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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콩·밀로 만든 고기…진짜 고기 아닌데도 이렇게 고기 같을 수가

중앙일보

입력

소중 친구 여러분 모두 짜장라면을 한 번쯤 먹어봤겠죠. 맛있게 후루룩 먹다 보면 작고 동글동글한 갈색 건더기가 씹힙니다. 건더기스프에 들어 있는 이 재료는 쫄깃쫄깃한 식감에 색깔과 맛까지 영락없는 고기처럼 보이는데요. 사실은 진짜 고기가 아닙니다. 이것의 정체는 바로 ‘콩고기’. 콩에 들어있는 단백질로 고기 같은 식감과 맛을 흉내 냈죠.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물성 고기’는 어느새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는데요. 식물성 고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또 그 맛은 어떨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알아봤어요.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이원용(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노효은(경기도 와석초 6)·박상우(경기도 고양화정초 4)·허태훈(서울 을지초 5)·홍지수(경기도 상탄초 5) 학생기자·이수안(서울 서울사대부초 5) 학생모델

식물성 고기, 그 맛은  
소중 기자단은 먼저 식물성 고기의 맛이 어떤지 시식해 보기로 했습니다. 식물성 고기로 만든 제품과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함께 먹어보면서 맛을 비교해 봤어요. 메뉴는 햄버거 패티(함박스테이크)·돈가스·너겟·어묵·만두로 총 5가지. 어떤 게 식물성이고 동물성인지 모른 채 맛을 보는 ‘블라인드 시식’으로 진행됐죠.

맛 평가단으로는 박상우·홍지수 학생기자와 이수안 학생모델이 나섰습니다. 지수는 “고기를 엄청 좋아하고 자주 먹는다”며 자칭 ‘고기파’라고 했어요. 특히 좋아하는 건 양념갈비죠. 상우도 “일주일에 2~3번은 고기를 먹는다”고 했고요. 수안이는 “질긴 느낌이 싫어서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채소는 버섯을 제외하고 다 잘 먹는다고 해요. 소중 맛 평가단의 입맛에 식물성 고기는 과연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식물성 원료로 만든 제품을 먹어보고 맛을 평가했다. 소중 맛 평가단이 된 이수안 학생모델·홍지수·박상우 학생기자(왼쪽부터)는 D사가 수입 판매하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 L사의 식물성 고기로 만든 돈가스, Z사의 식물성 원료 만두, L사의 식물성 고기 너겟, V사의 채식 어묵을 먹고 각각 대응하는 일반 제품과 비교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식물성 원료로 만든 제품을 먹어보고 맛을 평가했다. 소중 맛 평가단이 된 이수안 학생모델·홍지수·박상우 학생기자(왼쪽부터)는 D사가 수입 판매하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 L사의 식물성 고기로 만든 돈가스, Z사의 식물성 원료 만두, L사의 식물성 고기 너겟, V사의 채식 어묵을 먹고 각각 대응하는 일반 제품과 비교해봤다.

1.햄버거 패티와 함박 스테이크  
A제품(식물성)
이수안(이하 이) 쫀쫀한 식감이 느껴져요. 담백하고 즙이 많은 것 같아요. 짭조름하면서 맛있어요. 중간에 딱딱한 부분은 팝콘 맛이 나요.
홍지수(이하 홍) 어떤 부분은 잘 씹히고 부드러운데 어떤 부분은 질기고 뭉친 것 같아요. 고소한 냄새가 좋아요.
박상우(이하 박) 조금 짠 것 같고, 중간중간 질긴 부분이 있어요. 평소 먹던 고기에도 힘줄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고소한 냄새가 진하고 맛있어요. 하지만 조금은 느끼한 것 같기도 해요.

