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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우리 밥상 필수품 ‘장’ 건강한 맛 내는 비결 알아볼까요

중앙일보

입력

보글보글~주방에서 무언가 끓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킁킁 코로 냄새를 맡아보니 그 정체는 된장찌개 같네요. 된장을 싫어하는 시은이의 미간이 찌푸려집니다. 시은이처럼 된장이나 청국장 등 장류 발효식품을 싫어하는 어린이·청소년은 꽤 많아요. 윤서도 청국장은 잘 못 먹는다고 하고요. 시은·윤서와 함께 뭐든 잘 먹는 은성이까지 우리 발효식품, 장의 세계로 뛰어들었습니다. 알고 먹으면 조금 더 맛있어질까요? 함께 살펴봐요.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양윤서(대전 목양초 4)·우은성(수원 신풍초 4) 학생기자·허시은(경기도 산본초 5) 학생모델, 도움말=백은종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연구원

전통 된장과 간장의 재료로 쓰이는 메주. [중앙포토]

전통 된장과 간장의 재료로 쓰이는 메주. [중앙포토]

우리 발효식품, 특히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장(醬)’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습니다.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된장을 만들어 먹었어요. 290년 쓰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나오는 ‘고구려인은 장 담그는 솜씨가 훌륭하다’는 기록으로 유추한 겁니다. 된장과 간장은 같이 만들어지니 먹게 된 시기는 비슷하겠죠.
삼국시대에는 된장과 간장이 섞인 것에서 액체만 따로 떠서 간장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삼국사기』 ‘신라본기’를 보면 683년(신문왕 3년) 왕이 왕비를 맞을 때 보낸 납채 품목에 장과 메주가 포함돼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 장을 보관하는 ‘장고’를 두고 따로 관리했고요. 농사일을 비롯해 농가에서 해야 할 일을 달의 순서에 따라 나타낸  『농가월령가』를 보면 11월령에 메주 쑤는 일이 나오죠. 메주 쑤기는 장 담그기의 제일 첫 번째 일이에요. 장 담그기는 올해 초 국가무형문화재 제137호로 지정되기도 했죠.

우리 발효식품 '장'과 미생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출동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장독대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우은성 학생기자, 허시은 학생모델, 양윤서 학생기자.

우리 발효식품 '장'과 미생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출동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장독대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우은성 학생기자, 허시은 학생모델, 양윤서 학생기자.

예전에는 집집마다 메주를 쑤고, 장을 담가 먹었는데요. 메주란 불린 콩을 삶아 찧은 다음 네모나게 빚어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 거예요. 이때 벽돌 모양으로 빚은 것을 따뜻한 곳에 둬 2~3일 동안 겉을 말리고, 짚을 덮어 4주간 재우고, 햇볕에 말린 후 한두 달 다시 재우면 메주가 완성됩니다. 메주에 여러 미생물이 잘 번식하게 하는 걸 메주를 띄운다고 표현하죠. 우리 조상들이 음력 11월, 겨울에 메주를 쑨 것도 춥고 건조한 날씨에 잡균들이 퍼지지 못해 메주가 잘 띄워지기 때문이에요.
잘 띄워진 메주는 독(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깨끗하게 거른 소금물을 붓습니다. 냄새를 없애고 살균 효과가 있는 숯·대추·고추도 함께 넣죠. 두어 달쯤 지나 물 색깔이 검어지면 된장과 간장을 나눠요. 떠낸 간장은 끓여서 보관합니다. 건져낸 메주는 으깨어 소금과 섞은 뒤 항아리에 담아 낮에는 볕을 쬐고 밤에는 뚜껑을 닫아 두며 발효 숙성시켜 된장으로 만들죠. 각종 장이 담긴 항아리들이 줄지어 선 장독대를 본 적 있을 거예요. 지난해 담은 장이 줄어든 만큼 항아리에 새로 담은 장을 채워 넣으면서 대를 이어 집안의 장맛을 지켰답니다.

