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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뉴도 반한 손흥민의 득점·돌파·정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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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모리뉴 감독의 토트넘 데뷔전이었던 23일 웨스트햄전 전반 36분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손흥민. [EPA=연합뉴스]

모리뉴 감독의 토트넘 데뷔전이었던 23일 웨스트햄전 전반 36분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손흥민. [EPA=연합뉴스]

“손흥민의 미래는 밝다.” 데일리 메일이 조제 모리뉴(56) 토트넘 감독 첫 경기를 분석하며 손흥민(27·토트넘)에 대해 한 전망이다. 1골-1도움을 기록한 그를 ‘모리뉴의 황태자’로 꼽았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각) 열린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전반 36분 선제골(리그 4호, 시즌 9호)을 터뜨렸고, 전반 43분 루카스 모라(27)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세 경기 연속골의 손흥민은 후스코어닷컴으로부터 양 팀 합쳐 최고 평점인 8.5를 받았다. 토트넘이 3-2로 이겼다.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은 ‘모리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골을 넣었다. 왕성한 활동량에 공격 재능까지 증명했다”며 “모리뉴 감독이 원하는 유형의 선수다. 주전 자리를 꿰찼다”고 평가했다.

토트넘 새 감독 데뷔전 1골 1도움 #3경기 연속골, 리그 4호·시즌 9호 #DESK공격진서 손·케인·알리 합격 #이적 갈등 에릭센 힘든 시간 예고

‘스페셜 원(Special One)’으로 불리는 모리뉴 감독은 포르투(포르투갈), 인터 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등을 거친 명장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두 차례(2004, 10년) 등 25개의 우승 트로피를 모았다. 맨유를 이끌다가 지난해 12월 경질됐다. 모리뉴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20일 물러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 이어 토트넘을 지휘한다.

모리뉴 감독 축구는 수비를 다진 뒤 빠른 공격 전환으로 득점을 노리는 스타일이다. 스피드, 돌파, 득점력 삼박자를 갖춘 손흥민과 잘 맞는 전술이다. 실제로 모리뉴는 부임 전부터 “역습 상황에서 최고의 공격수”라고 손흥민을 칭찬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모리뉴는 웨스트햄전이 끝나고 손흥민 등 활약이 빛난 선수 이름을 거론하며 “가끔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것들을 선수에게 요구해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선수 특성에 맞는 가장 쉬운 임무를 주려고 했는데, 그들은 잘해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웨스트햄전 승리 뒤 손흥민(오른쪽)을 격려하는 무리뉴 감독. [EPA=연합뉴스]

웨스트햄전 승리 뒤 손흥민(오른쪽)을 격려하는 무리뉴 감독. [EPA=연합뉴스]

한준희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빠르고 득점력이 높은 데다 수비까지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모리뉴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선도 “손흥민의 에너지와 결정력, 스피드, 축구를 대하는 자세 등은 모리뉴가 선수들에게 원하는 덕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5년 가까이 후방 빌드업을 하려 노력해 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한다”며 “새로운 상황과 시스템 때문에 어려운 한 주다. 감독님도 (승리를)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충분히 이길 자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모리뉴 감독은 유럽에서도 드물게 정신력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어떤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념대로 팀을 이끈다. 모리뉴 감독은 앞서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에게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경기를 장악하고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 면에서도 손흥민은 모리뉴가 토트넘에서 첫손에 꼽을 만한 선수다. 손흥민은 자신의 백태클로 넘어진 에버턴 안드레 고메스(26)가 발목 골절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일을 경험했다. 책임감에 괴로워했고 눈물까지 흘렸다. 우려를 낳았지만, 손흥민은 심리적 압박을 극복해냈다. 사흘 뒤(7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전에서 2골을 몰아쳤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경기력만큼이나 정신력도 이번 시즌 토트넘 선수 중 최고 레벨”이라고 칭찬했다.

모리뉴 감독은 서서히 ‘물갈이’를 통해 토트넘의 구성을 바꿔 나갈 전망이다. 토트넘의 ‘DESK(델리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손흥민·해리 케인) 공격라인’ 중 손흥민과 케인, 알리는 모리뉴 감독 첫 경기에 선발로 내보냈다. 하지만 에릭센은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모리뉴 감독은 “(시즌 내내 이적설에 휩싸인) 에릭센의 진심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의 그의 화법으로 미뤄볼 때 에릭센이 힘든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후반에 연속 실점한 수비라인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괜찮은 공격력(21득점)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지 않은 수비력(19실점) 탓에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웨스트햄전에 대해 데일리 메일은 “수비수 오리에와 벤 데이비스가 부진했다.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정도만 주전감”이라고 평가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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