B제품(동물성)
떡갈비 같은 맛이에요. 다만 조금 더 짜고 단단한 것 같아요. 식감이 탱글탱글하고요 안에 탱탱한 뭔가가 들어 있어요. A보다 더 고기 같고 맛있어요. 향이 평소 먹던 것처럼 익숙해요.
씹는 느낌이 더 단단하고 육즙이 많아요. 채소 같은 재료가 들어 있는 게 보이는데 육즙이 나와서 식감이 더 좋아요. A보다 덜 짜고 맛있어요. 늘 먹던 고기 맛인 것 같아요.
육즙인지 기름인지 모르겠지만 즙이 많이 나와요. 아주 약간 매운맛이 가미되어 있어요. 저는 B가 더 맛있네요. 많이 먹어본 맛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2.돈가스
A제품(동물성)
고소하고 바삭하고 짜지 않아서 좋아요. 씹는 느낌이 부드럽고 튀김옷이 바삭해요. 기름에 구워서 약간은 느끼한 것 같기도 해요.
씹었을 때 제가 먹어본 돈가스보다 육즙이 많이 나와요. 씹는 느낌이 평소 먹던 것보다 바삭한 느낌이고 속 재료가 부드러워요. 식물성 고기로 만든 거라고 확신해요.
이런 맛의 돈가스를 먹어본 것 같아요. 비슷한 맛이에요. 겉에 튀김옷은 그냥 돈가스랑 똑같고 안의 고기는 부드러워요. 아주 맛있다고는 못하겠어요.

B제품(식물성)
생김새도 비슷하고 맛도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다만 A는 속이 좀 느슨했고 B는 속이 꽉 차 있어요. 평소 먹던 돈가스 맛이에요. 육즙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A가 더 맛있어요.
내용물이 조금 푸석푸석해요. A보다 덜 느끼하고, 씹는 느낌이 더 살아있어요.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에요. 저는 B가 맛있어요.
A랑 B랑 별로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은데, B가 조금 더 속이 알차게 들어있고 고소한 것 같아요. 느끼한 맛은 적지만 약간 짜요.

3.너겟
A제품(동물성)
떡볶이집에서 먹어본 맛이에요. 늘 먹던 너겟의 맛이요. 제가 ‘용OO 너겟’을 진짜 많이 먹어봤거든요. 튀김옷의 알갱이가 톡톡 튀긴 느낌이에요.
향이 익숙해요. 집에서 많이 먹던 너겟 맛이랑 비슷하고 향이 고소해요.
 항상 먹던 친근한 맛이에요. 바삭한 맛이 있고 자주 먹던 너겟과 모양도 맛도 비슷해요.

B제품(식물성)
콩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두부 맛도 나는 것 같고요. 평소 먹던 것과 달리 어색한 맛이에요. A보다 싱거운 것 같아요. 저는 A가 더 맛있어요.
저도 콩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견과류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A가 냄새가 덜 났던 것 같아요.
식물성 고기 같은 맛이에요. 약간 느끼하고 많이 먹으면 질릴 것 같아요.

4.어묵
A제품(식물성)
식감이 탱글탱글해요. 푸딩 같은 느낌이랄까. 맛은 살짝 매콤하고 부추 향이 느껴져요. 주황색·초록색·빨간색 채소가 들어있는 게 일단 눈으로 보여요. 하지만 향이 느껴질 뿐 채소 맛이 나는 건 아니에요.
좀 질겨요. 매끈매끈한 젤리 같은 느낌이고요. 얘기를 듣고 보니 부추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초록색이 많이 보이고 채소 향도 나요. 평소 먹던 어묵에 비해 질겨서 곤약 젤리 같아요. 생선 맛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B제품(동물성)
짭짤하고 A보다 부드러워요. 떡볶이 먹을 때 같이 먹던 어묵 국물의 향이 나요. 평소에 먹던 맛이에요. A는 탱탱한 느낌이었다면 B는 쫄깃해요. A도 맛있었지만 저는 B가 더 좋아요.
자주 먹던 ‘부O어묵’의 맛이에요. 멸치 우려낸 국물의 냄새가 나요. A도 맛있긴 했지만 식감이 어색해서 저도 B가 더 맛있게 느껴져요.
약간 비린 냄새가 나요. 하지만 식감이 부드럽고 맛있어요. 많이 먹어본 익숙한 맛이에요. A는 사실 어묵 같지 않았어요.

5.만두
A제품(식물성)
속이 반투명하게 비치는 게 특이해요. 만두피가 가래떡처럼 쫄깃쫄깃해요. 짭짤하고 속이 꽉 차 있어요. 맛있어요.
고기만두 혹은 딤섬 같아요. 껍질이 쫄깃해서 ASMR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달달하고 짭조름하니 간장 맛이 나요. 숯불갈비 맛 같기도 해요.
전에 먹어본 고기만두랑 모양도 맛도 똑같아요. 약간 달고 짠 것 같아요. 맛있어요.