‘소중 맛 연구원’ 체험을 진행한 조보경 연구원이 연구일지를 꼼꼼히 작성할 것을 당부했다.

‘소중 맛 연구원’ 체험을 진행한 조보경 연구원이 연구일지를 꼼꼼히 작성할 것을 당부했다.

지금도 종갓집 등 전통을 지켜 장을 담그는 집이 있지만, 대부분은 편하게 사다 먹곤 하죠. 그럼 공장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장을 만드는 걸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발효전문연구소인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찾아 궁금증을 풀기로 했죠. 충북 오송에 있는 연구소 건물 밖 한쪽에는 장독들이 줄줄이 서 있었어요. 양윤서·우은성 학생기자·허시은 학생모델을 안내한 이윤아 샘표 홍보팀 팀장은 “실제 사용하는 장독”이라며 “연구 중인 각종 장이 담겨 있으니 함부로 열어보지 말 것”을 당부했죠. 따뜻한 햇볕을 맞고 있는 독 안에는 어떤 맛있는 장이 담겨 있을지 궁금증을 안고 한 바퀴 둘러본 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어요.

소중 독자들과 함께한 장맛 연구

이날은 소년중앙이 독자 초청 이벤트로 마련한 ‘소중 맛 연구원’ 체험이 함께 진행됐는데요. 소중 기자단 역시 연구원으로 변신했습니다. 흰 연구원 가운을 갖춰 입자 이 팀장이 왜 흰색 가운을 입을까 질문을 던졌죠. “흰색은 더러운 게 묻어도 바로 알 수 있겠죠. 깨끗하게 위생적으로 좋은 것을 개발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답니다.” 소중 연구원들은 손도 깨끗이 씻어 준비를 마쳤죠. 조를 나눠 앉은 연구원들 앞에는 연구일지와 도마, 채소가 놓인 쟁반, 물이 담긴 컵이 마련돼 있었어요. 진행을 맡은 조보경 연구원은 “연구원은 기록이 중요하므로 앞으로 식재료의 특성을 파악하는 동안 자유롭게 표현하며 연구일지를 꼼꼼히 작성할 것”을 강조했어요.

연구원으로 변신한 우은성 학생기자가 체험에 앞서 깨끗하게 손을 씻고 있다.

연구원으로 변신한 우은성 학생기자가 체험에 앞서 깨끗하게 손을 씻고 있다.

“지금부터 각자 앞에 놓인 채소들을 관찰할 거예요. 혹시 이름을 다 아는 사람 있나요?” 조 연구원의 질문에 은성이가 손을 들었습니다. “당근이랑 오이, 빨강 파프리카, 노랑 파프리카, 자색 양파, 미니 양배추예요.” 바로 정답을 맞힌 은성이는 이 채소들을 다 먹어봤다고 하네요. 가만 보니 두 줄로 놓인 당근 색이 살짝 다릅니다.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먹어보니 답을 알겠네요. 한쪽은 익힌 당근, 다른 쪽은 생당근이었죠.

안강(왼쪽)·안건 소중 연구원이 당근 등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안강(왼쪽)·안건 소중 연구원이 당근 등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두 당근을 비교하니 뭔가 신기한 느낌이에요”(김준현·세종 글벗초 6) “먹고 싶은 향이 나요.”(안강·경기도 관문초 4) “양파는 조금 맵고 써요.”(김유은·서울 신도초 4) “양배추에선 풀 냄새가 나요.”(차민결·세종 글벗초 6) 소중 연구원들이 앞다투어 의견을 내자 조 연구원이 “그런 부분들을 연구하는 게 우리 연구원의 일”이라며 소리도 들어보자고 제안했죠. 조 연구원이 마이크를 들이대자 강이가 아삭아삭 오독오독 채소 씹는 소리를 모두에게 들려줬어요.

관찰한 식재료에 대해 발표하는 김유은 소중 연구원.

관찰한 식재료에 대해 발표하는 김유은 소중 연구원.

