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24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겸 방송인 구하라(28)씨는 2008년 걸그룹 ‘카라’의 멤버로 데뷔했다. 2007년 4인조로 출발했던 카라에서 이듬해 원년멤버 김성희가 탈퇴하자 강지영과 함께 새로 합류해 5인조를 이뤘다. 카라가 '락유' '허니' '미스터' ‘루팡’ 등 히트곡으로 팬덤을 확장하기까지 구하라의 건강하고 발랄한 매력이 크게 어필했다.
카라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2010년 첫 싱글 앨범 ‘미스터’로 발매 첫 주 아시아 그룹 최초로 오리콘 차트 톱 10에 진입했고 현지 데뷔 3개월 만에 일본 골든 디스크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2013년엔 일본 최대 공연장인 도쿄돔에서 한국 걸그룹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개인 구하라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것은 활발한 예능활동이다. 각종 명절 특집에서 다채로운 스포츠를 소화하며 재치 만점 센스도 함께 선보여 ‘구능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구사인 볼트’ ‘구연아’ 같은 캐릭터 별명도 허다했다. ‘청춘불패’ ‘카라 베이커리’ ‘일밤’ ‘토요일이 좋다’ 등에서 자타공인 ‘예능돌’로 자리 잡았다. 연기자로는 2011년만화 원작 드라마 ‘시티헌터’에서 주연급으로 데뷔했다. 2015년 첫 솔로 미니앨범 '알로하라(ALOHARA)'를 발표했다. 2016년 ‘카라’가 공식 해체한 후 키이스트와 전속 계약을 했지만 최근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다.
구씨는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 최모씨를 폭행했다는 신고가 경찰 접수되면서 악성 루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쌍방 폭행 논란으로 번졌다가 최씨가 구씨에게 성관계 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해온 정황이 밝혀졌다. 최씨는 올해 8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공소사실 중 협박·강요·상해·재물손괴 등은 유죄가 인정됐지만 구씨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에 대해서는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해 무죄로 판단했다. 구씨는 재판 과정에서 지난 7월 증인으로 비공개 출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구씨는 지난 5월 자택에서 극단적 시도를 했다가 구조돼 팬들의 염려를 산 바 있다. 6월에는 일본 유명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해 연예계 활동을 계속한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실제로 지난 13일 일본에서 새 싱글 ‘미드나이트 퀸(Midnight Queen)’을 발표하고 14일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19일 도쿄까지 ‘하라 제프 투어 2019 ~헬로~’ 공연을 열었다.
지난달 설리(최진리)의 사망 비보가 전해졌을 땐 SNS 추모 영상을 통해 “그곳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잘 지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씨는 에프엑스 출신 가수 설리와 생전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사고 전날인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과 함께 "잘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가 된 해당 글에 팬들의 추모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씨는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구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