B제품(동물성)
뷔페에 가서 항상 먹던 만두의 모양이에요. 만두피가 얇고 속이 꽉 차 있어요. A랑 B가 비슷한데 저는 B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평소 먹던 만두 맛 그대로예요. B가 더 고기의 맛이 느껴지고 당면이 많이 씹히는 것 같아요. A와 B 둘 다 맛있어요.
가장 기본적인 만두의 맛이에요. A는 만두피가 특색 있었는데 맛은 B가 조금 더 좋은 것 같아요. 둘 다 맛있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취재를 시작하면서 ‘식물성 고기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직접 먹어보니 동물성 고기와 식물성 고기를 잘 비교할 수 있었어요. 먼저 색깔로 비교가 가능했고, 평소 우리가 자주 먹던 음식과 맛을 비교할 수 있었죠. 아직은 식물의 맛으로 고기 맛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미래에 고기가 부족할 경우 식물성 고기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상우(경기도 고양화정초 4) 학생기자

취재 전부터 엄청 기대했어요. 속 재료가 다른 두 가지 음식을 맛보고 차이점을 이야기하려니 마치 음식 평론가가 된 기분이었죠. 다른 음식들은 겉모습도 맛도 거의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힘들었는데, 어묵은 딱 티가 났어요. 식물성 고기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색깔도 조금 달랐고 맛을 음미하니 두부 특유의 향이 나기도 했어요. 동물성 고기는 특유의 육즙이 느껴졌죠. 채소로 고기와 같은 맛을 낸다는 게 신기했고, 기회가 된다면 자주 먹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건강에도 환경에도 좋을 것 같아요. 이수안(서울 서울사대부초 5) 학생모델

시식한 음식 중 함박스테이크는 좀 헷갈렸어요. 식감도 거의 비슷했고 식당에서 먹어본 맛이 났거든요. 식감이 조금 딱딱하거나 부드럽고, 육즙이 많거나 적다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대체로 비슷했어요. 특히 만두는 일반 고기만두와 정말 맛이 똑같아서 놀랐죠. 진짜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데도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낸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홍지수(경기도 상탄초 5) 학생기자

식물성 고기,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번에는 소중 학생기자단이 식물성 고기의 제조 과정을 알아보기로 했어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식물성 고기 제품 가운데 대기업이 제조·판매하는 것으로 롯데푸드의 ‘엔네이처 제로미트’가 있는데요. 올해 4월 돈가스·너겟 제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어요. 또 지난 12일부터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통해 ‘콩불고기버거’도 판매하고 있죠.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식물성 고기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노효은·허태훈·홍지수 학생기자가 지난 5일 롯데중앙연구소를 찾아갔어요.

롯데중앙연구소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식물성 고기의 원료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박은지·안태경 연구원, 노효은·홍지수·허태훈 학생기자.

롯데중앙연구소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식물성 고기의 원료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박은지·안태경 연구원, 노효은·홍지수·허태훈 학생기자.

연구소에는 크고 작은 기계들이 즐비해서 마치 실험실 같았죠. 하얀 가운을 입은 박은지·안태경·엄종수·전희준 연구원이 학생기자단을 맞아주었습니다. 식물성 고기로 만든 ‘엔네이처 제로미트’와 ‘콩불고기버거’를 개발한 연구원들이에요. 이날 소중 기자단은 콩불고기버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기로 했죠. 먼저 핵심 재료인 햄버거 패티의 원료부터 살펴봤습니다. 안태경 연구원은 원료 샘플이 들어있는 작은 병들을 보여줬어요. 병에는 각각 완두콩플레이크·조직대두단백·조직밀단백·완두콩+밀단백 등의 이름이 붙어 있었죠. 같은 원료라도 질감과 색깔이 서로 달랐는데요. 안 연구원은 “캐러멜 색소를 넣어서 햄버거 패티의 색깔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죠. “대두단백은 고온·고압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요. 온도와 압력, 조직의 크기를 달리하면 씹는 식감과 맛, 향이 달라져요.”

밀단백과 식이섬유, 양념장 등이 섞인 반죽에 고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을 넣는 모습. 기름이 고기의 육즙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밀단백과 식이섬유, 양념장 등이 섞인 반죽에 고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을 넣는 모습. 기름이 고기의 육즙과 같은 역할을 한다.