그중 3가지 채소를 골라 자신이 찾은 특성을 기록했습니다. “오이는 오이 냄새가 나요.”(김영은·서울 신도초 3) 영은이의 말에 조 연구원은 “그게 정확히 어떤 냄새인지 자세하게 표현하는 게 연구원이 할 일이에요”라고 조언했죠. 빨간 파프리카를 먹어본 윤서는 “약간 신데 껍질 쪽 맛과 안쪽 맛이 약간 다르다”고 하네요. 은성이는 익힌 당근에서 구운 치즈 느낌이 난다고 하고요.
채소를 관찰한 뒤엔 다양한 소스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여러분은 보통 고기를 좋아하지만, 우리 밥상에 주를 이루는 건 채소예요. 채소를 맛있게 먹기 위해 다양한 소스를 사용하죠. 우리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장도 마찬가지예요.” 설명에 이어 8가지 소스를 냄새 맡고 맛보며 관찰했죠. 소스는 맛이 강하니 숟가락으로 살짝 찍은 후 손등에 한 방울 떨어뜨려 맛을 봤습니다.

빨간 파프리카에 어울리는 소스를 찾아 다양한 양념을 찍어 맛보는 허시은 소중 연구원.

빨간 파프리카에 어울리는 소스를 찾아 다양한 양념을 찍어 맛보는 허시은 소중 연구원.

“이들 소스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저희 연구원들이 만들었어요. 먹어 보면 여러분 마음에 들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죠. 지금부터 이들을 조합해서 여러분 입맛에 맞는 소스로 만들 겁니다. 먼저 각각의 채소를 찍어 먹어 보고, 어울리는 맛을 찾은 다음 섞어 보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중 연구원들은 이것저것 섞으며 맛보기 시작했죠.
“파프리카는 새콤한 맛의 소스랑 먹는 게 좋아요.”(박시현·세종 글벗초 4) “새콤한 소스랑 당근은 별로네요.”(최준원·세종 글벗초 6) “당근은 고소한 맛 소스가 나아요.”(나율·나은·서울 월정초 3·2) 두 사람에 이어 시은이 역시 “콩을 발효해 만든 소스가 고소하다”며 당근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했습니다.

양윤서(왼쪽)·우은성 소중 연구원이 간장·소금·설탕·참기름 등의 양념을 조합해 나만의 소스를 만들고 있다.

양윤서(왼쪽)·우은성 소중 연구원이 간장·소금·설탕·참기름 등의 양념을 조합해 나만의 소스를 만들고 있다.

채소와 소스를 이리저리 연결해 먹다 보면 맛이 헷갈리니 물로 입을 헹구라는 조 연구원의 한마디에 다들 물도 마셔가며 소스 개발에 열중했어요. 깨를 빻느라 정신이 없던 준현이 옆에서 갑자기 비명이 터집니다. “으악, 깨를 넣다 몽땅 부어버렸어요.”(김승현·세종 글벗초 4) “다 넣었더니 너무 짜요.”(안건·경기도 관문초 2) 그럴 땐 다른 소스를 더 넣거나 해서 분량을 맞추면 된다고 하자 남은 소스가 있는 사람끼리 주고받네요.
“다 만들면 병에 넣나요?”(이충관·세종 글벗초 6) 오이·양배추만 공략한 충관이가 제일 먼저 소스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담다 보니 양이 많아 조금 넘쳤네요. 적당히 덜어내고 닦아 뚜껑을 닫았죠. ‘안강표 소스’를 완성한 강이는 “내가 봐도 잘 만들었다”며 어깨를 으쓱합니다. 시은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행복 바이러스’ 소스”라며 참기름·간장 등 어떤 재료를 몇 스푼씩 넣었는지 정확하게 레시피를 적어냈죠. ‘양념짱’을 만든 윤서는 집에 가면 오빠에게 자랑할 거라고 하네요. 각자 입맛에 맞는 소스를 만든 소중 연구원들은 이러한 소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미니 강의도 들었습니다.

