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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그림 '우주' 132억에 낙찰…국내 미술품 최고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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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 (1971). 김마태 전재금 부부가 50년 가까이 개인으로 소장하고 있다가 올 해 크리스티 경매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환기미술관]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 (1971). 김마태 전재금 부부가 50년 가까이 개인으로 소장하고 있다가 올 해 크리스티 경매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환기미술관]

역시 김환기였다. 김환기 기록을 다시 김환기가 깼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1913-1974)의 대형 푸른 점화가 132억원(131억8700만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 미술시장 역사에 새 획을 그은 것이다. 종전 한국 미술품 최고가는 역시 김환기의 그림으로 지난해 5월 홍콩 서울옥션에서 기록한 85억원으로, 불과 1년 반 사이에 가격이 50억원 가량 껑충 뛴 점도 눈길을 모은다.

한국 미술품 100억원 넘은 것은 사상 최초

23일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가을 경매에서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가 미화 1100만달러, 원화로 131억 87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김 화백 작품 최고가인 동시에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이다.

미술 시장에서 한국 미술 작품이 1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티 홍콩의 ‘20세기 & 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 이브닝 경매에 나온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최고가에 낙찰되는 모습 [사진 윤소연 ]

크리스티 홍콩의 ‘20세기 & 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 이브닝 경매에 나온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최고가에 낙찰되는 모습 [사진 윤소연 ]

김 화백의 작품은 23~24일 양일간 열리는 크리스티 홍콩의 ‘20세기 & 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 중
하이라이트 작품 중 하나로 추정가 홍콩 달러 4800만~6200만 달러, 원화로 약 71~92억원으로
책정됐다. 경매는 59억원에 시작됐다.

이번 기록을 낸 그림은 1951년 부산 피난시절 김환기를 만난 김마태와 전재금 부부가 직접 구입해 50년 가까이 개인 소장해온 작품이다. 이 그림이 경매에 출품된 것은 작품이 완성된 1971년 이후 처음이다.

부산에서의 첫 만남부터 김 화백이 타계한 1974년까지 김마태는 단순 후원가를 넘어 친구로서 김환기의 작품 활동을 지원해왔고, 김마태에게 있어서 ‘우주’는 단순한 미술 작품 이상이었다고 한다.

‘우주’는 그동안 환기미술관에서만 전시됐고 크리스티를 비롯한 경매사나 바이어들이 재단 측으로 보낸 러브콜에 김마태가 답한 적은 없었다. 그런 김마태가 ‘우주’를 경매에 부친 것은 단순히 판매를 위함이 아닌, “미술 시장 내에서 김환기에게 걸맞은 자리를 찾아주기 위함”이라고 전해진다.

'우주', 김환기 작품 중 유일한 두폭화 

‘우주’는 김환기 작품 중 유일한 두폭화(diptych)이다. 뉴욕 시절 김환기의 추상예술의 정수이며, 그의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기도 하다. 세로 254cm, 가로 254cm의 화폭을 푸른 점들이 가득 메우며 두 원의 형상을 이룬다.

서양 관객에 비해 동양 관객이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런 그의 철학에 있다. 서양 화가들처럼 이젤에 캔버스를 세워두고 작업하는 것이 아닌, 서예를 하듯 캔버스를 눕혀두고 작업한 것은 그에게는 성찰과 명상의 시간과도 같았을 것이라고.

김환기의 역사, 한국 미술의 역사

 이미 한국 미술 시장에서 김환기의 경쟁상대는 김환기 뿐이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톱5는 전부 김환기의 작품이다. 김환기는 작년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붉은색 점화 ‘3-II-72 #220’이 85억에 낙찰돼 그의 최고가 기록과 한국 미술품 경매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올해 4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도 분홍색 점화 ‘무제’가 71억원에 낙찰됐다.

작품가격 사이트 K-Artprice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지난 5년간 김환기의 작품은 총 1,4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환기 작품은 나오기만 하면 최고가”라는 것이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의 설명이다.

김환기는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붉은색 점화 ‘3-II-72 #220’이 85억에 낙찰돼 그의 최고가
기록과 한국 미술품 경매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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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윤소연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yoon.s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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