소중 기자단은 각 원료를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맛도 봤어요. “어묵 냄새 같은 게 나요.” “채소 냄새 같아요.” “짠 냄새예요.” 대두단백을 맛본 지수는 “처음에는 바삭했지만 계속 씹으니까 북어 말린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죠. 이는 고기의 쫄깃한 식감을 표현하는 데 제격입니다. 태훈이는 완두콩플레이크를 먹어보고는 “바삭바삭하다”고 했어요. 돈가스와 너겟의 빵가루 역할을 하는 재료죠. 효은이가 밀단백을 먹어본 뒤 “식감이 제일 좋은 것 같다”고 하자 안 연구원은 “저희가 좋은 선택을 했네요”라며 웃었어요. 콩불고기버거 패티에 바로 밀단백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밀단백은 단단한 식감을 갖고 있어 마치 장조림 고기 같은 느낌이에요.

노효은 학생기자가 식물성 원료를 배합해 만든 반죽을 적당한 무게만큼 덜고 있다.

노효은 학생기자가 식물성 원료를 배합해 만든 반죽을 적당한 무게만큼 덜고 있다.

패티에는 밀단백 외에도 맛을 내는 시즈닝(양념), 양파, 식이섬유, 양념장, 고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 등이 들어갑니다. 식물성 기름으로는 코코넛유나 카놀라유를 쓰는데요. 동결된 상태로 사용하면 나중에 조리하는 과정에서 녹아내리며 육즙과 같은 느낌을 줘요. 이 원료들을 순서대로 섞어서 반죽을 만듭니다. 먼저 밀단백과 식이섬유, 시즈닝, 효모 등을 혼합기로 섞어요. 고기의 아미노산과 유사한 성분이 있는 효모는 고기의 감칠맛을 구현하며 풍미를 높이는 역할을 하죠. 원료를 섞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소중 기자단은 “벌써부터 고기 냄새가 난다”며 신기해했어요. 이제 일정량의 물을 넣고 결착력(엉겨서 밀착되는 힘)을 높이기 위해 그 상태로 일정 시간 놔둡니다. 그다음 양념장을 넣은 뒤 식물성 기름을 넣고 다시 섞어줍니다. 효은이는 “원료를 섞는 순서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는지” 물었죠. 안 연구원은 “원료의 배합 비율과 배합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설명했어요.

원료가 잘 배합된 반죽을 틀에 넣어 햄버거 패티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홍지수 학생기자.

원료가 잘 배합된 반죽을 틀에 넣어 햄버거 패티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홍지수 학생기자.

완성된 반죽은 적당량을 덜어 틀에 넣고 모양을 잡아줍니다. 동그랗고 납작한 햄버거 패티 모양을 만들자 제법 그럴싸했죠. 모양을 잡은 햄버거 패티는 열처리 과정을 거치는데요. 커다란 찜기에 넣고 80℃로 15~18분가량 열을 가해 패티의 가운데 부분까지 제대로 익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살균도 이뤄져요. 다 익은 패티를 프라이팬에 굽고, 준비된 햄버거 빵에 마요네즈와 피클, 구운 패티, 소스, 토마토, 양상추를 차례로 얹으면 햄버거가 완성됩니다. 소중 기자단은 먹음직스러운 햄버거를 빨리 맛보고 싶어 했어요.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제로미트 너겟과 샐러드도 곁들였죠. 드디어 시식 시간. 소중 기자단은 한목소리로 “맛있다!”를 외쳤어요. 눈 깜짝할 새 햄버거를 먹어치운 후에는 연구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남은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허태훈 학생기자가 구운 패티를 빵에 얹고 소스를 바르고 있다. 여기에 마요네즈·피클·채소를 넣으면 햄버거가 된다.

허태훈 학생기자가 구운 패티를 빵에 얹고 소스를 바르고 있다. 여기에 마요네즈·피클·채소를 넣으면 햄버거가 된다.

Q.식물성 고기 제품을 만든 이유는 뭔가요.  
A.우선은 고기가 건강에 좋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에요. 또 동물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도 있고, 환경 문제도 있죠. 소·돼지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1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해요. 사람들이 먹는 고기를 대체육으로 바꾸면 현재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양을 90%까지 줄일 수 있죠. 또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식량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Q.실제 육류와 비교하면 식물성 고기에 어떤 장점이 있나요.  
A.식물성 고기는 무엇보다 영양학적으로 장점이 있어요. 일반 육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을 뿐 아니라 식물성 단백질이 우리 몸에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성인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이 육류에는 많이 포함돼 있지만 식물성 고기에는 없어요. 또 가공돼 나온 제품은 고온·고압으로 멸균 처리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안전해요.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햄버거병’은 덜 익힌 패티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가공된 식물성 고기는 그에 비해 안전한 편이죠. 칼로리도 고기보다 낮은 편이에요.