발효와 미생물에 대한 궁금증 풀기

“미생물이 작용해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을 만들어내는 것을 발효라고 합니다.” 백은종 연구원이 설명을 시작하자 소중 연구원들이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네요. 좋은 콩을 골라 발효해 만드는 된장·간장 등은 필수 아미노산과 지방산, 유기산, 비타민이 풍부하죠.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놓으면 바실러스균이 생기는데, 이들은 콩의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을 만들고, 아미노산은 많은 영양분을 만듭니다. 또 된장의 지방 성분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죠.

발효에 대한 미니 강의를 듣는 소중 연구원들.

발효에 대한 미니 강의를 듣는 소중 연구원들.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우리 몸속에도 있고, 주변에도 많이 있죠. 메주를 볏짚으로 묶어 매달아 두면 볏짚과 공기 중 미생물이 메주에 붙어요. 잘 발효된 메주 표면에는 털곰팡이·거미줄곰팡이, 속에는 독성이 없는 고초균이 많죠. 독에 메주를 넣고 약 1:3 비율로 만든 소금물을 넣어 숙성시키는 과정에선 고초균·바실러스균·효모 등이 자라고요. 이들은 시간에 따라 많아졌다 사라졌다 합니다. 독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는 건 흰곰팡이 등 안 좋은 미생물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예요.

실제로 된장·간장·고추장 등의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을 배양한 샬레.

실제로 된장·간장·고추장 등의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을 배양한 샬레.

소중 연구원들은 발효식품에 쓰이는 미생물을 배양한 샬레를 살펴보고, 냄새도 맡아봤죠. 각각 된장·간장·고추장·술 등이 적혀 있었는데요. “진짜 술 냄새가 나요. 막걸리 같아요.”(차나현·세종 글벗초 5) 술이 쓰인 샬레와 효모를 액체에 배양한 통을 열어 본 나현이의 말에 다른 연구원들도 몰려듭니다. “진흙 섞은 것 같아요” “당근 같은 냄새가 나요.” 된장 샬레를 살핀 영은이와 강이가 한마디씩 했죠. 은성이가 고추장 샬레를 관찰하고 “당근보다 꾸리한 냄새가 난다”고 하자 나은이는 냄새 맡고 싶지 않다고 피하네요.

양윤서 학생기자가 된장·간장을 발효시키는 미생물 샬레를 관찰하고 있다.

양윤서 학생기자가 된장·간장을 발효시키는 미생물 샬레를 관찰하고 있다.

이들 미생물은 된장·간장 등의 맛뿐 아니라 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아까 여러분이 개발한 소스에 쓰인 베이스 간장과 같은 콩 발효 소스인데, 간장의 진한 향을 싫어할 수 있는 어린이·외국인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향을 내는 미생물을 조절한 거예요.” “맞아요, 향이 강하지 않았어요.”(이종현·서울 안산초 3) 백 연구원의 말에 종현이가 맞장구쳤죠.
소중 연구원들은 메주 틀도 살펴봤어요. “나무판자로 된 상자 안에서 어떤 소리가 나나요?”“파도소리요.”“빗소린가? 물소리예요.”“소리가 좋아요.” 가만히 답을 듣던 백 연구원이 설명했죠. “이 상자는 예전에 메주를 만들 때 쓴 틀이에요. 여기에 콩을 삶아 넣고 펼쳐 발효시킬 미생물을 키웠죠. 이제는 공장 자동화가 돼 사용하지 않는 틀을 모아 자연의 소리를 담아 작품으로 만들었답니다.”

허시은 학생모델이 된장·간장을 발효시키는 미생물 샬레를 관찰하고 있다.

허시은 학생모델이 된장·간장을 발효시키는 미생물 샬레를 관찰하고 있다.

