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당비 납부내역은 왜 내라는 건지”…민주당, 의원 평가 자료 제출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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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7월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총선 공천룰 결정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7월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총선 공천룰 결정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바쁜데 좀 이따 전화 주시겠어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실 A 보좌관은 26일 오후 전화를 받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모든 보좌진이 의원 평가 서류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는 각 의원실이 민주당 중앙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에 의원 최종평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마감 시간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자료 제출을 시작으로 소속 국회의원 최종 평가 절차를 시작했다. 의정활동과 당 기여활동 등을 평가한 결과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은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심사에서 20% 감점을 받는다. 민주당은 정성평가 중심이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 평가에서는 정량평가 항목을 크게 늘렸다.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공정성 시비를 피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변화가 생긴 만큼 평가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보좌진 사이에선 불만도 나오고 있다.

우선 준비할 자료가 많아졌다는 건 대부분 의원실의 토로다.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보좌진들에게 배포한 ‘최종평가를 위한 제출자료 목록’을 보면, 각 의원실이 제출해야 하는 자료 항목만 입법실적, 토론회실적 등 18종류다. 항목별로 제출해야 할 자료가 많게는 수십 건이 된다. B 비서관은 “법안 준비에 예산 심사까지 해야 하는 정기국회와 맞물려서 일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C 보좌관은 “지난해 말 실시한 중간평가에서는 의원실의 보좌관이 함께 준비해도 2주 정도 걸렸다. 이번 최종평가에서는 좀 간소화돼서 3~4일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룰을 담은 특별당규를 확정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룰을 담은 특별당규를 확정했다. [뉴스1]

불필요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D 비서관은 “보좌관과 비서관의 직책 당비 납부 확인서를 왜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장관 인사청문회 하는데 직원들 자료를 내라는 격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보좌관은 3만원, 비서관은 2만원씩 직책 당비를 납부한다. 자율 납부다. 당원이 아닌 보좌관과 비서관은 내지 않는다. 의원실에 직책 당비를 내지 않은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있을 경우 의원 평가 점수가 감점된다. 최종평가를 앞두고 밀린 직책 당비를 납부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E 보좌관은 “기존에 보좌진들이 직책 당비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런 평가 항목을 넣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평가에서 새로 만들어진 항목의 경우 지침이 분명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F 비서관은 “자료 제출 항목을 보면 ‘입법공청회(간담회)’와 ‘정책토론회(간담회)’ 실적이 구분돼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둘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D 비서관은 “입법 완료 법안 실적을 내라고 하는데, 지난해 말 중간평가 이후에 발의한 법안인지, 중간평가 이후 입법이 된 법안인지 애매했다. 당에 물어봐도 잘 몰랐다”고 했다.

다만 보좌진들은 이런 평가 방식의 변화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C 보좌관은 “제출 자료가 많긴 하지만 의원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이런 방식의 평가가 이제 시행됐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있지만, 시스템으로 정착되면 불편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중간평가 때에는 디지털소통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의원실별로 의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스트를 모두 캡처해서 제출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계정과 첫 화면 캡처 자료만 제출하는 방식으로 간소화되기도 했다. B 비서관은 “윗선에서 임의로 평가하고 칼을 휘두르는 것보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평가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당에서 갖고 있는 자료는 제출 자료에서 제외하는 식의 개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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