식물성 고기로 만든 너겟을 얹은 샐러드. 허니머스타드 드레싱과 잘 어울린다.

식물성 고기로 만든 너겟을 얹은 샐러드. 허니머스타드 드레싱과 잘 어울린다.

Q.일반 육류와 가격 차이가 있나요.  
A.보통 한우 안심의 경우 100g에 1만원이 넘고, 돼지고기는 100g에 2000원 정도로 볼 수 있어요. 가장 저렴한 닭고기가 100g에 1000원 정도죠. 식물성 고기로 만든 돈가스와 너겟은 500g짜리 완제품 한 봉지에 8000원 정도예요. 대략 돼지고기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죠.

Q.제로미트라는 이름의 의미는 뭔가요.  
A.동물성 원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육류에서 유래된 재료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채식주의자가 적지만 그들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어요.

Q.밀단백 외에 제품마다 사용하는 재료가 다른가요.  
A.전 세계적으로는 대두단백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그다음으로 밀단백, 완두콩단백 순이죠. 밀단백은 질기고 탱탱한 식감을 가지고 있고 완두콩단백은 부드러워요. 함박스테이크 같은 음식은 대두단백을 사용하죠. 원하는 식감과 맛에 따라 다른 원료를 써요.

Q.어떻게 식물성 고기에서 콩 맛이 안 나게 하나요.  
A.양념장과 효소 추출물 같은 것을 사용해서 고기의 감칠맛을 구현하려고 해요. 고기 맛을 내기 위해서는 본연의 맛뿐 아니라 식감과 육즙도 중요한데요. 밀단백과 식이섬유를 이용해 식감을 표현하고 식물성 기름으로 육즙을 대신하고 있어요.

Q.다른 식물성 고기 제품도 개발하고 있나요.  
A.현재 함박스테이크를 개발하고 있고, 앞으로는 햄이나 소시지 등으로 확장해 나가려고 해요.

Q.식품연구소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일단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요(웃음). 특히 생물이나 화학 같은 과학 쪽을 더 공부해야 돼요. 관련 전공으로는 식품생명공학·식품영양·식품공학 등이 있어요. 대부분 연구원들이 석사·박사 과정까지 거친 사람들이에요. 대학원도 나와야 하고 공부를 꾸준히 해야겠죠. 식품에 관심이 많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어떤 음식을 먹고 나서 ‘이런 게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더 좋겠죠.

식물성 재료만 사용해 직접 만든 햄버거를 손에 든 학생기자단.

식물성 재료만 사용해 직접 만든 햄버거를 손에 든 학생기자단.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완두콩으로 빵가루를 만들고 식물성 원료로 햄버거 패티를 만든다는 게 신기했어요. 육류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평범한 햄버거 패티의 향이 났죠. 고기 맛을 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 같아서 연구원분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마지막으로 시식했을 때 늘 먹던 햄버거 맛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도 고기가 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앞으로 식물성 고기가 소시지 등 다른 제품으로도 개발되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효은(경기도 와석초 6) 학생기자

햄버거 패티를 만들 때 반죽을 만지는 느낌이 신기했어요. 맛도 시중에 판매되는 햄버거와 똑같았죠. 식물성 원료로 만든 너겟도 먹어봤는데 별로 콩 맛이 나지 않았어요. 계속 먹고 싶은 맛이었죠. 샐러드의 아삭함과 너겟의 맛이 잘 어울렸습니다. 고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일반 고기보다 좋은 것 같아요. 이번 취재를 기회로 식물성 고기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고,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찾아서 먹어볼 것 같아요. 홍지수(경기도 상탄초 5) 학생기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섬세한 비율로 재료를 섞어서 식물성 고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어요. 그 과정을 직접 봐서 더 기억에 남아요. 또 재료 중에 고체 기름을 넣는다는 점도 신기했어요. 풍미를 내는 조미료까지 식물성으로 만들었다고 했죠. 롯데중앙연구소 같은 곳에 들어가려면 뭘 공부해야 하는지도 궁금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알게 돼서 좋았습니다. 허태훈(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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