“발효 미생물로 건강에 이롭게 쓸 수 있는 법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이 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연구원들의 작업 공간도 견학했어요. 제한구역이라 조용히 조심스럽게 발효 실험실에 다가가자 준원이가 “와, 진짜 신기하다”고 속삭였죠. 배양실·저장실 등을 지나며 일하는 연구원들을 본 승현이는 아늑해 보인다고 하네요. 특허받은 미생물은 연구소 가장 깊숙한 곳에 보안시설로 보호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윤서는 “안이 무척 궁금하지만, 혹시 제가 연구원이 된다면 들어와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연구 공간 위에는 각종 회의실이 마련돼 있는데요. 여러 작가가 하나씩 회의실을 맡아 각기 다른 주제로 꾸몄다고 합니다.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 역시 작품으로 꾸며져 있어요. 그중 소중 연구원들은 밭을 테마로 한 회의실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으로 꼽았죠.

발효식품 연구원에게 직접 발효식품을 묻다

연구원에서 학생기자단으로 돌아온 윤서·은성·시은 학생기자단은 백은종 연구원과 심층 인터뷰를 가졌어요. 미니 강의로 풀지 못한 궁금증을 마음껏 쏟아냈죠.

인류는 미생물이 발견되기 전부터 치즈·포도주 같은 발효식품을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그럼 미생물 없이도 발효식품을 만들 수 있나요.

발효에는 미생물이 필수 조건이에요. 미생물 없이 발효식품을 만들 수는 없죠. 미생물이 발견되기 전이라고 해서 당시에 미생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존재를 몰랐을 뿐, 이미 미생물이 작용해서 발효식품이 만들어진 거죠.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우리 몸에는 약 100조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하고, 아직까지 사람이 알고 있는 미생물보다 종류를 모르는 미생물이 더 많죠. 포도주를 예로 들면, 포도에 있는 포도당을 효모라는 미생물이 먹어서 알코올을 내보내 포도주가 만들어지고요. 더 오래 지나서 알코올이 많아지게 되면 자연적으로 효모는 죽고 거기서 알코올을 먹고 사는 미생물인 초산균이 자라서 포도식초가 되죠.

우리나라처럼 발효식품이 발달한 나라와 음식에는 어떤 게 있나요. 

된장처럼 콩으로 만든 발효식품으로는 일본의 낫토, 인도네시아의 템페가 있어요. 독일에는 우리나라 김치와 유사한 사워크라우트가 있는데 양배추로 만들었죠. 맥주도 발효식품 중 하나고요. 프랑스의 포도주도 마찬가지죠. 네덜란드·스위스·영국 등 유럽에서는 치즈를 많이 먹고요. 불가리아·그리스는 요구르트가 유명해요. 스페인에는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여 만든 하몽이라는 식품이 있고요. 생선을 발효시킨 베트남의 느억맘은 우리나라 젓갈과 비슷하답니다.

밭을 테마로 한 회의실이 마음에 든 소중 연구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밭을 테마로 한 회의실이 마음에 든 소중 연구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공장에서 만든 발효식품은 항상 똑같은 맛과 색깔을 유지할 수 있나요.

네. 거의 똑같은 맛과 색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이 먹었을 때 다르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오차로 생산합니다. 이를 위해 품질 규격이 있고, 그것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연구소, 품질 관리, 생산 등 분야별로 다 같이 노력해요. 발효식품의 원료가 되는 곡식·과일의 품질이 다를 수 있어요. 원료가 달라지거나 미생물이 자라는 환경이 바뀌면 맛도 달라져요. 전통식으로 만들면 자연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매해 다른 맛의 된장·간장이 나올 수 있지만, 이와 만드는 방식은 비슷해도 공장에서는 조건을 다 제어합니다. 메주에 유익균만 접종해 온도 등 환경을 좋게 맞추는 식이죠. 발효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제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미생물의 대사산물, 미생물이 자라나는 속도나 패턴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잘 발효될 수 있게 항상 일정한 조건으로 맞춰 주죠. 항상 일정한 맛과 색을 내는 것이 기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청국장·된장·김치 냄새를 싫어합니다. 발효식품의 냄새가 많이 나지 않게 할 수는 없나요.

