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의 증거 흠집내기, 재판서 안 통했다…최종훈 오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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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왼쪽), 최종훈. [뉴스1]

정준영(왼쪽), 최종훈. [뉴스1]

50분 남짓한 선고가 이어지는 사이 검은 정장 차림의 정준영(30)과 최종훈(29)의 얼굴빛은 점점 붉어졌다. 정씨는 선고를 들으며 법정 천장을 올려다봤다 다시 고개를 숙였다가를 반복했다. 최씨는 재판장이 형량을 선고할 때쯤에는 코가 빨개질 정도로 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강성수)는 특수준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씨에게 징역 6년을 최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각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5년간 아동ㆍ청소년ㆍ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도 제한했다. 이틀 전 검사가 청구한 보호관찰명령청구는 기각했다.

정씨와 최씨는 2016년 3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여성을 함께 강간한 혐의를 받았다. 정씨는 재판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런 내용을 말한 기억이 있는 것 같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최 씨는 "기억이 없고 그럴 리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씨 등을 비롯한 이들의 범행이 "여성을 단순히 쾌락의 도구로 보고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보기에는 너무 심각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김모씨는 준강간ㆍ카메라 등 이용 촬영ㆍ강제추행ㆍ준강제추행 등이 인정돼 징역 5년을 받았다. 권모씨는 강간미수와 준강간, 준강제추행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받았다. 이들은 취업제한 및 보호관찰명령도 받았다. 허모씨는 강제추행죄만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준영 ‘위법수집증거’ 주장 안 통했다

[SBS 보도 캡쳐]

[SBS 보도 캡쳐]

정씨는 올해 7월 16일 열린 첫 공판에서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폈다. 정씨측은 혐의가 처음 드러나게 된 계기인 카카오톡 대화가 복원된 경위를 문제 삼았다. 복원 경위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정씨의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정씨가 복원 요청을 철회했음에도 모바일 회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정씨의 휴대폰 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수년간 보관하다 방정현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이어 "정씨 동의 없이 추출된 자료가 수사기관에 제출돼 사생활 및 인격적 이익 침해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인 이익 침해보다 형사소추 공익 커" 

그럼에도 재판부는 정씨의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씨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동영상 및 사진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공유해 여러 명의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이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카톡 대화 내용은 진실 발견을 위해 필수적인 자료”라고 규정했다. 익명의 제보자가 변호사에게 자료를 준 동기 역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제보자가 보낸 USB에 담긴 카톡 내용에는 성범죄 내용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 사업가, 경찰과의 유착관계 관한 것도 포함돼 있고, 그와 관련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공익의 필요성도 상당하다"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카톡 내용이 증거 능력을 갖는 공익이 정씨 개인이 침해당한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인격 보호 이익보다 형사 소추 공익이 우선된다고 할 것이므로 카톡 대화는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다만 USB 등에 담겨 제출된 카톡 대화는 형사소송법 313조에 따라 법정에서 진술자가 이 내용이 맞는다고 인정해야(진정성립) 증거능력이 생긴다. 재판부는 "정씨는 대화 내용의 진정성립을 인정하지 않아 정씨 카톡 대화 내용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수준강간 혐의에 대해 카톡 대화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도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다른 증거나 정씨가 혐의를 인정한 점에 의하면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씨가 여성을 몰래 촬영하고 카톡 대화방에 올린 점에 대해서는 정씨가 카톡 대화 내용을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해 증거로 채택됐고 유죄로 인정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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