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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유튜브에 돈 써야지"···음원 사재기 논란 이번엔 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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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신곡 ‘사랑을 한 번 할 수 있다면’을 발표한 블락비 박경. [사진 세븐시즌스]

지난 10일 신곡 ‘사랑을 한 번 할 수 있다면’을 발표한 블락비 박경. [사진 세븐시즌스]

과연 이번에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해소될 것인가. 블락비의 박경이 지난 24일 트위터에 올린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이 가요계에 파문을 일으키며 불러일으킨 일말의 기대감이다. 실명으로 저격당한 6팀은 일제히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음악팬들은 이번 법적 다툼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다.

박경 발언에 실명 언급된 6팀 법적 대응 #마미손 디스곡 발표하는 등 지지 잇따라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현 음원 차트의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이라는 박경의 설명처럼 일명 ‘콘크리트 차트’에 대한 의구심은 올 들어 꾸준히 제기됐다. 하루가 멀다고 순위가 바뀌는 음원 차트에서 이들이 발표한 노래는 몇 달이 지나도 굳건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데뷔한 바이브를 제외하면 이들은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신흥 음원 강자’로 대중의 궁금증을 사던 터였다.

지난 13일 신곡 ‘이 번호로 전화해줘’를 발표한 바이브. [연합뉴스]

지난 13일 신곡 ‘이 번호로 전화해줘’를 발표한 바이브. [연합뉴스]

이에 ‘K팝스타’ 시즌 2 출신인 송하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배님께서 커리어에 큰 피해가 될 것을 감수하면서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데뷔 후 6년간 무명 생활을 거쳤지만 좋은 곡을 만나 묵묵히 활동한 결과 얻어낸 성과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송하예는 지난 8월 드라마 ‘호텔 델루나’ OST ‘세이 굿바이’를 발표하기도 전에 해당 곡을 따라부르는 커버 영상이 유튜브에 먼저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유튜버는 “소속사 허락을 받아 먼저 커버할 수 있었다”고 밝혔지만, 과도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제기된 음원 사재기 논란과 또 다른 양상이다. 당시 인디신에서 주로 활동하던 숀ㆍ닐로ㆍ장덕철 등이 주로 페이스북 페이지 마케팅을 통해 화제를 모았다면, 최근에는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 마케팅을 병행하는 모양새다.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며 정상을 차지하는 대신 꾸준히 화제성을 유지하면서 음원 차트에 최대한 오랫동안 머무는 전략이다. 일단 ‘톱 100’에 진입하고 나면 꾸준한 소비가 이뤄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발표 시점상 몇 달간 시차가 있는 곡들이 나란히 순위에 올라와 있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새 사랑’을 발표한 송하예. [사진 더하기미디어]

지난달 ‘새 사랑’을 발표한 송하예. [사진 더하기미디어]

동료 뮤지션의 지지가 잇따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김간지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작년에 앨범을 냈을 때 브로커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수익을 8대 2로 나누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성시경도 라디오에 출연해 “사재기 업체에서 제목을 바꿔라, 전주를 없애라 등 관여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마미손은 26일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튜브 조회수 페북으로 가서 돈써야지”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등 직설적인 가사로 현 세태를 풍자했다.

하지만 의혹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사재기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물론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까지 나서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지난 2월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타 음원과 비교했을 때 패턴 상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 문체부는 “수사 기관과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2013년 SMㆍYGㆍJYPㆍ스타제국 등이 사재기 브로커를 검찰에 고발했을 때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정황은 있지만 구체적 증거는 없는 셈이다.

26일 공개한 마미손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26일 공개한 마미손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이에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8월 콘텐츠공정상생센터에 신고 창구를 열었다. 음악산업 종사자가 증빙자료와 함께 신고하면 음원사이트 업체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행정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도 지난 22일 ‘건전한 음원ㆍ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고 적극 협조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당장 사재기를 근절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상생센터 관계자는 “사재기 방식이 워낙 다양해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실체를 밝혀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음원사이트 아이디의 실제 사용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문제도 걸려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영화나 다른 장르에서는 불거지지 않는 사재기 문제가 왜 유독 음악에서만 계속 불거지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큐레이션으로 가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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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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