냄새가 많이 나지 않도록 발효 과정에서 조절할 수 있어요. 발효할 때 원료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미생물이 자라는 환경에 따라 향과 맛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향을 많이 나게 할 수도, 덜 나게 할 수도 있죠. 연구원들이 목적하는 향을 낼 수 있도록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하고, 미생물을 종류별로 적용해서 테스트도 하죠. 우리 전통 조선간장은 냄새가 좀 쿰쿰하고, 색도 까맣잖아요. 전통간장에서 미생물을 과학적으로 제어해 냄새도 많이 안 나고 색도 연하게 만든 제품을 생산합니다. 아까 여러분이 소스 개발할 때도 사용했죠.

백은종(맨 오른쪽) 연구원을 인터뷰하며 미생물과 발효식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양윤서 학생기자, 허시은 학생모델, 우은성 학생기자.

백은종(맨 오른쪽) 연구원을 인터뷰하며 미생물과 발효식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양윤서 학생기자, 허시은 학생모델, 우은성 학생기자.

음식물 쓰레기도 발효돼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 그런 건 쓰레기가 되면서 왜 다른 것은 음식이 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 외국인의 눈에 묵은지는 썩은 김치로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에게는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처럼요.

발효와 부패의 차이가 바로 발효식품과 음식물 쓰레기의 차이라고 볼 수 있어요. 미생물이 작용해서 우리가 먹기에 건강하고 좋은 성분들을 가지고 있다면 발효식품이 되고,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생성되면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죠. 또 문화와 익숙함의 차이도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김치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먹어온 것이기 때문에 식문화이자 건강식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거부감이 없는데요. 외국인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거죠. 하지만 요즘에는 식문화 교류도 많아 김치와 된장·고추장을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졌다고 해요.

미생물은 어떻게 생기고,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미생물은 우리 몸을 비롯해 우리 주변, 채소나 고기 같은 음식, 바다, 땅속 등 어디든 존재해요. 미생물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죠. 우리가 음식을 먹어서 소화를 시킬 때, 체내에서 효소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장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음식물이 분해되어 영양분을 흡수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준답니다. 발효식품에 쓰이는 등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유해균이 몸속에서 번식·성장하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균은 유익균, 아무 해를 끼치지 않는 균은 무해균, 해를 끼치는 균은 유해균이라고 하죠. 유해균, 예를 들어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콜레라·비브리오·살모넬라 같은 균들은 몸에 아주 해로운 독소를 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죠. 음식물 보관을 잘못해서 원하지 않는 냄새나 맛이 나는 것, 형태가 변형된 것은 먹지 않는 게 좋아요. 우유를 잘 발효하면 요구르트가 되지만, 부패하면 요구르트와 다르게 고약한 냄새가 나죠. 그럼 먹지 말고 버리세요.

발효음식을 오래 숙성시킬수록 유산균 같은 유익균이 많아지나요.   

숙성기간이 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균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에요. 원래 있던 균이 죽고 새로운 균이 자라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오히려 균 수가 줄어들기도 해요. 숙성기간이 길어지면 맛과 향이 부드러워지고, 영양성분이 증가하거나, 더 좋은 물질로 변화가 일어나게 되죠. 발효식품에 따라 다르지만, 간장의 숙성 초기에는 유산균·효모·바실러스 등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몇 년씩 묵은 간장을 살펴보면 거의 바실러스만 존재해요. 하지만 짠맛은 줄어들고 단맛이나 깊은 맛은 증가하고 맛과 향이 더 좋아지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백은종 연구원과 함께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메주 틀을 살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백은종 연구원과 함께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메주 틀을 살펴봤다.

