡선, 움직임 등이 섬세해 인체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됩니다.

학생기자 후기

[소년중앙]

[소년중앙]

은다민(경기도 이매중 1) 학생기자
와나나 작가가 무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때는 웹툰이라는 것이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았고 만화가란 가난하고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있었을 텐데 자신의 소신을 유지하고 결국에 꿈을 이뤄낸 것이 인상 깊었죠. 고슴도치가 바지에 들어갔다는 둥 고춧가루가 눈에 딱 들어갔다는 둥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는 사실도 알면서 웹툰 작가에게는 재밌는 일만 생기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었죠.

홍예린(경기도 정평중 2) 학생기자
가기 전에 와나나 만화를 몇 편 봤더니 유쾌했습니다. 특히 고슴도치가 바지에 들어가서 바지를 벗었다는 내용이 재미있었죠. 정말 실화인지 궁금했습니다. “작가님, 고슴도치가 바지에 들어가서 공공장소에서 바지를 벗었다는 내용은 실화인가요?” 하고 물었죠. 실화라며 자신이 당일 입은 팬티 색까지 설명했습니다. 저는 좀 당황했지만 제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으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작가의 말을 들으니 '유쾌한 성격이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창의력을 무기로 자신의 꿈을 지킨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은다민(경기도 이매중 1)·홍예린(경기도 정평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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