발효식품 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많은 연구원이 다양한 원료를 가지고 더 맛있고 좋은 발효식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좋은 미생물을 찾아내는 일부터, 발효가 잘 일어나게 하기 위해 온도·습도·pH·시간 등을 조절해 미생물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 간장·된장·고추장을 비롯해 채소 발효물이나 술·식초 등에 어떤 좋은 성분이 있고 맛있는 성분이 있는지 분석·연구도 하죠. 단순하게 생각하면 내가 연구개발에 참여했던 게 실제 제품에 적용되었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이 매력이고요. 우리나라 음식에는 대부분 간장·된장·고추장이 사용되잖아요. 요즘에는 간편하게 나온 소스와 간편식도 발달했지만, 거기에는 우리의 장이 기본으로 들어가 요리의 맛을 더해주죠. 여러분이 알고 있는 연두의 경우 많은 연구원의 노력과 수많은 기술이 집약된 식물성 요리 에센스인데요. 장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식물성 재료를 100% 발효해서 건강하게 요리의 맛을 살려주죠. 이런 발효식품을 연구하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발효식품을 연구하며 찾은 미생물 중 유익균은 어떤 게 있고, 그 미생물이 들어간 음식에는 뭐가 있나요.

발효식품을 연구하면서 찾은 미생물은 매우 많아요. 우리 회사에서만 보유한 미생물만 해도 1000여 종이 넘어요. 보유하고 있는 유산균·바실러스·효모·곰팡이 모두 우리에게 좋은 발효식품을 만들 수 있는 유익균이죠.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음식이 바로 간장·된장·고추장이고요.

김치·된장을 먹지 않는데 대신 먹으면 좋은 음식은 무엇이 있나요.

식품마다 고유의 영양성분과 미생물 조성이 있기 때문에 그 음식을 먹는 것이 좋지만 너무 매워서, 향이 강해서 먹기 힘들다면요. 김치의 경우 배추·무·양파·마늘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잖아요. 그것들은 식이섬유소인데 샐러드나 다양한 야채를 섭취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김치에 함유된 유산균과 요구르트에 함유된 유산균의 종류는 엄밀히 말하면 다르지만, 유산균이 들어간 요구르트·치즈 등 다른 발효식품을 먹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우리 전통 발효음식은 건강에 좋으니까 여러분이 많이 즐기고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착한 미생물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는 발효식품 연구원은 이번 취재로 새로 알게 된 직업이에요. 미생물에 따라 발효식품의 맛도 다 다르고, 색깔도 다르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미생물의 세계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했죠. 옛날 고구려인들도 된장을 만들어 먹었을 정도로 전통 깊은 우리 발효의 역사가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전통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연구원이 된 듯 간장·소금·설탕·참기름·깨소금 등 다양한 재료로 직접 이름까지 지은 세상 하나뿐인 나의 “양념짱”도 만들었는데요. 집에 와서 튀김만두에 찍어 먹으니 가족들이 엄지 척이라고 칭찬해 뿌듯했죠. 전 아직 묵은지보다는 겉절이가 좋고, 청국장도 잘 못 먹지만, 더 많이 연구해서 아이들도 잘 먹는 맛있는 미생물들을 더 많이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그게 저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양윤서(대전 목양초 4) 학생기자

이번 취재로 발효는 미생물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을 자세히 알게 됐어요. 뭐든 잘 먹는 편인데, 평소 김치를 좋아해서 금방 담은 김치와 묵은지 중 어느 쪽이 몸에 더 좋을지 궁금해서 연구원 인터뷰 때 질문했죠. 결론은 적당히 숙성해야 유산균이 제일 많다는 거였어요. 의문점도 풀고 발효식품을 더 많이 먹고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건강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우은성(수원 신풍초 4) 학생기자

연구소 이름이 우리발효연구중심라고 해서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일까 궁금했는데 마트에서 보던 간장·된장·육포 등이 진열된 것을 보고 ‘아~이거구나!’ 했죠. 채소를 싫어하지만 눈과 코와 입으로 채소의 특징도 알아보고 나만의 양념을 만들어봤어요. 내가 만든 '행복 바이러스 양념 소스'에 채소를 찍어 먹으니 더욱 맛있고 건강을 챙기는 것 같아 뿌듯했죠. 연구소에 축구장·수영장·밭 등을 테마로 한 회의실이 있는 게 신기했고요. 백은종 연구원님을 만나 평소 발효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대답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허시은(경기도 산본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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